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소설로 써내려간 사부곡…‘광기의 시대’ 부산을 투영하다

조성기 작가 ‘아버지의 광시곡’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4-07-18 18:05:38
  •  |   본지 1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박정희 시절 父의 곤고한 일상
- 서면 동보극장서 본 ‘알렉산더’
- 국제신문에 실린 아버지 사진 등
- 부산 렌즈로 숨은 요소 살펴봐

어쩌면 이 소설은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아버지는 내 고생의 원천이었고 내 사춘기의 낭만을 앗아간 장본인이었다.” (83쪽) 작가 조성기가 최근 펴낸 장편소설 ‘아버지의 광시곡’(한길사·사진)을 저 문장과 함께 펼치는 데는 이런 사연이 고여 있다. “4·19 혁명 직후 아버지는 부산지부 초등학교 교원노조 위원장이 되었다. ‘부산일보’와 ‘국제신문’에 아버지의 사진과 이름이 실려 있는 것을 종종 보기도 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교원노조 운동을 밀고 나가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것 같았다.” (17쪽)
장편소설 ‘아버지의 광시곡’을 펴낸 작가 조성기(왼쪽)와 소설 배경이 되는 1960년대 부산 중구 영주동 일대 사진. 한길사 제공·국제신문 DB
거기에는 아버지의 다음과 같은 성격과 실천도 작용한 듯하다. “아버지는 자기 대신 동지 한 사람이라도 더 복직될 수 있도록 스스로 복직을 포기했다.” (129쪽)

세월은 흘러 작중 화자(작가 조성기)는 소설가로 등단하고, 어느덧 아버지 임종을 부산 서구 복음병원에서 맞이한다. 그 시점에 작가는 곱씹는다. 좀 긴데, ‘아버지의 광시곡’에서 정점을 이루는 대목으로 다가온다.

“사랑받는 아픔. 사랑을 주는 데도 아픔이 따르지만 사랑을 받는 데도 아픔이 있는 법이다. 한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전 존재의 변화를 의미하므로 존재가 변화하는 진통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인간들이 신의 사랑을 거부하는 것도 사랑받는 아픔, 다시 말해 존재의 변화에 따르는 아픔을 감당하고 싶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아버지의 사랑을, ‘사랑받는 아픔’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받기를 원하지만 이미 때가 늦어버렸다.(269~270쪽)

작가 조성기는 한국 문단에서 특별하고 각별하다. 그는 1951년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청소년기를 오롯이 보내고 경기고로 진학하며 서울로 간다. 가난한 유학생인데도 경기고 1학년 때 전교 1등을 하는 등 기염을 토한 뒤 서울대 법대에 진학하는데, 끝내 선택한 길은 소설가였다. 그리고 종교(기독교)였다.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그는 한국 문단의 중요한 작가가 된다. 편벽되지 않고 세상에 열려 있으면서 동시에 정신성·종교성에서 비롯되는 큰 질문을 작품 속에 쟁여넣는 방식으로 작품세계를 쌓아갔다.

그에 관한 설명으로 “문학과 종교의 접점을 탐색하며 한국문학의 독특한 지평을 열어 온 작가”라는 문구도 있다. 그는 1985년 오늘의 작가상, 1991년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물론, 뒤로 가면서 관심 영역을 확장하며 다양한 작품을 발표하고 동양고전 연구가 등으로도 이름을 알린다.

지난 5월 나온 ‘아버지의 광시곡’은 “광기의 시대를 살다 간 아버지의 곤고한 일상을 그리다”로 압축되는데, 작가의 인생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소설을 ‘부산’이라는 렌즈로 보면 또 다른 흥미 요소가 쏟아진다. 1950~1960년대 부산 풍경이 듬뿍 담겼다. 일부는 이러하다.

“(옆 반 반장) 백영옥은 전두환 12·12 쿠데타 때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지키려다가 전사한 전속부관 김오랑 소령의 아내로 실명한 가운데 추락 의문사를 당했다. 둘 다 아버지를 따라 전학한 학교(부산 봉래초등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이었고 아버지의 제자들이었다.” “아버지는 술 취한 중에도 …한 집 한 집에다 대고 삿대질까지 하며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너, 국제신문 다니지? 기사 똑바로 쓰란 말이야!’”

“아버지와 함께 작가 이병주 집에 들러 서재로 들어섰을 때 우선 그의 우람한 덩치와 함께 서가를 가득 메운 책들에 압도당했다.” “국민학교 2학년 무렵 아버지가 나를 서면 동보극장에 데려간 적이 있었다. 마침 리처드 버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알렉산더 대왕’이 상영되고 있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3. 3‘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4. 4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5. 5“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6. 6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7. 7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8. 8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9. 9“부캉이 테마공원 만들자”…동구는 조형물 설치 검토
  10. 10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3. 3국정원 “우크라가 北포로 송환 비공개 먼저 요청”(종합)
  4. 4‘김종서함’ 울산 진수식 찾은 이재명 대통령 “자주국방이 주권”
  5. 5여야 “軍, 북한에 강력 대응” 촉구
  6. 6北지뢰 1발 추가 발견…대북 방송 재개 등 상응조치 촉각(종합)
  7. 7“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8. 8새 광역단체장 재산 1위 김상욱 50억…전재수 6억(종합)
  9. 9[속보] 김여정, ‘DMZ 북한 지뢰’ 발표 전면부인…“서울의 자작광대극”
  10. 10예상보다 무뎠던 검증 칼날…TP원장 후보 기술고도화 초점
  1. 1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2. 2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3. 3“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4. 4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5. 5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6. 6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7. 7“부캉이 테마공원 만들자”…동구는 조형물 설치 검토
  8. 8해운 대기업 부산 이전 효과 내려면…“산업 생태계 구축돼야”
  9. 9반도체 호황에…올 국세수입 478조 역대 최대 예측(종합)
  10. 10삼영이엔씨, 회생계획 인가…3자배정 100억 유증
  1. 1‘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2. 2전재수 전 보좌진 4명 ‘증거인멸’ 유죄(종합)
  3. 3[한 손 뉴스]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들, 올 연말 중국으로 떠난다(종합)
  4. 4朴시정 선거악재 우려 ‘생곡 용역’ 중단…백지화 소문 키워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일
  6. 6“110억 투입 부산 의료버스, 플랫폼업체에 예산 1/3 지급”
  7. 74년 방치 창원 짚트랙, 새 체험시설 만든다
  8. 8바리케이드 걷힌 소녀상…2년여 만에 시민 품으로(종합)
  9. 9“비영리법인 설립, 법 기준 세워야”
  10. 10창녕 2세 아들 숨지게 한 父 징역 17년
  1. 1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2. 2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3. 3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4. 4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5. 5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중국에 역전승 거두고 결승 진출
  6. 69회 4실점 진땀…롯데, 키움에 가까스로 승리
  7. 7공격에 쏟아붓다가 골문 열린 모레노호
  8. 8일본 대회운영 왜 이러나…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판정 논란 딛고 동메달 지켰다
  9. 9고성군, 통영시 거제시와 손잡고 2029년 도민체전 공동개최
  10. 10한동희 시즌 23호 홈런 '쾅'…롯데, 키움에 4-2 역전승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日 70년史부터 ‘올나잇’ 상영회까지…애니 세계로 초대
미리보는 제31회 BIFF
연상호 ‘실낙원’ 홍상수 ‘눈 둘 데가 없네’ 등 한자리에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인간 빈자리 차지한 반려 로봇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