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어선생님의 단편소설집, 진득한 삶의 이야기 담았다

대단한 건, 말이었다- 김호준 소설집 /트임9 /1만4500원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4-06-13 19:12:49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양산 보광고 교사 김호준 작가
- 상대의 폭력 단호히 규정하지만
- 무모하게 나서지 않는 주인공들
- 냉정한 현실 냉철한 문체로 담아

김호준 작가
가장 먼저 떠오른 낱말은 하드보일드(hard-boild)였다. 작가 김호준은 소설집 ‘대단한 건, 말이었다’에서 냉정·냉철한 문체를 구사한다. 과잉된 감정이나 화려한 수식은 쓰지 않는다. 책에 실은 단편소설 7편 가운데 첫 작품인 ‘차가운 방’과 끝 작품인 ‘화살이 사라진 자리에서’는 특히 이런 개성을 잘 보여준다. 먼저 ‘차가운 방’. 주인공은 평생 덤프트럭 기사로 일했다. 직업 특성상 일 년에 집에 들어가는 날은 얼마 되지 않는다. 길 위에서 죽어라 일하면서도 가족을 위해 돈을 번다는 자부심이 그를 지탱했다.

그는 지금은 “이혼한 늙은 외발”(15쪽)일 뿐이다. 겨우겨우 덤프트럭 할부금을 완납해 동료 기사들과 작은 잔치를 한 날 크게 사고가 나 발도 차도 잃었다. 아내가 예비 사위를 집으로 초청해 밥을 대접하는 날이었다. 아내는 늙고 병들고 다치고 초라한 그를 방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게 한다. 그래 놓고 거실에서 아내·딸·아들·예비사위는 밥을 먹는다. 방 안에 갇힌 그가 갈등하면서도 끝내 방 바깥으로 나오지 않고, 가족이 자신을 빼고 잡채와 갈비찜과 불고기와 과일을 먹는 모습을 오직 ‘소리’로만 느끼는 장면은 압권이다. 이제는 차가운 방에서 혼자 사는 주인공은 함께 사냥하다가 다쳐 버림받은 암사자 주위로 어둠이 깔리고 하이에나떼가 울음소리를 내며 포위망을 좁혀 오는 TV 장면을 떠올린다.

1969년생 김호준 작가는 경남 양산시 보광고등학교에서 현재 26년째 국어교사로 재직한다. 2017년 펴낸 장편소설이자 청소년 성장소설 ‘디그요정’은 큰 관심을 끌었다. 그의 첫 단편집 ‘대단한 건, 말이었다’에 게재한 소설에서는 하드보일드 느낌, 절실함, 작은 항아리 안에 삶과 세상 이야기를 꽉 꽉 눌러 담은 듯한 진득함·진지함이 느껴진다.

주인공들은 상대가 권력을 이용해 나를 물리·정신적으로 착취·이용하려 드는 모습을 단호하게 ‘폭력’으로 규정할 줄 아는 분별력을 가졌다. 때리는 것만 폭력이 아니다. “나는 부장이 내가 참기로 한 선을 넘어서 억압하면 내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었다”(38쪽) “여고 교장이 나를 막 대하면 내가 어떻게 변할지 나도 알 수 없었다”(165쪽)고 고백할 만큼 ‘시방 위험한 짐승’이기도 하다(김춘수의 시 ‘꽃을 위한 서시’에 나오는 표현).

그러나 대체로 주인공들은 순진·무모·조급하게 현실에 뛰어들지는 않는다. 현실은 더 복잡하고 냉정하며 험하기 때문이지 싶다. 주인공들은 체험을 통해 세상을 잘 안다. 맥없이 물러나지도 않는다. 그럼 뭔가? ‘화살이 사라진 자리에서’처럼 주인공은 차갑게 머리를 굴리며 계산도 하고, ‘뿌리 없이 자라는 나무’ 주인공 ‘똥차’처럼 에라 모르겠다, 무시하고 딴 데로 튀기도 한다. 삶의 맛이 배어 나오는 소설집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4. 4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5. 5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6. 6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7. 7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8. 8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9. 96일 개막 BIFF도 ‘암살자(들)’ 후폭풍…레드카펫·무대 행사 줄취소
  10. 10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1. 1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2. 2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3. 3국힘, 장외집회로 정부·여당 압박…민주 “張, 북치고 고함만”(종합)
  4. 4[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5. 5'좌아하게'? 다시 논란 부른 이 대통령 SNS 정치
  6. 6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7. 7[속보]민주당, 국힘 집회에 “극우 유튜버들 박수 세례에 중독된 장동혁”
  8. 8與 “조희대, 국감 출석 불응 의사…불출석은 국회법 위반”
  9. 9'광대극' 조소 이어 미사일로 응답한 北. 좁아진 청와대 입지
  10. 10李대통령, 금융기관 개인정보 유출에 “철저 조사 지시”
  1. 1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2. 2‘직원용 시스템’ 등 빈틈 공격…現 보안체계론 AI해킹 무방비
  3. 351억 예상 임대수입 다시 계산하니 29억? 사업성 검증 논란
  4. 4부산의 혁신 기업들, 지역발전 동맹 결성
  5. 5CU ‘리센느 빵’ 보름만에 60만 개 판매
  6. 6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7. 7나들이객 마음에 쏘~옥…유통가 의류·와인 행사 가을대전
  8. 8해운대 노을 보면서 명상…파라다이스호텔 오션힐링
  9. 9부산銀, 산업 전문성 더해 지역기업 금융 강화
  10. 10“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4. 4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5일
  6. 6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7. 7기장 병산저수지 때 아닌 녹조…악취 진동
  8. 8[한 손 뉴스] 1400년 역사 동래온천지구…전국 네 번째 온천도시 지정
  9. 9돔 최상층 ‘스카이홀’ 길이 600m 컨벤션 場
  10. 10‘경력 부풀리기’ 의혹 울산교육감 무혐의
  1. 1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2. 2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3. 3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4. 4“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5. 5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6. 6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7. 7‘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8. 8[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9. 9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10. 10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세연-Find Your Brave
박자현-꾸지 않는 꿈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5일 (음 8월 25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