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부산에 대한 기억, 사람 사는 이야기…시어 속 스며든 여름

묵직한 시인 4인의 신작 시집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4-08-13 19:17:39
  •  |   본지 1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등단 56년 강은교 생기있는 문체
- 김요아킴 부산 정겹게 들여다봐
- 김종회 일상의 예술 디카시 소개
- 정희경 현대시조 맛 제대로 선봬

현대인은 시를 읽기 전에 거치는 단계가 있다. 일상의 트랙에서 시의 트랙으로 갈아타는 일이다. 보고서 참고서 교과서 제품설명서 대자보 신문 뉴스, 일상은 산문으로 돼 있다. 그런 일상의 트랙에서 살짝 뛰어 시의 트랙으로 갈아타 보자.

이 트랙에서는 굳이 시를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 어! 느낌 좋은데, 정도도 괜찮다. 모든 시인이 ‘시는 시인 손을 떠나면 독자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놀다가 시간 되면 일상의 트랙으로 건너가면 된다. 휴가철인 여름은 트랙을 넘나들기 좋은 계절이다. 최근 무게감이 확실한 여러 시인이 작품집을 냈다. 여름 문학 선물 같은 느낌이 들어 한데 묶어 소개한다.
바탕은 김종회 시인 디카시집 ‘영감과 섬광’에 실린 ‘관음도 앞바다’ 사진으로, 함께 실린 디카시는 이렇다. “참 맑고 푸른 빛/ 사람 손으로 꾸밀 수 없는 청량/ 바닷가에 숨죽인 별유천지 비인간.” 김종회 제공
■강은교 ‘미래슈퍼 옆 환상가게’

부산에서 활동하는 강은교 시인은 한국 시단에서 우뚝한 존재다. 1968년 ‘사상계’로 등단했으니 시인이 된 지 56년이다. 그의 시어는 세월을 타지 않았다. 언어에 고도의 생기와 선명한 색상이 돈다. 그러면서 심연의 느낌을 낸다. 이번 시집 ’미래슈퍼 옆 환상가게’의 1부와 2부에서 받은 느낌으로 ‘컬러풀(colorful)한 심연’이 있다. 깊은 곳으로 독자를 데리고 가는데 시어는 생기 넘치는 의태어와 다채로운 색상을 내보인다.

1부 ‘운조의, 현(絃)을 위한 파르티타’에 주로 배치한 간결하고 생기·색상·생동감 선명한 작품은 동시에 심연을 들여다본다. 제2부 ‘당고마기고모의 여행노래’는 시집의 절정을 이룬다. 당고마기고모와 함께 미래슈퍼 옆 환상가게에 다녀와 보자.

■김요아킴 ‘부산을 기억하는 법’

김요아킴 시인은 30여 년 전 부산에 정착했다. “낯선 항구 도시, 하지만 세월의 풍화 속에 함께한 무수한 인(因)과 연(緣)들 그리고 이를 통해 현실 속으로 지난하게 뿌리내리려 한”(시집 서문 중) 과정을 거쳐 그는 부산 시단에서 중요한 시인이 되었다. 김 시인은 새 시집 ‘부산을 기억하는 법’에서 부산의 숱한 장소를 하나 하나 정겹게 호명한다. 그 도시가 고향이 아니면서 그 도시에 오래 산 사람이 그 도시를 더 잘 들여다보고 예민하게 느낄 수 있다. 문학 자체가 낯설게, 새롭게 보는 태도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는 금정산을 두고 썼다. “생의 감각이 날밤을 새우며 통증으로 이어지던 날, 조금씩 산의 오솔길이 보이기 시작했다”(‘개심·開心-금정산을 맞았다’ 중). 부산 또한 그렇게 조금씩 더 보이기 시작했을 터이다.

■김종회 디카시집 ‘영감과 섬광’

김종회 시인은 경희대 국문학과 교수로 오래 가르친 저명한 평론가이며 시인이고 이병주기념사업회 공동대표·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촌장이다. 그는 한국에서 디카시를 개척한 주역 가운데 한 명이다. 이번에 펴낸 네 번째 디카시집 ‘영감과 섬광’ 머리말에 그는 이렇게 썼다. “올해는 새로운 한류 문예 장르 디카시가 발원 20주년에 이르는 뜻깊은 해이다.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디카시는 이제 하나의 대세요 시대정신이 되었다.” 그는 ‘디카시 창작의 금언’ 8개 항목도 소개한다. ▷디카시는 일상의 예술이요 예술이 일상이 되는 ‘생활문학’이다 ▷디카시는 시가 아니다. 디카시는 디카시다 등이다.

■정희경 시조집 ‘미나리도 꽃 피네’

“밭에서 따온 지가 한 시간도 안 됐심더/ 투박한 1톤 트럭 흥정이 한창이다/ 노랗게 물들어버린 운촌시장 길거리/ 장마도 올라카고 보관도 안 되고예/ 긴 해에 얼굴마저 누렇게 익어가는/ 속까지 타들어 가서 단내 풀풀 참외들”(‘하지’ 전문) “개망초 흐드러져 둔덕에 피고 피고/ 베이고 베인 몸 미나리도 꽃이 피네/ 흰 물결 출렁이는 팔월 뭇별들이 내렸나/ 발목을 물에 담근 베인 자리 싹이 올라/속 비운 투명의 피 초록의 저 몸부림/ 기다림 흰 꽃으로 피네 미나리도 꽃 피네”(‘미나리도 꽃이 핀다’ 전문)

중견 시조시인 정희경의 새 시조집 ‘미나리도 꽃 피네’에 담긴 시조는 사람 사는 튼실한 이야기와 시조가 만나면 그 울림이 깊고 짙음을 확인해준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3. 3“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4. 4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5. 5‘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6. 6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7. 7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8. 8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9. 9부산예술대학교 내년 2월 폐교…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재정난 원인
  10. 10[근교산&그너머] <1480> 창원 무학산 둘레길 2코스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3. 3국정원 “우크라가 北포로 송환 비공개 먼저 요청”(종합)
  4. 4‘김종서함’ 울산 진수식 찾은 이재명 대통령 “자주국방이 주권”
  5. 5靑 정책실장에 하준경 수석, 지방시대위원장에 박정현
  6. 6이 대통령 "전작권 환수로 자주국방 마침표"
  7. 7李대통령 지지율 직전과 같은 43%…민주 35%·국힘 25%
  8. 8[속보]119센터가 이송병원 지정…‘응급실 뺑뺑이 방지법’ 국회 통과
  9. 9[속보] 이 대통령 “정치검찰 시대 막 내려…이제 경찰개혁이 주요 과제”
  10. 10[속보] 민주, "전두환 내란 아니다" 국힘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 제출
  1. 1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2. 2“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3. 3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4. 4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5. 5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6. 6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7. 7“부캉이 테마공원 만들자”…동구는 조형물 설치 검토
  8. 8부산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 25% 첫 돌파…2050년엔 43%
  9. 9“부산테크노파크 원장에 심재운 후보자 적격”
  10. 10해운 대기업 부산 이전 효과 내려면…“산업 생태계 구축돼야”
  1. 1‘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2. 2부산예술대학교 내년 2월 폐교…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재정난 원인
  3. 3전재수 전 보좌진 4명 ‘증거인멸’ 유죄(종합)
  4. 4朴시정 선거악재 우려 ‘생곡 용역’ 중단…백지화 소문 키워
  5. 5‘부캉이’ 내일 다시 바다로…길이 50m 그물로 외해 유도
  6. 6“110억 투입 부산 의료버스, 플랫폼업체에 예산 1/3 지급”
  7. 7[한 손 뉴스]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들, 올 연말 중국으로 떠난다(종합)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일
  9. 9바리케이드 걷힌 소녀상…2년여 만에 시민 품으로(종합)
  10. 104년 방치 창원 짚트랙, 새 체험시설 만든다
  1. 1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2. 2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3. 3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4. 4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5. 5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속사권총 우승…한국 25번째 金
  6. 6독립운동가 후손 재일교포 허미미, AG 여자 유도 57㎏급 금메달
  7. 7윤규성, 태권도 품새 금메달…한국 남자 개인전 3연패
  8. 8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9. 99회 4실점 진땀…롯데, 키움에 가까스로 승리
  10. 10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중국에 역전승 거두고 결승 진출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미리보는 제31회 BIFF
日 70년史부터 ‘올나잇’ 상영회까지…애니 세계로 초대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