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기고] 문화도시 영도, 멈춰 선 안된다

황경민 시인·가수이자 영도주민

  • 황경민 시인·가수이자 영도주민
  •  |   입력 : 2024-09-22 19:09:30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나는 솔직히 ‘문화도시’라는 말이 중언부언이라 생각한다. 도시든 농촌이든 사람 사는 곳이면 기본적으로 경제·문화·정치의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어야 하는데, ‘문화’라는 수식어를 덧붙여 도시를 명명하는 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있다가, 눈속임식의, 이벤트성의 포장술, 화장술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이런 식의 용어가 대세고, 이미 널리 통용되고 있는데 무작정 나만 싫다고 뻗댈 일도 아니긴 하다.
필자 황경민 씨가 지난 20일 부산 영도구청에서 영도문화도시를 지지하며 노래하고 있다.
내가 사는 영도는 5년 전 ‘문화도시’로 선정되어 국가 예산(문화체육관광부)을 받아 민간에서 ‘영도문화도시센터’를 운영했다. 그 사업이 올해로 종료되는데 영도구청에서는 나 몰라라 손을 놓고 있다고 한다. 그 적확한 평가는 잘 모르겠지만, 영도에서는 영도문화도시센터를 중심으로 지난 5년 동안 구민과 예술가, 구민과 연구자, 구민과 문화기획자, 도시기획자들이 서로 어울려 많은 프로그램을 수행했다.

따로 흩어져 활동하던 예술가들이 ‘문화도시’ 사업을 계기로 서로 협업하고, 산복도로, 깡깡이 마을, 흰여울 마을, 동삼동 등지에서 어르신들이 글을 배우고, 그림을 그리고, 도자기를 만들고, 함께 노래하고, 서로 돕는 상부상조의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예술이 생활을 만나고, 마을은 예술가를 만나고, 예술가는 어르신과 아이들을 만나 서로 사귀면서 예술가가 주민이 되고, 주민이 예술가가 되는 공동체 문화가 싹트기 시작했다. 문화예술이 생활과 동떨어진 게 아니구나, 예술이 공동체와 일상 없이 이루어지는 게 아니구나, 예술과 문화는 공동체와 생활 속에 있는 거구나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아울러 지난 5년간의 시행착오와 경험을 통해 영도는 새로운 ‘문화도시’로 태어날 수 있는 노하우와 플랫폼, 그리고 인적 자원을 구축할 수 있었다. 그런데 구청에서 이 모든 걸 포기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것이다.

이에 영도구민들이 나섰다. 그동안 ‘문화도시’ 사업을 통해 구축된 노하우와 인프라, 그리고 플랫폼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더욱 발전시켜 노인 인구가 가장 많은 영도, 아이들이 가장 적은 영도, 사람들이 가장 이사 오기 싫어하는 영도가 아니라 문화와 예술이 일상적으로 흐르는 영도, 예술가와 주민이 서로 돕고 사는 이웃인 영도, 아이들이 웃고 떠들며 놀 수 있는 영도, 어르신들이 죽음만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삶을 사는 영도, 죽음을 준비하는 영도, 세대 간의 단절이 아니라 세대와 상관없이 어울려 사는 영도를 만들어 가기로 결정했다.

‘문화도시’ 사업의 경험과 성과와 노하우를 버리는 게 아니라 이어나갈 수 있도록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제 ‘문화도시영도’는 중앙정부만의 일도, 부산시만의 일도, 영도구청만의 일도 아니다. 영도구민과 예술가, 민관, 기업과 소상공인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함께 만들어가야 할 과제이자 오늘의 마을-어르신들이 죽음만을 기다리는 마을을 넘어 미래의 마을-아이들이 웃고 떠들고 노는 미래의 공동체를 준비하는 일이다.

그동안 영도구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함께 만들어온 문화도시 영도의 성과가 계승되고 이어질 수 있도록 영도구청의 전향적인 정책과 구민과의 대화(공청회 및 포럼, 신문고 운영 등), 예산 배정을 촉구한다. 구청은 오로지 구민의 충만한 삶, 보람된 삶, 행복한 삶, 즐거운 삶을 밑받침하기 위해 있는 기관이다. 만약 구청이 이 사실을 외면한다면, ‘문화도시 영도를 지키는 시민대책위원회’는 부산시민과 전국의 ‘문화도시’ 뿐만 아니라 전 국민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연대함으로써 작금의 상황을 타개해 나갈 것이다. 영도구청의 사려 깊은 결정을 영도구민과 예술가, 그리고 관계기관의 많은 사람이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다.

*편집자주=최근 영도구청은 지난 5년간 진행한 영도문화도시 정책을, 법정기한인 올해 말까지만 운영하고 ‘일몰’한다는 방침을 세운 사실이 알려졌고, 이에 이 사업에 관심 있는 영도 주민은 문화도시 영도를 지키는 시민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3. 3조용히 작품의 중심 잡아주던 사람…‘영원한 별’ 안성기 추억하다
  4. 4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5. 5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6. 6“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7. 7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8. 8닻 올린 HMM 부산시대…5년간 15조·2만 명 고용 효과
  9. 9[사설] 비타민이라 속여 주사맞혔나…진실 규명 시급하다
  10. 10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3. 3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4. 4김민석, 주진우 겨냥 “막말 땐 자격 정지 추진”
  5. 5與, 신천지 가입 정황 확인…후속 조치 주목(종합)
  6. 6李대통령 “늘어난 청소년 자살률…학업문제 등 강력한 대책 찾아야”
  7. 7KTX·SRT 통합, 이재용·최태원 증인채택 두고 여야 신경전
  8. 8강경화 “한미 협의 쉽지 않아” 시인…국힘 “정부, 혈맥 막혔는데 뭐하나”(종합)
  9. 9“부산 情 담은 뮤지컬 ‘당신만이’를 관광 콘텐츠로”
  10. 10[속보] 김민석 “신천지 신도들 당원 집단 가입 확인…조직적 경선 개입 관련 증언도 있다”
  1. 1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2. 2닻 올린 HMM 부산시대…5년간 15조·2만 명 고용 효과
  3. 3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4. 4해양·파생특화 넘어 디지털금융으로…부산 금융도시 고도화
  5. 5해수장관 “내년 북극 시범운항 車운반선 등 확대”(종합)
  6. 6반도체주 추락에 5%대 급락…코스피 간신히 6000선 방어(종합)
  7. 7고리 3·4호기 계속운전 심사 개시…사고관리계획서도 상정(종합)
  8. 8광고산업 수도권 집중 심화…“지역업체 살려야”
  9. 9주가지수- 2026년 10월 13일
  10. 10K-뷰티에 AI 입힌다…서울 홍대·부산 서면에 '가상체험' 공간
  1. 1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2. 2인천 대형마트 상가 50대 남성 흉기 난동…1명 심정지·7명 부상(종합)
  3. 3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4일
  4. 4동명대 스마트해양, 신라대 AI웰라이프, 고신대 AI헬스케어
  5. 5정신건강복지법 개정 갈등 심화…부산지역 심리학과 등 시국선언
  6. 6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87> 배우 강석우
  7. 7출처불명 선박 ‘뒷기름’ 40억 원어치 유통업자 집유 2년
  8. 8부산외고 학생들, 독립운동가 후손 초청 감사제
  9. 9“창원시민 필요한 사업 100개 추진할 것”
  10. 10단일 고분자반도체 3진 논리 소자 개발
  1. 1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2. 2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3. 3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4. 4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5. 5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6. 6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7. 7어깨 부상 김우민, 수술 대신 재활로
  8. 8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9. 9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10. 10차준환, 이번 시즌 국가대표·대회 출전 중단…서울시청과도 결별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윤상건-Creature
박지은- little talk-Venic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자화상 /최은지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4일 (음 9월 4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3일 (음 9월 3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생육신 남효온이 가을 강변의 풍경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