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문화재단 창작공간 두구
- 장애 예술가 13인 작품 전시
예술은 오감 중에서도 특히 시각에 집중하는 분야다. 바꿔 말하면 시각을 잃으면 지금 형태의 예술, 그 중에서도 특히 미술은 감상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관람 환경도 녹록지 않다. QR코드를 찍어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는 방식은 보통의 사람들에겐 손쉬운 일일지 몰라도 뇌병변 장애나 지적 장애가 있는 경우엔 큰 낭패로 다가올 만하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의 미술관은, 그리고 예술은 장애인에게 한없이 문턱이 높은 영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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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현대미술관 ‘미술관 밖 프로젝트#1-6_열 개의 눈’에 참여하는 홍보미 작가의 작품. 홍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시각장애 학생과 교감한다.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
부산에서 장애인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장애인은 전시를 즐기는 관람객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작품을 내어놓는 전시의 주체가 되기도 한다. 어떤 방식이든 장애인이라는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는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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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문화재단과 부산시설공단 남부지하도상가사업소가 함께 추진한 남포역 지하도상가 셔터 그림 작품. 부산문화재단 제공 |
부산현대미술관이 오는 10월까지 진행하는 ‘미술관 밖 프로젝트 #1-6_열개의 눈’은 ‘가치있는 사회적 변화에 이바지한다’는, 동시대 미술관이 공통으로 고민하는 공공의 역할 연장선에 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에 눈길이 가는 것은 미술관에 전시를 차려놓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전시를 들고 미술관 밖으로 장애인을 찾아 나선다는 점이다. 6명의 예술가는 각기 다른 6개의 프로젝트를 들고 현장으로 뛰어든다. 홍보미 작가는 시각예술과 가장 먼 거리에 있는 시각 장애 학생들을 만나러 부산맹학교로 간다. 작가는 시각 장애인들이 생각하는 미술은 어떤 형태인지, 그리고 이들이 미술에 무엇을 기대하는지에 귀기울인다.
퍼포먼스 위주의 활동을 하는 조영주 작가는 지적 장애 등 정신장애인들을 만난다. 조 작가가 만든 퍼포먼스 ‘살핌운동’을 통해 장애인과 이들의 보호자가 서로의 역할을 바꿔 활동해봄으로써 서로가 상호보완적 관계라는 점을 재확인하는 기회를 준다.
김은설 작가는 자신이 청각 장애를 안고 살면서 제약을 받았던 소통 방식을 어떻게 예술작품으로 승화했는지 ‘풀칠놀이’라 이름붙인 설치작품을 통해 이야기하며, 사운드 아티스트 팀 SEOM:(섬:)은 시각과 청각이 교차하는, 소리 보기·읽기·떠올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수개월에 걸쳐 진행된 이들의 작업 결과물은 오는 9월 25일부터 10월 20일까지 동아대 석당미술관에서 전시를 통해 공개된다. 부산현대미술관은 예술과 장애인 나아가 다양한 사회적 약자와의 소통과정을 내년 3월로 계획하고 있는 무장애 전시에 녹여낼 방침이다.
부산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포용적 예술공간인 창작공간 두구에서는 이달 30일까지 전시 ‘아는 것은 사랑이며 빛이고 비전이다’ 展이 열린다. 지난해 말 문을 연 창작공간 두구와 앞서 2020년 자리 잡은 장애예술인 창작공간 온그루를 터전삼아 활동을 이어 온 13명의 예술가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전시는 자연 동물 풍경 캐릭터 등 평범한 소재가 장애라는 프리즘을 통과해 어떤 모습으로 달라지는지에 집중한다. 나아가 전시는 장애는 ‘장애물’이 아니라 삶의 일부이자 그 자체임을 알려준다. 특히 이번 전시는 전시를 후원한 부산시의회와 협업한다. 창작공간 두구 전시 방문 인증샷을 촬영한 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하거나 카카오채널, 이메일로 방문 이벤트에 참여한 시민을 대상으로 시의회는 추첨을 통해 20명을 선정, 문화상품권 3만 원을 지급한다. 전시와 이벤트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부산시의회 홈페이지나 창작공간 두구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산 도시철도 1호선 남포역 지하도상가 셔터 그림도 장애 예술인들의 작품이다. 부산문화재단과 부산시설공단 남부지하도상가사업소는 문화거리를 조성하기로 하고 온그루 소속 작가들에게 셔터 작품을 맡겼다. 입주예술가 5명은 모두 11개의 작품을 완성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강준영 작가 ‘어울림’)을 묘사하거나 고래의 꿈을 통해 희망을 전하기도 하고(조태성 작가 ‘고래의 꿈’) 지리산에 사는 반달 가슴곰을 불러내기도(김두용 작가 ‘싱그러운 자연을 품에 안으며’)한다. 낮 시간대에는 셔터작품을 보기 어려운 점을 감안, 작품은 모두 온그루 누리집(www.ongrubscf.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