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리볼버’ 전도연

냉한 얼굴로 무채색 연기했는데 임지연이 무지개색 입혀 주더라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4-08-13 18:36:43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무뢰한’ 감독과 9년 만에 신작
- 죄 뒤집어쓰고 복역한 경찰이
- 약속한 대가 받아내려는 이야기
- “또 맡게 된 어두운 역할에 주춤
- 감독님과 약속 지키려고 출연”

- 마담 役 임지연과 찰떡 ‘워맨스’
- 지창욱·이정재와도 호흡 척척
- “연기 갈증, 연극 무대서 풀어
- 배우 하길 잘했고, 배우라 감사”

이름만으로 믿음이 가는 배우 전도연이 영화 ‘리볼버’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리볼버’는 9년 전 ‘무뢰한’으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돼 좋은 기억이 있는 오승욱 감독과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영화 ‘리볼버’에서 하나의 목적을 향해 거침없이 직진하는 하수영 역을 맡은 전도연.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전도연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원톱 주인공을 맡은 ‘리볼버’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하수영이 출소 후 자신이 받기로 했던 대가를 위해 직진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전도연이 맡은 하수영은 2년간의 수감 생활 후 교도소에서 출소한 뒤에야 자신이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약속한 대가를 받아내기 위해 목숨을 건다. 전도연은 하수영이 느끼는 분노를 건조하고 차갑고 냉한 얼굴로 표현해 ‘역시 전도연’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도연은 “‘리볼버’의 완성본을 처음 보고 ‘우리 영화가 이런 영화였어?’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대본상으로는 코미디 장르가 전혀 없었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블랙코미디더라. 그래서 ‘이렇게 웃긴 영화였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 생각에는 더운 8월에 개봉하니까 (오 감독님이 편집을 통해) 이야기 자체를 그렇게 만들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좋은 의미의 당황스러움으로 제가 촬영한 영화를 새롭게 본 것 같다”며 웃었다.

베테랑 배우도 생각지 못했던 영화의 색깔을 지닌 ‘리볼버’. 전도연이 말하는 ‘리볼버’의 제작 과정과 그녀가 연기한 하수영과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영화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봤다.

■오승욱 감독과의 재회

‘리볼버’의 시작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휴식이 길어진 전도연은 오 감독에게 빨리 시나리오를 써보라고 권유했다. “뭐든 하고 싶은데 할 수 있는 작품이 없었기에 오 감독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했어요. 저도 오 감독님도 어둡고 무거운 작품을 해와서 좀 밝고 경쾌하고 통쾌한 작품을 써서 빨리 찍자고 했는데, 흔쾌히 동의하셨어요. 그런데 시나리오가 나오기까지 4년이나 걸릴 줄 몰랐죠.” 시나리오가 완성되는 4년간 전도연은 영화 ‘길복순’과 드라마 ‘일타 스캔들’을 촬영하며 바쁘게 지냈다.

처음 ‘리볼버’ 시나리오를 받고 전도연의 마음을 짓누른 것은 ‘밝고 경쾌한’ 작품이 아니란 점이었다. 그는 “시나리오를 받고 ‘이 작품을 내가 하는 것이 맞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 감독은 다르다고 하지만 ‘리볼버’에서 전작 ‘무뢰한’의 느낌을 받아서다. 같은 분위기의 작품을 오 감독과 자신이 다시 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 것이다.

그럼에도 전도연이 ‘리볼버’에 출연한 것은 오 감독과 했던 약속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니어도 되지 않을까? 그동안 ‘길복순’으로 액션도 했고, ‘일타 스캔들’로 어렵게 밝은 이미지로 돌아왔는데 다시 어두운 이미지로 들어가야 하나 했어요. 진짜 오 감독님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했습니다.”

전도연은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을 잡았고, 우선 ‘무뢰한’에서 연기한 김혜경과 비교되지 않도록 하수영 캐릭터를 잡아갔다. 그는 “일단은 좀 건조했으면 좋겠다 싶어 감정을 많이 걷어내고자 했다. 그런데 실제 촬영 때는 너무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니까 계속 같은 연기를 무한 반복하는 것 같아 걱정했다”면서도 “그런데 무표정으로 다른 배우들을 만나니까 오히려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의 각자 색깔이 묻어져서 더 다채롭고, 더 다양한 느낌의 장면이 나오더라. 사실 촬영할 때는 잘 몰랐고,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 것이다”고 말했다.

■함께 연기한 배우들과의 앙상블

영화 ‘리볼버’의 한 장면.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수영은 무표정으로 자신이 대가로 받기로 한 ‘아파트와 돈만 필요하다’는 대사를 반복한다. 대사도 많지 않아 전도연의 말처럼 자칫 영화가 지루할 수 있지만 함께 출연한 배우들 덕분에 ‘리볼버’는 생기를 얻고, 생각지도 않은 블랙코미디 요소가 자연스럽게 생겼다.

무채색 연기에 색을 입혀준 첫 번째 배우는 임지연이다. 드라마 ‘더 글로리’ ‘마당이 있는 집’ 등을 통해 대세 배우로 떠오른 임지연은 출소한 하수영을 찾아온 유흥업소 마담으로,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인 정윤선 역을 맡아 전도연과 워맨스 연기를 펼친다.

“첫 촬영이 출소하고 나왔을 때 임지연 씨가 자동차에서 내리면서 ‘언니’ 하는 신인데, 그때 회색 톤에서 무지개색으로 확 바뀌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아, 저게 정윤선이구나’ 싶었죠.” 임지연은 전도연과 연기할 때 ‘쫄았다’고 고백했지만 전도연은 그런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임지연 씨가 한예종 다닐 때부터 저의 팬이었다는 것도 전혀 몰랐다. 그냥 당차게 열심히 하는 친구고, ‘이 친구가 해서 너무 다행’이라고 여겼다”고 했다. 두 배우는 촬영이 진행될수록 캐릭터를 빌드업시키며 ‘워맨스’ 케미스트리를 보였다.

이번 영화에서 처음 전도연과 호흡을 맞춘 지창욱도 그의 색깔을 드러냈다. 그는 하수영에게 대가를 약속했던 투자 회사 이스턴 프로미스의 실세인 앤디 역을 맡았는데, 멋진 외모와 달리 찌질한 모습으로 웃음을 준다.

전도연은 “촬영할 때는 지창욱 씨 장면이 웃긴 줄 몰랐다. 지창욱 씨와 처음 만났을 때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구나. 내가 너무 몰랐구나’ 하고 깨달았다”며 “그는 현장에서 앤디라는 캐릭터를 무에서 유로 만들었다. 지창욱 씨에게 어쩌면 앤디 같은 모습이 있을 수 있겠다는 짐작까지 들었다”고 웃었다. 지창욱은 일명 ‘향수 뿌린 미친개’로 불릴 만큼 히스테릭한 면을 가진 앤디 캐릭터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 긴장감 속에 웃음을 주는 캐릭터로 승화시켰다.

그리고 마지막, 영화 ‘하녀’ 이후 14년 만에 전도연과 호흡을 맞춘 이정재다. 그는 하수영의 연인이자 그녀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장본인 임석용 역으로 특별출연했다. 전도연은 “‘이정재 씨가 이걸 왜 한다 그랬지?’ ‘이분이 왜 여기(촬영현장) 계시는 거지?’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애초 이정재는 ‘무뢰한’에 출연하기로 했으나 어깨 부상을 당해 합류하지 못한 사연이 있었는데, 그 인연으로 ‘리볼버’에 출연하게 된 것이다. 두 배우는 대사만 한 번 맞추고도 단박에 깊이 있는 연기 호흡을 보여줘 ‘리볼버’에 무게감을 더했다.

■연기에 대한 갈증

사실 전도연은 ‘길복순’ 이전부터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오 감독에게 새로운 작품을 해보자고 제안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길복순’ ‘일타 스캔들’ ‘리볼버’를 거친 연기 갈증은 어느 정도 풀렸을까.

“솔직히 갈증이 좀 해소된 것은 최근 무대에 오른 연극 ‘벚꽃동산을 통해서였습니다. 연기하고 있다고 해서 그 갈증이 해소되는 건 아니니까요. 제 만족이 너무 중요했는데, 그런 것이 채워진 게 ‘벚꽃동산’입니다. 연극 출연은 27년 만이어서 좀 자신감도 없고 두려움도 컸지만 신인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했어요, 그러면서 무대를 더 사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좋은 작품이 있으면 언제든지 무대에 서고 싶어요.” 지난달 7일 막을 내린 연극 ‘벚꽃동산’은 내년 3월 호주에서 다시 공연된다.

“배우가 아니라 뭘 했어도 전 잘했을 것 같다. 하지만 배우가 되길 잘했고, 배우인 것이 너무 감사하다. 연기할 때가 제일 저답고, 제일 즐겁다. 현장에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 행복해하며 연기하는 전도연을 계속 만나길 한 사람의 팬으로서 기원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곽규택 “산은, 대한항공이 통합 LCC 부산 설립 거부시 호반지원해야”
  2. 2[근교산&그너머] <1485> 경북 영주 ‘무섬길’
  3. 3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4. 4“북항돔 공모사업 목숨 걸고…” 전재수 시장 완수 의지 밝혀(종합)
  5. 5부산불꽃축제 숙박비 2배가 기본…여전한 ‘바가지’(종합)
  6. 6신천지 의혹 역풍 휩싸인 김민석…계파갈등 격화(종합)
  7. 7태종대 명물 다누비 사라지나…市, 대체 운송수단 검토
  8. 8尹 선거법 2심도 ‘당선 무효형’…형 확정 땐 국힘 397억원 반환(종합)
  9. 9조선의 궁인데…이름도 옷도 서양식 K-사극, 판타지 세계관 확장 통할까
  10. 10“양산 충렬사·현충시설 관리인, 10년 연속 특정인 선발 특혜”
  1. 1곽규택 “산은, 대한항공이 통합 LCC 부산 설립 거부시 호반지원해야”
  2. 2신천지 의혹 역풍 휩싸인 김민석…계파갈등 격화(종합)
  3. 3전재수 시정 첫 행감…국힘, 기관장 인선 등 파상공세 예고
  4. 4부울경 全 국회의원 회생촉구 서명…노동청, 지광 출석 요구
  5. 5“왜 사회적 지탄 대상 되려하나” 김대식, 지광에 회생 동의 촉구
  6. 6양당 모두 400억 토해낼 위기..선거법 개정 화두로
  7. 7김대식, 조작기소법 졸속 처리…“부산글로벌특별법도 조속 처리해야”
  8. 8與 ‘조작기소특검법’ 5일 처리 추진…국힘 “모든 안건 필버”(종합)
  9. 9국힘 “미래기금, 총선용 사금고” 민주 “세수 변동 대비 안전장치”
  10. 10‘내란 부정’ 국힘 김태규 제명촉구 결의안 국회 본회의 의결
  1. 1비스텝 원장 6개월 공석 될 판…내년 사업 어쩌나
  2. 210월 세계 선박 발주량 반토막…韓 점유율은 22% ‘존재감’
  3. 3철새도래지서 즐기는 하이엔드 커피
  4. 4고속철도 통합 이후 하루 32만 명 탑승… 전년 동기보다 12.6% ↑
  5. 5쿠팡 Inc 올해 누적적자 2조 육박 ‘역대 최대’(종합)
  6. 6벡스코 ‘26분 정전’ 원인은 합선…노후 전력설비 개선 추진
  7. 7美 의회 장악 민주, AI 규제하나…韓 반도체 업계 촉각
  8. 8대양전기공업 배당성향 30%로…주주가치 제고
  9. 930대그룹 美 계열사 10년새 232% 급증
  10. 10“극지연구 데이터 사업화, 기업 신성장 동력으로”
  1. 1“북항돔 공모사업 목숨 걸고…” 전재수 시장 완수 의지 밝혀(종합)
  2. 2부산불꽃축제 숙박비 2배가 기본…여전한 ‘바가지’(종합)
  3. 3태종대 명물 다누비 사라지나…市, 대체 운송수단 검토
  4. 4尹 선거법 2심도 ‘당선 무효형’…형 확정 땐 국힘 397억원 반환(종합)
  5. 5“양산 충렬사·현충시설 관리인, 10년 연속 특정인 선발 특혜”
  6. 6[속보]만취 승용차로 가게 돌진, 현장에 차 두고 집에서 자던 40대 검거
  7. 7기장 리조트 참사 시공사 대표 중형 구형
  8. 8“제조업 AI 전환 적극적 추진…‘부산의 심장’ 활력 되찾겠다”
  9. 9전남광주 순천대·경북 경국대 ‘지역의대’ 신설
  10. 10“농어촌 기본소득 신청 8개 郡 기회 박탈”(종합)
  1. 1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2. 2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3. 3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4. 4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5. 5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6. 6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7. 7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8. 8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9. 9[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10. 10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장 마리 해슬리-Gymnopedies(짐노페디)
배미정-나무에 기대어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극락암 벚나무 /홍종원
곰 두 마리 /황인숙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250만 넘은 ‘치이카와’ 4주째 1위…브래드 피트 ‘하트 오브 비스트’ 2위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5일 (음 9월 26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4일 (음 9월 25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깊어가는 가을에 밤하늘 별을 읊은 이덕무의 시
조선 중기 문신 김인후가 소쇄원 단풍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