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29> 시간과 공간을 담은 지도 함경도 해안지도첩

19세기 말 함경도 지형·가구 수 담아 총 35면…군사 관련 정보없어 이례적

  • 권유리 국립해양박물관 학술연구팀장
  •  |   입력 : 2024-07-24 19:09:07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오늘날에는 검색만 하면 모든 지역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어땠을까? 중앙집권체제를 확립한 조선은 전국을 8도로 나누고, 각 도의 주요 지리 정보를 담은 도별 지도와 고을 지도 등 다양한 형태의 지도를 제작해, 지방을 통치하는데 활용했다. 조선의 대표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 ‘목민심서’에는 고을의 수령인 목민관이 가져야 할 의무와 책임들이 서술되어 있는데, 그중 하나로 관리가 부임한 뒤 서둘러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고을 지도를 그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870년대 이후 함경도 지역을 그린 ‘함경도 해안지도첩’.
“수령은 취임한 지 10일이 지나면 경험이 많은 자들을 불러 그 고을의 지도를 작성하게 하되, 내가 이 지도를 만드는 것은 민호의 성쇠를 알고자 함이니, 기와집이 몇 집이며 초가집이 몇 집인가 자세히 탐지하여 한 집이라도 틀리는 일이 없어야만 죄가 없는 것이다.”

고을 지도를 통해 지방관이 홍수, 가뭄 등의 자연 재해에 대응하고, 고을의 인원과 세금 징수 등의 정보를 통해 자신의 관할 구역을 잘 파악하는 것이 필수 요소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각 지역의 지도를 작성하고 활용하는 일은 지방 통치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국립해양박물관 3층 해양관에는 1870년대 이후 함경도 지역을 그린 ‘함경도 해안지도첩’이 있다. 총 35면에 걸쳐 접는 형태로 제작되었는데, 함경도 덕원부터 단천까지의 해안 지형과 바다 산 마을 섬 등을 표시하고 있다.

당시 함경도 지역은 군사적 요충지였으므로, 진(鎭)·병영(兵營)·봉수(烽燧)를 중심으로 하는 군사 목적의 지도가 대부분이었다. 그에 비해 이 자료는 기존 군사 목적의 지도와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이 지도는 육지와 바다 쪽 모두 양방향으로 마을의 상황이 기록되어 있고, 군(郡)·현(縣)·관아(官衙)·감영(監營) 등을 표기했다. 군영 관련 기록은 나타나지 않으며, 역참(驛站)·읍(邑)·마을 이름과 가구 수(戶)·사찰·정자·창고 등의 명칭이 기록되어 있다. 즉 이 지도는 군사적 목적보다는 ‘목민심서’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 지역의 실상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 지도에는 제작 시기를 추정할 수 있는 기록이 있는데, 이는 덕원 원산도의 서원 훼철 기록이다. ‘신안에 주부자(주희·朱熹), 송우암(우암 송시열) 서원이 있는데, 지금은 훼철되었다고 한다.(新安有朱夫子宋尤庵書院 今以毁撤云)’는 주기 사항에서 덕원에서 유배 생활을 한 우암 송시열의 학문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용진서원(龍津書院)의 창건과 훼철에 대한 사항을 파악할 수 있어, 지도의 작성 시점을 1871년(고종 8)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 이후로 추정할 수 있다.

이처럼, 지도 한 장만으로도 우리 조상들이 산 그 시대의 시간과 사람, 공간의 의미를 모두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일 것이다.

※ 국립해양박물관·국제신문 공동 기획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3. 3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4. 4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5. 5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6. 6[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7. 7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8. 8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9. 9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10. 10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3. 3‘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4. 4北 "전날 동해서 2종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5. 5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6. 6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7. 7이 대통령 "부마항쟁 헌법 조문화, 이제는 실천할 때"
  8. 8김민석, 강훈식 서울시장 후보론에 “가능성 열려있다”
  9. 9李 대통령 지지율, 2주 전보다 소폭 오른 44%…부정 평가 49%
  10. 10김지용 “정치검사 1호는 尹”…과거 행적 놓고 與 집안싸움(종합)
  1. 1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2. 2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3. 3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4. 4‘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5. 5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6. 6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7. 7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8. 8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9. 9커피향 가득한 미래 작가들 ‘사랑방’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5일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3. 3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4. 4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5. 5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6. 6“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6일
  8. 8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9. 9거짓자백 받았나…法, 17년전 ‘창원 택시기사 살인’ 재심청구 인용
  10. 10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 배재정 전 의원 실형 구형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5. 5[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윤상건-Creature
박지은- little talk-Venic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5일 (음 9월 5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4일 (음 9월 4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생육신 남효온이 가을 강변의 풍경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