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산 보광고 교사 김호준 작가
- 상대의 폭력 단호히 규정하지만
- 무모하게 나서지 않는 주인공들
- 냉정한 현실 냉철한 문체로 담아
 |
| 김호준 작가 |
가장 먼저 떠오른 낱말은 하드보일드(hard-boild)였다. 작가 김호준은 소설집 ‘대단한 건, 말이었다’에서 냉정·냉철한 문체를 구사한다. 과잉된 감정이나 화려한 수식은 쓰지 않는다. 책에 실은 단편소설 7편 가운데 첫 작품인 ‘차가운 방’과 끝 작품인 ‘화살이 사라진 자리에서’는 특히 이런 개성을 잘 보여준다. 먼저 ‘차가운 방’. 주인공은 평생 덤프트럭 기사로 일했다. 직업 특성상 일 년에 집에 들어가는 날은 얼마 되지 않는다. 길 위에서 죽어라 일하면서도 가족을 위해 돈을 번다는 자부심이 그를 지탱했다.
그는 지금은 “이혼한 늙은 외발”(15쪽)일 뿐이다. 겨우겨우 덤프트럭 할부금을 완납해 동료 기사들과 작은 잔치를 한 날 크게 사고가 나 발도 차도 잃었다. 아내가 예비 사위를 집으로 초청해 밥을 대접하는 날이었다. 아내는 늙고 병들고 다치고 초라한 그를 방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게 한다. 그래 놓고 거실에서 아내·딸·아들·예비사위는 밥을 먹는다. 방 안에 갇힌 그가 갈등하면서도 끝내 방 바깥으로 나오지 않고, 가족이 자신을 빼고 잡채와 갈비찜과 불고기와 과일을 먹는 모습을 오직 ‘소리’로만 느끼는 장면은 압권이다. 이제는 차가운 방에서 혼자 사는 주인공은 함께 사냥하다가 다쳐 버림받은 암사자 주위로 어둠이 깔리고 하이에나떼가 울음소리를 내며 포위망을 좁혀 오는 TV 장면을 떠올린다.
1969년생 김호준 작가는 경남 양산시 보광고등학교에서 현재 26년째 국어교사로 재직한다. 2017년 펴낸 장편소설이자 청소년 성장소설 ‘디그요정’은 큰 관심을 끌었다. 그의 첫 단편집 ‘대단한 건, 말이었다’에 게재한 소설에서는 하드보일드 느낌, 절실함, 작은 항아리 안에 삶과 세상 이야기를 꽉 꽉 눌러 담은 듯한 진득함·진지함이 느껴진다.
주인공들은 상대가 권력을 이용해 나를 물리·정신적으로 착취·이용하려 드는 모습을 단호하게 ‘폭력’으로 규정할 줄 아는 분별력을 가졌다. 때리는 것만 폭력이 아니다. “나는 부장이 내가 참기로 한 선을 넘어서 억압하면 내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었다”(38쪽) “여고 교장이 나를 막 대하면 내가 어떻게 변할지 나도 알 수 없었다”(165쪽)고 고백할 만큼 ‘시방 위험한 짐승’이기도 하다(김춘수의 시 ‘꽃을 위한 서시’에 나오는 표현).
그러나 대체로 주인공들은 순진·무모·조급하게 현실에 뛰어들지는 않는다. 현실은 더 복잡하고 냉정하며 험하기 때문이지 싶다. 주인공들은 체험을 통해 세상을 잘 안다. 맥없이 물러나지도 않는다. 그럼 뭔가? ‘화살이 사라진 자리에서’처럼 주인공은 차갑게 머리를 굴리며 계산도 하고, ‘뿌리 없이 자라는 나무’ 주인공 ‘똥차’처럼 에라 모르겠다, 무시하고 딴 데로 튀기도 한다. 삶의 맛이 배어 나오는 소설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