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115> 복천동 고분군 53호 출토 등잔모양토기

사후세계 어둡고 먼 길…환히 밝혀주길 염원하며 함께 묻어

  • 강승희 복천박물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4-09-02 19:32:15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밤공기가 어느덧 선선해져 가을이 다가왔음을 느낀다. 무더운 여름을 지나 가을 길목에서 밤 산책하며 보는 야경(夜景)은 계절이 바뀌면서 느낄 수 있는 묘미 중 하나이다.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별빛도 멋있지만 인공적인 불빛이 반짝이는 도심지의 야경 또한 절경이다.
전기가 발명되기 전 밤은 어떤 풍경이었을까. 해진 후에는 그저 어둡기만 했을까. ‘형설지공’으로 알 수 있듯 반딧불과 눈빛 달빛 별빛 등 자연적인 빛이 어두운 밤을 밝히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광이 미치지 못하는 무덤은 어땠을까. 삼국시대에는 땅을 깊게 파서 그 안에 나무나 돌로 관을 만들고 시신 및 각종 부장품을 매장했다.

삼국시대 사람들은 죽은 사람의 영혼이 사후 세계에서도 현세와 같은 삶을 이어간다고 믿었기에 죽은 사람이 사후 세계에서도 풍족하도록 아낌없이 부장품을 매장했고 심지어 순장자를 부장하는 경우도 많았다. 땅을 파서 만든 무덤은 당연히 빛이 미치지 않는 어둠의 공간이었을 것이다. 살아있을 때 완연하게 누리던 빛을 받지 못한다니. 완벽한 어둠은 오히려 두려움을 느끼게 하기 충분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삼국시대 무덤에서는 등잔모양토기가 종종 출토된다. 등잔모양토기는 굽 달린 바리나 항아리모양 토기에 여러 개 작은 잔이 달린 것으로, 작은 잔은 속이 비어 액체를 담거나 따를 수 있게 제작됐다. 5·6세기 가야·신라지역을 중심으로 만들어졌으며, 굽 달린 바리의 모양, 잔의 개수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띤다. 이 중 이번에 소개할 유물은 복천동 고분군 53호에서 출토된 등잔모양토기(사진)이다. 굽 달린 바리에 4개의 작은 잔이 붙어있다. 굽 부분에는 5개의 투창, 바리 부분에는 7개의 투창이 서로 어긋나게 뚫려 있다. 4개의 잔은 관 형태로 된 구연부에 달려 있으며, 잔은 전체적으로 찌그러져 있지만 대체로 평면 원형을 띤다. 잔 내부에는 구멍이 뚫려있어 바리 부분의 관과 연결된다.

등잔모양토기는 두 가지 관점에서 용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실용적 기능이다. 기름을 담고 심지를 이어 매장 의례를 행하는 동안 등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무덤을 만들고 장송의례를 하는 동안 필요한 빛을 제공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의례적 기능이다. 고대인은 사후세계로 가는 길이 매우 어둡다고 생각했다. 사후세계로 가는 어둡고 먼 길을 밝혀주길 바라는 기대감과 더불어 사후에도 밝은 세상에서 살기 바라는 마음으로 부장했을 것이다.

복천동 고분군 53호 출토 등잔모양토기는 현재 복천박물관 3층 상설전시실에 전시되어 있다. 등잔모양토기를 보며 죽은 사람이 어둠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밝은 세상으로 가길 바라는 삼국시대 사람의 마음을 오롯이 느껴보시길 권해본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3. 3“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4. 4“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5. 5[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6. 6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7. 7[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8. 8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9. 9“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10. 10[속보]돌아온 ‘부캉이’, 식지 않는 인기…누적 방문객 80만 넘어
  1. 1[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2. 2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3. 3[속보]민주당, 국힘 집회에 “극우 유튜버들 박수 세례에 중독된 장동혁”
  4. 4李대통령, 금융기관 개인정보 유출에 “철저 조사 지시”
  5. 5'좌아하게'? 다시 논란 부른 이 대통령 SNS 정치
  6. 6'광대극'’조소 이어 미사일로 응답한 北. 좁아진 청와대 입지
  7. 7與 “조희대, 국감 출석 불응 의사…불출석은 국회법 위반”
  8. 8영화 '암살자(들)' 논란 속 장동혁, 고(故) 육영수 생가 방문
  9. 9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10. 10李대통령, ‘정청래 그만 괴롭히라’는 글에 “괴롭힌 거 아냐”
  1. 1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2. 2“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3. 3[속보]돌아온 ‘부캉이’, 식지 않는 인기…누적 방문객 80만 넘어
  4. 4"차명계좌 적발, 작년 이후 총 3471건…NH농협 가장 많아"
  5. 5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둘러싼 한·미 불협화음 언제까지 이어지나
  6. 6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 급증… 재정 부담 가중될 듯
  7. 7"산업용 차등요금제, 기업의 지역이전 효과 극히 불투명"
  8. 8카카오 월4900원 멤버십 출시…네이버 쿠팡과 3파전
  9. 9미래대응기금, 국감 쟁점 부상…국회 "재원 지속가능 의문"
  10. 10SK지주 최태원 지분율 3% 하락…최 회장 재산분할 자금 충당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3. 3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4. 4“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5. 5AI 성착취물 텔레그램방 ‘그놈’…잡고 보니 경찰관
  6. 6부산·울산·경남 일부 비…낮 최고 23∼26도
  7. 7울산바위 배경으로 사진 찍다 추락한 70대 등산객 숨져
  8. 8“차량 흔들린다” 술 취해 소화기로 버스기사 폭행한 60대
  9. 9ADHD 치료제 처방 2년 새 38% 급증…“공부 잘하는 약 없어”
  10. 10"친구가 총기 들고 탈영"…허위 신고한 20대 벌금 500만 원
  1. 1“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2. 2‘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3. 3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4. 4[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5. 5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6. 6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7. 7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8. 8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9. 9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10. 10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미리보는 제31회 BIFF
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