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일인칭 문화시점] 연극연출가 13인이 저마다 재해석한 ‘로미오와 줄리엣’

2024 나는연출이다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4-07-14 19:39:16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2년간 쉬고 올해 12번째 무대
- 각각 주어진 공연시간 10분내
- 셰익스피어 불후의 명작 각색

일상이 지겨운 유튜브 크리에이터 줄리엣은 어떤 일을 감행할까. 또 다른 작품에서는 줄리엣이 달에 홀로 착륙한다. 로미오가 사랑을 맹세했던 바로 그 달이다.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지난 13일 ‘2024 나는 연출이다’에서 공연한 창작집단 문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연출 배문수) 리허설 장면. 청춘나비 제공
강렬한 사랑과 비극적 죽음의 대명사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가 13명 연출가에 의해 각기 다른 모습으로 가로세로 2m짜리 무대에서 재탄생했다. 지난 13일 오후 부산 남구 경성대 앞 문화골목 용천소극장에는 한 평짜리 무대를 둘러싼 80석 넘는 객석이 가득 찼다. 10분짜리 단막극 13작품, 인터미션 20분, 연출가와 관객 간 대화 30여 분, 총 러닝타임 3시간30분인 ‘2024 나는 연출이다’ 공연을 보기 위해 모인 관객이었다. 지난 13일 13인 연출가의 13색 무대를 직관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첫눈에 반한 젊은 남녀가 강렬한 사랑에 빠지지만, 가문 간 갈등으로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하다 결국 비극적 죽음을 맞는 내용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남긴 위대한 희곡 가운데 한 편으로 초연 이후 400년 넘게 전 세계에서 영화 뮤지컬 연극 드라마 등으로 제작되며, 연인 간 강렬한 사랑을 이야기할 때 줄기로 등장하는 단골 로맨스 소재이며 이야기 원천이다.

10분의 공연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연출가들은 주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과 그 에너지에 주목했다. 일본 M.M.S.T 모모세 토모히데 연출가는 ‘Harness ’를 통해 기타 소리와 배우가 대화하는 실험적 방식을 선보였다. 발코니에서 엇갈린 운명에 괴로워하는 줄리엣의 절규에 로미오 역의 기타리스트가 선율로 조화를 이뤘다. 줄리엣의 드레스에 별빛이 쏟아지는 듯한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극단 살도델꾼토의 ‘함께 한 날’(연출 문성운) 리허설 장면. 청춘나비 제공
익숙한 스토리에서 벗어난 작품은 신선함을 줬다. 극단 살도델꾼토(부산) 문성운 연출가는 먼 훗날 자신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시 듣고 그때를 추억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 먹먹한 감동(‘함께 한 날’)을 선사했다.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환승연애 같다”는 재치 있는 관객 평도 잇따랐다. 창작집단 문(부산) 배문수 연출가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죽음으로 내몬 가문 갈등이 실은 사소한 다툼에서 출발했다는 상상력(‘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무대로 올렸다.

짧은 시간임에도 연출가들이 관객에게 던진 메시지는 또렷했다. PERFORMANCE PROCESSING TODAY(부산) 강태욱 연출가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400년 넘게 세계 모든 공연에 출연한다는 가상의 설정(‘죽음의 일상으로부터 427년’)으로 사랑과 죽음을 반복하는 그들의 일상 속에서 삶의 가치에 관한 화두를 유쾌·진지하게 되물었다.

극단 따뜻한 사람(부산) 허석민 연출가는 위기에 놓인 두 사람의 각기 다른 대응 방식을 섬세히 드러내며 세상을 살면서 위기에 직면할 것인지 마주 볼 것인지에 대해 질문(‘마주보다’)을 던졌다. J(줄리엣)가 죽은 로미오의 유골과 함께 한때 그들이 사랑을 맹세한 달에 영원히 착륙하는 ‘IDO’(대구 극단 헛짓 이하미) 역시 긴 여운을 남겼다.

2011년 출발한 ‘나는 연출이다’는 2년간의 휴식을 마치고 올해 12회째 행사를 치렀다. 6명 연출가가 20분씩 연출하던 데서 올해 13명 연출가가 10분씩 공연하는 것으로 형식을 크게 바꿨다. 각기 다른 미션과 주제로 13·14일 이틀간 공연했고, 지난 12일에는 연극인들이 현안을 논의하는 콘퍼런스도 열었다.

‘나는 연출이다’는 소품과 조명 활용, 연출 방식이 작품과 무대를 어떻게 변모시키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연극인에게는 훌륭한 ‘워크숍’ 역할을 하고, 관객에게는 연극의 묘미를 직접 느끼게 해 지역 공연 발전의 든든한 기반이 될 수 있는 시도이다. 이 공연을 제작한 청춘나비 강원재 프로듀서는 “연출가에게 자율성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모든 현실적인 문제에서 자유로운 상태로 연출가들이 토해내는 연극으로 그들의 색깔이 어떻게 표출되는지 느꼈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현금 쌓아놓고 34억 체납 지광(국제신문 대주주), 국세청 나서라”(종합)
  2. 2분당 라면 600개…농심 부산수출공장 가동
  3. 3與 부산 지역위원장 출신, 공공기관 임원 잇따라 꿰차
  4. 4영도 해양박물관 앞 산책로, 넉달째 쑥대밭
  5. 5창원 제2국가산단 3년 표류 마침표?
  6. 6밤바다에 핀 불꽃 8만 송이…120만 명 홀렸다(종합)
  7. 7국제신문 회생, 민주노총과 연대…부산 女NGO·사하구의회 힘보태
  8. 8李 ‘친노 중용’ 승부수…여권 통합·PK 공략 두 토끼 잡기
  9. 9대원 물릴까, 10초 고뇌 끝 불길 속으로…항공기 폭발 막아
  10. 10지방의회 아래 선출직 주민의회…술집 개업 등 찬반 권한
  1. 1“현금 쌓아놓고 34억 체납 지광(국제신문 대주주), 국세청 나서라”(종합)
  2. 2與 부산 지역위원장 출신, 공공기관 임원 잇따라 꿰차
  3. 3李 ‘친노 중용’ 승부수…여권 통합·PK 공략 두 토끼 잡기
  4. 4지방의회 아래 선출직 주민의회…술집 개업 등 찬반 권한
  5. 5장외로 나간 국힘 “李, 본인 사건 특검 임명…끌어내려야”(종합)
  6. 6“주민자치회 활성 위해 獨·스코틀랜드와 같이 정책반영 기반 필요”
  7. 7국힘 “이용철, 대장동 숨은 설계자” 민주 “법조 베테랑…법무장관 적격”
  8. 8與 “내란잔당 국힘 후안무치…탄핵 거론 제정신 아냐”
  9. 9靑 국정상황실장에 울산 연고 김태근 비서관, 2기 참모진 개편 PK 전면에
  10. 10민주 “정부에 ‘실거주 구분 없이 종부세 공제 14억’ 강력 요구”
  1. 1분당 라면 600개…농심 부산수출공장 가동
  2. 2밤바다에 핀 불꽃 8만 송이…120만 명 홀렸다(종합)
  3. 3정지선 훠궈, 전주 명물 칼국수…롯데百 맛집에 외국인도 줄선다
  4. 4외국인, 올해 1~9월 부산서 카드 1조원 넘게 썼다(종합)
  5. 5해군·해병대 AX 거점, 부산에 ‘둥지’
  6. 6국산화·지역 상생 앞세워 해상풍력 박차
  7. 7HUG 10개월 만에 또 수장 공백…당분간 대행체제 불가피
  8. 8신세계 센텀 ‘라이다’ 팝업 오픈
  9. 9폭락장 반대매매 막아라…신용융자 담보비율 의무 면제(종합)
  10. 10‘블루 쓰나미’ 충격 여전…美기술주 반등에도 코스피 안갯속(종합)
  1. 1영도 해양박물관 앞 산책로, 넉달째 쑥대밭
  2. 2창원 제2국가산단 3년 표류 마침표?
  3. 3국제신문 회생, 민주노총과 연대…부산 女NGO·사하구의회 힘보태
  4. 4대원 물릴까, 10초 고뇌 끝 불길 속으로…항공기 폭발 막아
  5. 5부울경 비 내리며 기온 뚝(종합)
  6. 6고령면허 자진반납땐 최대 30만 원…7534명 ‘응답’
  7. 7[한 손 뉴스] 기장 문오성마을 어르신들, 트롯그룹 결성 자작곡 발매
  8. 8광안동 인도 돌진 벤츠 운전자 2심 법정구속
  9. 9탐방 허용-자연보전 통제 ‘절묘한 균형’…100년 지킨 원칙
  10. 10이웃자녀 학대 사망 부추겼다…‘공부방 이모’ 징역 20년 확정
  1. 1“국제신문 골프대회, 아마추어 골프 발전의 든든한 버팀목 되길”
  2. 2남자부 A조 어정우 씨 “뜻밖의 우승…양산과의 인연 감격”
  3. 3가을이 물든 필드…아마골퍼 300여 명 ‘열정·화합의 샷’
  4. 4남자부 B조 홍정삼 씨 “퍼트 감각 빛나…목표는 A부 우승”
  5. 5여자부 우승자 황은경 씨 “매번 새로워…건강하게 오래 즐기고파”
  6. 6삼성,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 탈환…통산 9번째 우승
  7. 7‘승률 98.6%’ 배드민턴 안세영,사상 첫 2시즌 연속 11승
  8. 8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9. 9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10. 10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재일동포들 고국 그리며 전승한 예술, 부산서 원없이 펼쳤다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알쏭달쏭 한자어 오독 소동 外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변대용-The Flowers’ Stroll
장 마리 해슬리-Gymnopedies(짐노페디)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극락암 벚나무 /홍종원
곰 두 마리 /황인숙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250만 넘은 ‘치이카와’ 4주째 1위…브래드 피트 ‘하트 오브 비스트’ 2위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9일 (음 10월 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5일 (음 9월 26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단풍잎이 봄꽃보다 붉다고 읊은 당나라 두목의 시
깊어가는 가을에 밤하늘 별을 읊은 이덕무의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