2
부산메디클럽

필요없다며 일본이 버렸던 꼼장어, 자갈치시장 별미로

부산미각- 최진아 외 지음 /문학동네 /2만2000원

  •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  |   입력 : 2024-05-30 19:16:20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보통사람 첫 끼 책임졌던 재첩국
- 피란민 허기 달래줬던 꼼장어 등
- 부산의 맛에 담긴 역사와 이야기

재첩국을 팔기 위해 동이를 이고 오는 재첩국 아지매들. 1980년 부산시 사하구청 사진. 문학동네 제공
“재치국 사이소!~” 지난 시절 부산의 새벽을 깨우는 소리였다. 맛이 아니라 소리로 기억되는 음식이 부산의 재첩국이다.

부산에 오래 살며 부산 음식을 먹고 자란 인문학자 열네 사람이 부산의 맛에 담긴 역사와 이야기를 풀어낸 책 ‘부산미각’은 재첩국부터 시작한다. 재첩국 복국 돼지국밥 완당 고등어 대구 웅어 꼼장어 낙지 암소갈비 밀면 간짜장 구포국수와 영도 조내기 고구마, 부산오뎅 양갱 동래파전 금정산성 막걸리, 대선소주. 차례로 열거하고 보니,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푸짐하게 차려진 만찬이다.

열네 명 저자를 대표하여 부산대 중어중문학과 최진아 교수는 서문에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부산을 경험하고 싶은 독자들은 마치 음식을 주문하듯이 ‘부산미각’의 차림표를 보며 이 책을 맛보아주면 된다”고 썼다.

부산은 육지의 끝이며, 바다의 시작이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부산은 대륙과 해양의 관문이었다. 부산을 통해 한·중·일은 물론 동남아, 유라시아 문화가 교류했다. 그 역사는 음식에 고스란히 남았다. 이국이 만나고 변모한 부산의 흥미로운 역사, 전쟁의 파고를 헤쳐온 평범한 사람들의 힘찬 생명력, 이 모든 이야기가 부산에서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음식에 담겨 있다.

재첩국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재첩국 아지매들의 소리는 학창 시절의 알람이었다. 잠자리에서 발딱 일어나 학교 갈 준비 하라는 정겨운 잔소리 같았던, 구성진 목청의 재첩국 아지매 얼굴이 늘 궁금했던 시절이 있었다. 부산 사람의 공통 기억일 것이다. 낙동강 하구에서 캔 재첩으로 만든 재첩국은 보통 사람의 첫 끼로, 새벽 배송의 원조(?)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낙동강 하류는 맛있는 재첩이 자라기에 좋은 환경이었고, 당일 건져 올린 싱싱한 재첩으로 끓인 국을 새벽마다 기다리는 대도시 부산이 있었고, 재첩국 동이를 이고 골목 끝 집까지 다니던 부산 아지매들이 있었다. 부산 재첩국이 전국적으로 유명했던 이유이다. 환경이 오염되면서 흔하게 먹던 재첩국은 점차 사라졌다. 아쉽고 그리운 부산의 맛이다.

꼼장어도 흥미롭다. 꼼장어를 본격적으로 먹은 건 근대로 접어들면서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인은 꼼장어의 부드럽고 질긴 껍질로 나막신 끈이나 모자 테두리를 만들고, 고기는 버렸다. 배고픈 조선인은 그 고기를 구워 먹었다고 한다. 우리 역사의 아픈 기억이 밴 음식인 꼼장어는 한국전쟁 때는 살기 위해 부산으로 피란 온 피란민의 배고픔을 달래주었다. 일본이 떠난 뒤에도 부산은 꼼장어 피혁 가공업 중심지였다. 껍질 벗긴 고기로 만든 음식은 멋지게 살아남았다. 지금은 자갈치시장 별미다.

책을 읽는 동안 부산 맛을 느껴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다른 지역에서 사는 부산 사람이 읽으면 당장 부산으로 향하고 싶겠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충북 11.9% vs 부산 2.3%…반도체가 가른 경제성장률(종합)
  2. 2워터펌프 쏴도 안 나가는 부캉이
  3. 3위용 드러낸 기장촬영소…부산 대작영화 길 열렸다
  4. 44시간 쫓고 쫓긴 ‘부캉이 퇴거’ 작전…주말 그물로 재시도(종합)
  5. 5첫 공소청 인사…부산광역청장에 이종혁 고검장
  6. 6서울대 경영동아리 출신 카르텔, 미공개 정보로 200억 부당이득
  7. 7“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8. 8새 광역단체장 재산 1위 김상욱 50억…전재수 6억(종합)
  9. 9영도구 문화도시 사업, 간부간 소송다툼도 확인
  10. 10부산서 키운 대서양연어 첫 출하…“수입산 대체”
  1. 1“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2. 2새 광역단체장 재산 1위 김상욱 50억…전재수 6억(종합)
  3. 3北지뢰 1발 추가 발견…대북 방송 재개 등 상응조치 촉각(종합)
  4. 4예상보다 무뎠던 검증 칼날…TP원장 후보 기술고도화 초점
  5. 5‘핵잠수함 특별법’ 국무회의 통과(종합)
  6. 6與 “미래기금으로 지방정부 지원 축소될 일 없어”
  7. 7김도읍 "청와대 가덕도신공항 공사비 증액 '선 계약, 후 특별법 반영'으로 결론
  8. 8“BPA, 1년간 1조원대 채권 발행…항만공사 통폐합 강행 땐 빚 전가”
  9. 9靑 “北포로 비공개 합의 부인 강력 유감” 우크라에 사과 요구(종합)
  10. 10“피지컬AI 항만 실증사업, 광양항 아닌 부산항서 해야”
  1. 1충북 11.9% vs 부산 2.3%…반도체가 가른 경제성장률(종합)
  2. 2서울대 경영동아리 출신 카르텔, 미공개 정보로 200억 부당이득
  3. 3亞·유럽게임 대거 참가…지스타 판 커진다
  4. 4삼정기업·삼정이앤시 회생계획 법원 인가…정상화 첫발(종합)
  5. 5도토리 숲 언덕서 ‘휴식 한 모금’…바리스타과 겸임교수 깊은 손맛
  6. 6“기장에 양성자 치료센터 짓자…우주산업 활용도 가능”
  7. 7해양·AI 중심 ‘플라이아시아’ 내달 개최
  8. 8파생상품·해양금융 미래, 부산서 답 찾는다
  9. 9주가지수- 2026년 9월 29일
  10. 10[한 손 뉴스] 수과원, 스마트폰서 AI가 고등어 어장상황 예측 서비스
  1. 14시간 쫓고 쫓긴 ‘부캉이 퇴거’ 작전…주말 그물로 재시도(종합)
  2. 2첫 공소청 인사…부산광역청장에 이종혁 고검장
  3. 3영도구 문화도시 사업, 간부간 소송다툼도 확인
  4. 4부산서 키운 대서양연어 첫 출하…“수입산 대체”
  5. 5檢, 횡령 혐의 사상구 새마을금고 이사장 9개월 만에 ‘늑장 기소’
  6. 6혈세 쓴 도시재생 거점시설 2년간 텅텅
  7. 7[신통이의 신문 읽기] 친근해진 ‘부캉이’…캐릭터로 그려볼까요
  8. 8부산·울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6명뿐
  9. 9통영 복합해양레저관광도시 조성 순항…도남권역 민자유치 속도전
  10. 10교실로 들어온 ‘북극항로’…지구본 만들며 배워가요
  1. 1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2. 2공격에 쏟아붓다가 골문 열린 모레노호
  3. 3일본 대회운영 왜 이러나…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판정 논란 딛고 동메달 지켰다
  4. 4큰 日날 뻔한 韓야구…日 아마추어 상대로 3-1 설욕전
  5. 5중국에 두 번 진 이민성호, 이번엔 벼른다
  6. 6큰 日낸 女핸드볼…결승서 일본 꺾고 8년 만에 우승
  7. 7수영·탁구·사격 부진…양궁이 ‘금빛 갈증’ 풀어줄까
  8. 8‘세계 최강’ 안세영, 배드민턴 女단식 금메달…아시안게임 첫 2연패
  9. 9한동희 시즌 23호 홈런 '쾅'…롯데, 키움에 4-2 역전승
  10. 10이소희·백하나 배드민턴 女 복식 24년 만에 금빛 스매시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연상호 ‘실낙원’ 홍상수 ‘눈 둘 데가 없네’ 등 한자리에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부산의 기사식당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정답 없는 가족의 기록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인간 빈자리 차지한 반려 로봇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빨래 /심여혜
잡는 법 /김만옥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9일 (음 8월 19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