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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휘의 시네필] 괴물 닮은 자본, 자본 닮은 괴물

에이리언:로물루스

  • 조재휘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4-09-05 19:18:04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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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언:로물루스’(2024)에서 식민지 개척에 투입된 노동자로 죽지 못해 살아가던 청년들은 노예나 다름없는 예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행성으로 탈출을 시도한다. 우선 궤도에 떠 있는 버려진 우주선을 탈취하기로 계획했지만, 접근해 보니 모종의 연구시설을 갖춘 거대한 우주정거장. 짐작하다시피 그곳에서 이들을 기다리는 건 살육 충동과 번식 욕구만으로 움직이는 괴생물체 제노모프이다.
페드 알바레즈 감독의 ‘에이리언:로물루스’ 장면.
미지의 신호를 받고 탐사에 나선 이들이 괴물의 숙주가 돼 비참한 죽음을 맞고, 남은 이들이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인다는 ‘에이리언’(1979)의 플롯은 행성으로 내려가는 하강이 아닌, 우주선을 찾는 탈출자의 상승으로 동선이 역전된 채 반복된다. 금기 영역에 발을 들인 청년들이 저지른 불법의 대가로 사냥감 신세가 돼 파국을 맞는, 폐소공포증을 유발할 것만 같은 호러적 상황 연출은 페데 알바레즈 감독 본인의 ‘맨 인 더 다크’(2016)를 상기시킨다.

감독은 나머지 시리즈에도 경의를 표하는 걸 잊지 않는다. 우주 해병대가 들고 다니던 펄스 라이플 총격전과 번창하는 제노모프의 둥지가 되어버린 정거장은 ‘에이리언 2’(1986), 얼굴 바로 앞에서 제노모프를 마주하는 상징적 구도와 괴물의 씨를 잉태하게 되는 악몽과도 같은 상황은 ‘에이리언 3’(1992), 인간 유전자와 뒤섞여 변이된 변종의 탄생은 ‘에이리언 4’(1997)를 가져왔고, ‘프로메테우스’(2012)에서 모든 사단의 근원이 된 검은 액체가 등장하는 등, 꾸준히 시리즈 발전 과정을 보아왔던 관객이라면 반가워할 오마주로 그득하다.

빼어난 세공력을 자랑하는 팬무비라는 장점은, 뒤집어 보면 약점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철학적 충격을 강화했던 리들리 스콧의 ‘프로메테우스’나 ‘에이리언:커버넌트’(2017)만큼의 대담한 야심은 없어 보인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 ‘에이리언:커버넌트’에서 인조인간 데이빗은 이종교배 실험으로 창조한 제노모프의 변종을 ‘자신의 늑대’라 표현한 바 있지 않았던가?

신화에서 로물루스와 레무스 형제는 암컷 늑대의 젖을 먹고 자라 로마를 건국했고, 둘의 이름을 딴 두 개 모듈로 구성된 우주정거장 이름은 ‘르네상스‘, 즉 제국의 ’부흥‘을 뜻한다.

‘에이리언 3’에서 제노모프를 군사적 무기로 이용하려 했던 기업 웨이랜드 유타니는 시기가 앞선 이 영화에서는 식민지 ‘부흥’을 목적으로 외계 유전자를 주입해 인체를 강화하려 한다. 임산부 케이가 자신과 복중 태아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늑대의 젖에 해당하는) 실험용 샘플인 검은 액체를 몸에 주사한 결과는 또 다른 괴물 탄생인데, ‘프로메테우스’에서 인류의 창조주 엔지니어를 닮은 이 괴물이야말로 인조인간 룩으로 대변되는 거대 기업이 탄생시키고자 한, 미래의 개조된 신인류이자 고대 종족의 ‘부흥’인 셈.

사랑과 생명, 모성마저도 잔인하게 능욕당하는 비극의 근원에는 사람을 소모품 삼아 우주 곳곳에 식민지를 확장하고 ‘제국’을 건설하려는 기업의 탐욕이 깔려있다. 타자를 재료 삼아 증식하며, 끊임없는 번식 욕망, 채워질 줄 모르는 갈증으로 움직이는 괴물이라는 점에서 자본과 에이리언은 서로 닮은꼴이 아닐 수 없다. 괴물은 우리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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