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 이형기의 대표작에 곡 붙여
- 아름다운 노래 만든 부산 작곡가
- 축제음악·애니메이션 주제가 등
- 장르 넘나들며 활발한 음악활동
지난 3월 21일 영화의전당(부산 해운대구) 하늘연극장에서 부산CBS 창립 65주년 기념 콘서트 ‘한국 가곡&레미제라블 갈라 콘서트-봄, 희망을 노래하다’가 열렸다. 테너 양승엽은 가곡 ‘낙화’(이형기 시·이영재 작곡)를 불렀다. 창작 가곡 ‘낙화’에는 기품과 서정미,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하는 깊은 힘이 스며 있었다. 박수와 환호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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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곡가 이영재 씨가 지난 7일 부산 연제구 한 음악 공간에서 자신의 음악세계와 계획을 이야기하고 있다. |
이 노래의 가사가 된 시 ‘낙화’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바로 그 ‘낙화’가 맞다. 이형기(1933~2005) 시인 작품이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걱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이날 부산CBS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정두환 지휘자는 “지금 객석에 이 가곡을 작곡한 이영재 작곡가가 와 계신다”고 소개했다. 일어나 인사하는 그를 보니, 젊다.
저 젊은 작곡가가 이토록 원숙한 아름다움을 담아냈다고? 궁금했다. 게다가 이형기 시인은 국제신문 편집국장 논설위원 서울지사장을 지냈고 관훈클럽을 만들 때도 이바지한 ‘선배 언론인’이기도 하다. 지난 6일 부산 연제구 한 음악 공간에서 이영재 작곡가를 만났다. “1984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에서 성악을 전공했습니다. 선친(故 이용호 목사)께서 목회자이셨기에 어릴 때부터 교회에서 피아노 치며 음악과 가깝게 지냈습니다. 연세대 영상음악원·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학과 대학원(석사 학위 취득)에서 공부했습니다.”
그는 가곡이나 클래식에 한정되는 음악가가 아니다. 여러 장르 음악을 능숙하게 다루며 다방면에서 전천후로 활동한다. 성악을 전공했는데 “작곡이 재미있고 컴퓨터를 좋아해” 줄곧 다채롭게 궁리·시도·도전을 감행했다. “예컨대 창경궁 덕수궁 궁중문화축전 등에 한국 가곡과 현대음악을 원용한 작품으로 참여했고 부산 광안리어방축제 주제곡 ‘고마쎄리’와 부산 콘텐츠인 ‘정과정’ 등을 작곡했습니다. 어린이 애니메이션 ‘치치핑핑’의 노래도 주제곡도 만들었죠.”
대만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싱가포르에 진출한 넌버벌 퍼포먼스 ‘파이어맨’(음악감독과 작곡), 부산 연극인 주혜자가 연출한 ‘안네 프랑크’(음악감독과 작곡), 포항시립극단 ‘벙어리 삼룡이’(음악감독과 작곡), 오치운 연출가 연극 ‘우리 엄마 정숙이 차여사’(음악감독과 작곡)…. 그가 보내온 이력서는 5쪽에 달했다. 부산 기획사 청춘나비가 제작해 좋은 평을 받은 뮤지컬 ‘살.그.시’ 음악감독도 맡았다.
올해 들어 4월까지 극단 배관공 ‘두 번째 시간’, 부산시립극단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포항시립극단 ‘뮤지컬 : 연습학교’를 했다. 지난해 10월 극단 가마골과 함께 공연한 부산 콘텐츠 ‘뮤지컬 명정의숙’도 음악감독 및 작곡자인 그에게 인상 깊었다. 현대자동차 뮤지컬 부문 대상을 받은 뮤지컬 ‘나는 독립군이 아니다’에서는 작곡을 맡았다. 부산을 중심으로 하되 지역에 구애됨 없이 가곡·클래식·연극·뮤지컬·동요·방송·영상을 아우르는 그의 활동 이력은 무척 활발하다.
“대학 시절 부산대 박성완 교수님 팀에서 국제신문 주최 한낮의 유U:콘서트를 돕는 일도 오래 했습니다. 2016년 주혜자 연출가 팀에 속해 미국 뉴욕에 ‘안네 프랑크’ 한 달 일정 공연을 갔을 때 다른 분은 모두 귀국했는데, 저 혼자 현지에 남아 4개월에 걸쳐 브로드웨이 뮤지컬, 브런치 콘서트, 재즈 공연을 샅샅이 섭렵한 체험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는 부산 금정구에서 ‘만지작 作 엔터테인먼트’(만지작)라는 음악 콘텐츠 업체를 운영하며 대표 프로듀서(Chief Producer)로 활동한다. “부산에는 좋은 음악인과 공연예술가가 정말 많습니다. 일거리가 없어서 부산을 떠나야 하는 처지에 내몰리는 경우도 많죠. 저는 이분들과 함께 부산을 바탕으로 한 음악을 콘텐츠로 창작해 다양한 온·오프라인 플랫폼에서 유통되게 하려 합니다.” ‘낙화’뿐 아니라 이형기 시인의 ‘호수’도 가곡으로 만든 그는 “결혼해 아이를 키우다 보니 동요에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작곡가 이영재의 궁리와 시도가 새로운 기대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