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홀로코스트서 발견하는 우리 시대의 비극

‘존 오브 인터레스트’

  • 조재휘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4-06-13 19:21:11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홀로코스트는 일종의 영화사(映畵史)이기도 하다. ‘밤과 안개’(1956)와 ‘쇼아’(1985), ‘쉰들러 리스트’(1993)와 ‘피아니스트’(2002), 그리고 ‘사울의 아들’(2015)까지, 이를 다루는 작품은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만들어져 왔다. 유대인 학살 역사는 끝내 지워지지 않는 근현대사의 원죄(原罪)이기 때문이다. 근대 문명과 합리적 이성, 자본주의와 산업사회의 성취가 체계적·조직적이며, 효율적인 방식으로 살인을 수행하는 데 동원됐다는 사실 앞에서 우리는 비극을 넘어 현대사회의 바탕에 깔린 비인간성의 원형을 보게 된다.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존 오브 인터레스트’ 스틸컷. ‘왜 우리가 홀로코스트를 돌이켜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서늘한 응답이다. 공식 홈페이지
조나단 글레이저의 ‘존 오브 인터레스트(2023)는 “왜 우리가 다시금 홀로코스트를 돌이켜보아야 하는가?“는 질문에 대한 서늘한 응답이다. 우선 두드러지는 독특한 점은 학살 현장인 수용소 안이 아니라 장벽 바깥을 다룬다는 데 있다. 빔 벤더스도 말하지 않았던가? “영화의 역사에서는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가장 큰 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폭력을 직접 보여주는 방식은 두려움과 연민의 감정적 반응을 자아내지만, 이미지가 주는 즉각적인 인상의 강렬함은 참상을 가능케 한 원인에 대해 망각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반대 방향으로 나아간다. 아우슈비츠 내부를 보여주지 않지만, 오히려 그럼으로써 우리는 저편 너머에서 들려오는 사운드를 통해 폭력이 존재함을 의식하고 사유할 기회를 얻는다. 카메라는 관객의 시선을 지극히 일상적인 시점에 머물도록 강제한다. 수용소 소장 루돌프 회스(크리스티안 프리델)와 아내 헤트비히 회스(산드라 휠러)는 겉으로 보면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외부의 폭력으로부터 분리된 공간 내 일상의 평온함은 프레임 바깥의 현실과 대치된다.

그러나 나치 독일의 법은 보이지 않는 중력으로 내부에 드리워져 있다. 장난으로 동생을 정원 온실에 가두는 형, 하녀를 학대하는 부인의 히스테리, 수용소 여성과 바람을 피우고는 마치 불결한 걸 접했다는 듯 공들여 자신의 성기를 씻는 회스의 모순된 행동은 이 체제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시대상의 축소판이다.

회스가 선물인 보트를 받기 전에 눈가리개를 하고 나오는 장면은 무척 상징적이다. 신경에 거슬리는 불쾌한 것에서 눈을 돌리고 치워버리겠다는 안간힘은 창문을 닫고 커튼을 치는 행동의 반복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시각을 차단할 수는 있을지언정, 들리는 청각까지 그럴 수는 없는 법이다. 외부의 비인간성을 무시하는 듯하지만, 등장인물들은 분명하게 이를 의식하고 있고 이 모순과 균열 속에서 인간성은 망가지고 만다.

그리고 추락하듯 어두운 계단을 내려가는 회스의 동선을 비추던 카메라는 지금의 아우슈비츠로 넘어가며 그 현재적 의미를 완성한다. 회스 일가족의 귀족적인 전원생활이 그랬듯,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은 누군가의 죽음과 고통, 착취의 산물일 수 있고, 장벽과 유리창 한 장 너머로 절망의 심연이 자리한다. 하지만 우리는 세계의 실상에 대해 더없이 무관심하고, 타자와의 소통을 거부하며 자신의 고통에만 몰두한다. 그러는 한 이 시대는 영영 끝나지 않는, 홀로코스트의 고요한 연장일 수밖에 없다는 침묵 속의 외침이 더없이 뼈아프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3. 3‘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4. 4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5. 5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6. 6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7. 7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8. 8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9. 9부산에 둥지 수산무역협회…김 등 수출 드라이브
  10. 10‘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1. 1‘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2. 2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3. 3교육위 국감 화두 ‘교부금 축소’…“교육감 대응도 안일” 질타
  4. 4부산회생법원 국감 “지역언론 가치 고려 국제신문 살펴야”
  5. 5與, 초광역특구법안 발의 “주 52시간 특례 숙의”
  6. 6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7. 7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8. 8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9. 9[2026 국감 브리핑]조경태 “최고 시스템 갖춘 건기연이 가덕도신공항 부지 침하 연구해야”
  10. 10[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北 적반하장 용납 못해…추가 도발 감행시 단호하게 대응”
  1. 1‘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2. 2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3. 3부산에 둥지 수산무역협회…김 등 수출 드라이브
  4. 4송도 바다서 만난 융드립 커피 한 잔
  5. 5가덕 6200억 증액 확약 절실…국회는 특별법 개정안 논의
  6. 6관광과 지역민 함께 성장을…세계가 부산서 묘책 찾는다
  7. 7“친환경 항만 투자 100억 당, 부산 124억 생산유발”
  8. 8부산은행, 불꽃축제 등 지역축제 발전에 2억 후원
  9. 9동남아 접수하러 ‘부산표 게임’ 방콕행
  10. 10예탁원 나눔재단, 17년째 지역상생 실천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3. 3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4. 4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5. 5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6. 6APEC공원·금련산역 러너지원공간 문 열어
  7. 7“기존 공부량 유지하며 취약점 공략…남은 주말 수능처럼 모의고사를”
  8. 8“광안리 해변 보행공간 개선…구 차원 추가 캐시백 검토중”
  9. 9사망사고 1년 만에…부산구치소 수감자 집단폭행 재발
  10. 10구·군 일손 적고 주인 자비부담 꺼려…슬레이트 철거 하세월
  1. 1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2. 2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3. 3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4. 4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5. 5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6. 63연승 KIA, LG 꺾고 23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
  7. 7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8. 8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9. 9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10. 10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우리은행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남인목-웃는 나무
강동윤-Pixelated Oasi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1일 (음 9월 1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0일 (음 9월 10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