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신나는 몸짓·창작…마음과 정신으로도 암과 싸우다

사회참여예술 시대 <2> 호스피털 아트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4-09-08 18:41:09
  •  |   본지 1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확산되는 사회적 예술치유활동
- 195개국 6000개 시설서 시행

- 부산문화재단이 기획·예산투입
- 예술가는 내용 짜서 실행하고
- 병원은 그 필요성 공감해 도입

- 좋은부산요양병원 참여 강사들
- 과거 본인도 암과 싸웠던 전력
- “환자 심신 고려해 프로그램 기획”

- 다움병원 정신재활서비스 제공
- 마음의 문 연 환자들 소통·교감

호스피털 아트(Hospital Art·병원예술) 취재를 하기 위해 지난 2일 오전 10시 부산 사상구 학장동 좋은부산요양병원에 찾아갔다. 그 현장은 무척 인상 깊었다.

좋은부산요양병원 박미점 간호과장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분들은 주로 우리 병원 암병동에 입원한 회복기 암 환자”라고 소개했다. 모두 20회 일정의 매주 프로그램으로 이날은 8회차였다. 예닐곱 명 환자가 자기 몸 상태에 따라 들기도 하고 나기도 하면서 예술가들이 펼치는 예술 치유 활동에 참여했는데, 대체로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 프로그램은 부산문화재단이 시행하는 ‘2024 사회적 예술치유 프로젝트’의 하나로 이름이 ‘마음을 담다-안녕 희망 씨’이다.

좋은부산요양병원에서 펼쳐지는 ‘마음을 담다-안녕 희망 씨’ 기획·진행은 김옥련발레단이 맡고 있다. 구성원은 춤을 매개로 문화예술교육을 오랜 세월 하고 있는 발레인 김옥련 씨, 마임이스트·연극배우로 몸을 잘 알고 관객을 이끄는 힘이 탁월한 방도용 씨, 표현예술치료 전문가 서혜인 씨, 부산의 비중이 높은 대중음악가 전현미(현미밴드 음악감독) 씨다.
지난 2일 부산 사상구 좋은부산요양병원에서 회복기 암 환자를 위한 예술 치유 프로그램이 펼쳐지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 6일 부산 금정구 다움병원에서 이화진(왼쪽 선 이) 강사가 수강생들과 호스피털 아트를 공유하는 모습.
■좋은부산요양병원

눈여겨볼 점이 있었다. 방도용 마임이스트를 제외한 강사 세 사람은 모두 암을 앓은 적이 있다. 부산대 무용학과 84학번인 서혜인 씨는 암이 거쳐 간 지 좀 오래됐는데, 김옥련 전현미 씨는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한다. 강사가 수강생(환자)를 정말 잘 이해하겠다는 생각부터 당장 들었다. 김옥련 대표는 “그렇다. 프로그램을 짤 때, 경험이 있는 우리는 수강생의 몸과 마음 상태를 아주 진지하게 고려한다”고 답했다.

박미점 간호과장은 “암 환자들께 투약·주사·치료 말고 마음·정신 측면에서도 도움 되는 과정을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그런데 병원이 직접 이런 일을 기획하려면 한계가 많다. ‘안녕 희망 씨’는 큰 도움이 된다. 우리 병원 재단 내 다른 병원도 관심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병원 권세진 주임(사회복지사)은 “예술·문화·신체 프로그램을 병원 현장에 도입한 지는 꽤 됐다. 저는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진에게도 정보를 제공하고 참여인을 모으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체계 있는 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문화재단은 프로그램 전체를 기획하고 예산을 투입하며, 예술가들은 내용을 짜서 실행하고, 병원은 필요성을 공감해 도입하고, 환자는 참여해 치유를 체험한다.

■부산문화재단

호스피털 아트는 최근 부산문화재단이 집중하는 사회참여예술의 한 갈래이다. 재단이 제공한 자료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호스피털 아트는 1975년 전 세계 병원에서 시작된 예술 프로젝트로, 1984년 미국에 재단(The Foundation for Hospital Art)이 설립됐다. 현재 195개국 6000개 이상 병원·양로원에서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음악·연극·춤·전시·워크숍 등 내용은 다양하다.

부산문화재단은 최근 좋은부산요양병원, 정신건강 부문의 낮병원(정신질환으로 사회·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이들을 위해 낮 동안 정신재활서비스를 제공함)을 운영하는 부산 금정구 두구동 다움병원과 업무 협약을 맺고 호스피털 아트 활성화에 힘쓴다. 부산문화재단 이미연 대표이사는 “병원에서 예술 활동을 펼쳐, 건강상 문제로 제약받는 환자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일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뜻을 밝혔다.

■다움병원

다움병원 낮병원 수강생들이 수업시간에 창작한 소품.
지난 6일 오후 1시30분, 다움병원으로 갔다. 여기서도 부산문화재단의 ‘마음을 담다’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은 분위기가 또 달랐다. 다움병원은 낮병원을 운영한다. 정신질환이 현재 있지만, 집에서 병원에 다니면서 여러 치유 과정을 밟을 수 있을 정도로 양호한 이들이 출·퇴근하는 느낌으로 정신재활서비스를 받는 방식이 낮병원이다. 큰 방에 들어서니, 프로그램 참여인과 봉사자 등 30여 명이 예술 강사 이화진(갤러리 후아 대표) 씨의 설명에 귀를 쫑긋 세운 채 뭔가 자르고 그리고 만들었다.

이날 이화진 대표는 화면에 에메랄드 사진을 먼저 띄웠다. “에메랄드는 재생과 성장을 상징하는 보석이라고 해요. 오늘 주제는 재생과 성장입니다.” 수강생은 내 인생 첫 숟가락, 지금 쓰는 숟가락, 내 생애에서 마지막으로 쓸 숟가락을 그리고 오렸다. 이화진 대표는 그 의미를 정겹게 설명하며 “지난번에 청화백자에 그림을 그린 적이 있죠. 그때처럼 이 가운데 일부는 실제 공예품으로 만들 것”이라고 안내했다. 이어 병원의 널찍하고 푸른 뜰로 모두 나가 꽃을 심고 물을 주며 식물 채집도 했다. 창작하고, 자연 속에서 놀았다.

금속공예 작가인 이화진 대표가 수강생에게 들려준 말도 인상 깊었다. “여러분! 저도 강박증·망상증을 심하게 앓은 적이 있어요. 불안을 못 이겨 하루에만 교통사고를 세 번 겪은 날도 있었죠. 그런데 철마의 자연 속에서 함께 활동하며 이겨냈답니다.”

다움병원 박경덕 회복지원부 1부장(정신건강간호사)과 이화진 대표는 이렇게 입을 모았다. “6주차인데, 처음엔 수강생이 마음을 열지 않았다. ‘나 건드리지 마!’하는 표정들이었다. 지금은 굉장히 분위기가 좋다. 먼저 다가와 안부를 챙기고, 아까 보셨듯이 수업 마치고 활발하게 소감을 발표한다. 효과를 피부로 느낀다.” 박경덕 부장은 “지난 오랜 세월 금속공예가 진영섭 선생과 진행해 온 정신과 영역의 예술 치유 프로그램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고 언급했다.

■파크사이드 재활의학병원

지난 7일 부산 남구 파크사이드 재활의학병원에서 김옥련발레단이 환자들과 예술로 교감하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10시, 발걸음을 부산 남구 대연동 파크사이드 재활의학병원으로 옮겼다. 이 병원 호스피털 아트도 김옥련발레단이 운영하는데, 앞서 소개한 ‘마음을 담다’ 프로그램은 아니다. 프로그램 이름은 ‘Re 봄 프로젝트’이다. 김옥련 대표는 “부산문화재단이 지원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분류가 다소 달라도, 그 내용이 병원예술(호스피털 아트)인 건 분명했다. 김옥련 서혜인 방도용 씨와 함게 중진 한국무용가 유은주 씨도 강사로 참여한다.

파크사이드 재활의학병원 박인선 병원장은 내내 자리를 함께했다. “우리 재활병원은 뇌졸중 환자가 많다. 여러 방식으로 치료를 제공하는데, 예술치료는 또 다른 차원에서 좋은 자극을 환자에게 준다. 아까 프로그램 시간에 제가 특별히 뒤에 앉아 돌본 환자분은 약 2년 동안 거동이 극도로 힘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달라지고 좋아져 많은 분이 놀란다“고 설명했다.

박인선 병원장이 김옥련 대표와 인연을 맺은 사연이 재미있었다. 박 병원장은 “예술·문화 기반 치유 프로그램을 꾸준히 하고 있었다. 환자가 좋아진다면 뭐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다. 어느 날 김옥련발레단 사무실이 보여 무작정 올라갔다. 그렇게 의기투합해 오래 함께한다”고 떠올렸다. 호스피털 아트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이 많아 보였다. 그곳은 예술가도 치유되는 현장이었다.

※공동기획 : 국제신문, 부산문화재단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흐려져…가끔 비 내리는 곳도
  2. 2중동 바퀴벌레 부산에 터 잡았다…감만항에 바글바글
  3. 3푸틴과 손잡은 트럼프, 러시아 경유 공급키로…대러 제재 완화
  4. 4“여기가 이란이냐” 美 총기난사범 사형 온라인 생중계 앞두고 비판 속출
  5. 5[속보]법원 선처 받아 출소한 날 택시기사 얼굴에 주먹 휘두른 50대
  6. 65t건설기계로 용접 작업자 들이받아 숨지게 한 무면허 운전자 징역 1년
  7. 7가을야구 못간 롯데 자이언츠, 정규시즌 3위 승부처돼 난감
  8. 8성장이냐 쇠퇴냐…부산이란 도시 운명은 이것에 달렸다
  9. 9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10. 10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1. 1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2. 2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3. 3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4. 4李대통령 “능력 안되면서 큰자리 요구하다 안 되니 내부 공격”
  5. 5‘정청래 비자 보류’에 민주당은 유감…국힘 “한미동맹 균열”
  6. 6이 대통령 지지율 직전과 같은 37%…민주당 35%, 국민의힘 26%
  7. 7“여야 협치로 市 조직개편·추경 성과…다음은 민생·PK 초광역”
  8. 8李대통령 “우리 말과 글의 힘이 곧 대한민국의 경쟁력”
  9. 9박형준, 퇴임 후 첫 공개 행보… 총선엔 “아직 생각 없다”
  10. 10인천 해수욕장서 北유실지뢰 54일만에 또 발견.. "안전 유의"
  1. 1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2. 2전재수 “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조속 통과…소급적용도 추진”
  3. 3부산 찾은 외국인 올 1~8월 343만 명 돌파…프랑스 관광객 작년보다 111%↑
  4. 4산은 회장 “통합 LCC 본사 부산행 결정 땐 적극 지원”
  5. 5[뉴스 분석] 수도권, 가덕신공항 또 트집…국책사업 발목 자성 촉구 목소리(종합)
  6. 6태웅, 1년 갈등 ‘봉합’…노사정 상생협약 체결
  7. 7‘극지해양 독후감’ 공모전 대상 고등부 김세형, 대학·일반부 하웅 씨
  8. 8부산항 오는 배 위치 실시간 확인
  9. 9최태원 회장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가장 빠른 속도로 최대한 짓겠다"
  10. 10지자체 ‘비상금’ 3년새 반토막…국고사업 매칭비는 23% 늘어(종합)
  1. 1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흐려져…가끔 비 내리는 곳도
  2. 2중동 바퀴벌레 부산에 터 잡았다…감만항에 바글바글
  3. 3[속보]법원 선처 받아 출소한 날 택시기사 얼굴에 주먹 휘두른 50대
  4. 45t건설기계로 용접 작업자 들이받아 숨지게 한 무면허 운전자 징역 1년
  5. 5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6. 6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7. 7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8. 8김영광, 보복 운전 사과 “운전 습관 돌아보겠다”
  9. 9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10. 10김척수 구청장 후보자 수사 7개월째 표류
  1. 1가을야구 못간 롯데 자이언츠, 정규시즌 3위 승부처돼 난감
  2. 2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3. 3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4. 4김영광, 보복 운전 사과 “운전 습관 돌아보겠다”
  5. 5막 오른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최예본·한아름 공동 선두
  6. 6“핸드볼 8년 만의 아시안게임 金…맏언니로서 기뻐”
  7. 7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8. 8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9. 9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10. 10롯데, KIA에 4-12 패…8회 7실점 ‘와르르’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김지효-우리
박세연-Find Your Brav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자화상 /최은지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8일 (음 8월 28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7일 (음 8월 27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주말의 BIFF- 2026년 10월 9~11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8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아름답게 억새 핀 모습 읊은 조선 중기 문신 이정형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