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117> 취선당 부군 왕복 서첩

계절처럼 반갑게 찾아온 안부편지

  • 최지효 정관박물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4-09-23 19:31:01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9월은 노랗게 변한 나뭇잎을 보고 문득 깨닫게 되는 계절이다. ‘그래, 가을이 오고 있어!’라는 깨달음이다. 가을을 생각하며 저절로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바로 편지가 아닐까 싶다. 마치 단풍처럼.
부산 기장군 정관박물관이 소장한 ‘취선당 부군 왕복 서첩(醉仙堂 府君 往復 書帖). 오는 12월 31일까지 이어지는 특별기획전에 전시됐다. 정관박물관 제공
통신의 발달로 먼 곳에 사는 이도 곁에 있는 것 같고, 바로 옆 방에 있어도 SNS로 소통하는 요즘이지만 우리는 누구나 편지를 써봤고 편지에 얽힌 추억 하나쯤은 있다. 세상이 달라졌어도 기다리던 소식에 대한 마음은 변함이 없다. 그런 편지 한 편 함께 나누어보고자 한다.



오래도록 격조했습니다. 장마와 더위에 부모님 모시고 잘 계시며 공부도 많이 하셨는지요. 저는 부모님 모시고 그런대로 편안하고 아이들도 탈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과거 날짜가 머지않았으니 서로 만날 수 있겠지요. 오실 때 문집을 잊지 말고 가져오시기를 바랍니다. 베낀 뒤에 즉시 돌려드리겠으니 꼭 가져오시기를 바랍니다. 또 오실 때 담뱃대를 가져오시기를 바랍니다.

정축년 7월 1일 아무개 올림



이 편지는 정관박물관이 소장한 ‘취선당 부군 왕복 서첩(醉仙堂 府君 往復 書帖)’에 수록된 편지 중 한 편이다. 책 제목은 ‘취선당이 주고받은 글 모음집’이란 뜻이지만 취선당이 받은 편지를 엮은 책이다.

‘취선당(醉仙堂)’은 송관수(1758~1833)의 호이고, 조선 말기에 현재 부산광역시 기장군 정관읍에 살았던 선비이다. 편지를 받은 정축년(1817년·순조 17년)에 송관수는 60세이고 편지에서 보듯 과거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일찍이 28세를 시작으로 하여 모두 12차례나 향시·鄕試(각 도에서 치르는 초시)에 합격한 실력자였다. 송관수는 과거 시험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그의 뛰어난 학문은 고향 기장뿐만 아니라 전국에 알려져 있었고, 1810년에는 성균관 박사에 선발되기도 했다.

책에 실린 18편 편지 가운데 과거를 언급한 것이 8편이나 돼 유생의 관심사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주로 과거 일정을 알려주고 과거 보러 가는 길에 본인 집에 들러 회포를 풀자는 내용인데, 과거를 보러 가는 긴 여정에 숙소를 제공하려는 배려가 담겨있다.

선비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함께 모여 글 짓고 학문을 논하는 것을 즐겼고, 서로 문집을 돌려보고 필사하여 간직하곤 했다. 이 편지를 보낸 사람은 아마도 문장으로 소문난 송관수의 문집을 퍽이나 지니고 싶은 모양이다. ‘담뱃대를 가지고 오시라’고 한 것도 재미있다.

위에 소개한 자료는 취선당 송관수의 후손인 송교옥·송교권 님이 2015년 정관박물관 개관을 위해 기증하신 문화유산이다. 지난 3일 개막한 정관박물관 특별기획전(오는 12월 31일까지) ‘이제 우리의 일기를 쓰겠소’에서 정관 주민들이 기증한 문화유산과 함께 만날 수 있다.

‘이제 우리의 일기를 쓰겠소’는 개관 10년이 되는 정관박물관의 자취를 담은 전시로, 정관신도시 개발을 위해 3년간 진행된 발굴 조사 과정과 박물관 건립 이야기, 10년간 박물관을 꾸려온 노력, 주민과 함께 성장한 정관박물관의 도전을 풀어놓았다. 한 조각 편지를 보내는 정성으로 정관박물관이 마음을 띄워 여러분을 초대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연휴 사흘간 32만 ‘부캉이앓이’…다가오는 작별(종합)
  2. 2150년史 부산항 무대 삼은 아레나, 세계 어디에도 없는 K-팝 명소로
  3. 3분유에 소주 타 먹인 친부…여직원 2년간 추행한 임원
  4. 4“부산관광 뜨는 지금이 적기” 호텔투자 열기 서부산까지
  5. 5양산 춘추공원 재정비…6년 만에 변경안 고시
  6. 6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7. 7‘인천대 교수 임용 특혜 의혹’ 유승민 딸, 입건없이 10개월째 수사만
  8. 8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9. 9한동훈 ‘지뢰폭발’ 대여공세 주도…복당론 선긋는 장동혁과 대립각
  10. 10[도청도설] 부캉이가 띄운 북항
  1. 1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2. 2‘인천대 교수 임용 특혜 의혹’ 유승민 딸, 입건없이 10개월째 수사만
  3. 3한동훈 ‘지뢰폭발’ 대여공세 주도…복당론 선긋는 장동혁과 대립각
  4. 4폭풍 SNS, 배우자 외부활동…총선운동 방불케 한 추석행보(종합)
  5. 5靑 “우크라 ‘비공개 합의 없었다’는 거짓 발표”…해명·사과 요구
  6. 6안보·사법·與 내홍…추석 이어 국감정국 달군다(종합)
  7. 7[속보]유시민, 이 대통령 검찰개혁 "국민 속인 것"…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해
  8. 8[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2주 연속 상승…민주 38.7%·국힘 39.4%
  9. 9강신철 국방장관 "DMZ 폭발 원인이 北 지뢰로 확인되면 상응하는 조치할 것"
  10. 10與 “민생 더 챙기라는 말 많아” 野 “대선 언제냐며 시민 분노”
  1. 1150년史 부산항 무대 삼은 아레나, 세계 어디에도 없는 K-팝 명소로
  2. 2“부산관광 뜨는 지금이 적기” 호텔투자 열기 서부산까지
  3. 3K-팝 효과 끝? 관광수지 넉 달만에 적자 전환
  4. 4늘어나는 법무수요…부산도시公 사내 변호사 찾기 안간힘
  5. 5‘사장님 퇴직금’ 노란우산, 공제·목돈 마련 든든
  6. 6[속보]폭탄 커진다…카드론 돌려막기 1조7000억 육박
  7. 7“체력 키우라고 준 지원금인데”…해경청 107명 악용
  8. 8한화에어로 ‘경력직 가이드라인(특정 학력·나이)’ 논란…“채용과정 개선할 것”(종합)
  9. 9금고 과당경쟁 제동…지역은행 판도 촉각
  10. 10“독자 기술이 미래 경쟁력…내년 매출 4100억 목표”
  1. 1연휴 사흘간 32만 ‘부캉이앓이’…다가오는 작별(종합)
  2. 2분유에 소주 타 먹인 친부…여직원 2년간 추행한 임원
  3. 3양산 춘추공원 재정비…6년 만에 변경안 고시
  4. 4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5. 5‘부캉이’를 市 명예 홍보대사로…온라인 투표 몰표
  6. 6부산시 재정난 겪는데…시유재산 세입관리 부실 투성이
  7. 7영화숙·재생원 진실규명 공로 손석주 ‘민주시민상’
  8. 8금정구의원이라 믿었는데…임대보증금 1년 넘게 안 줘
  9. 9선거때 식사대접 혐의 사하구 체육회장 송치…돈봉투 수사는 무혐의
  10. 10[속보]유시민, 이 대통령 검찰개혁 "국민 속인 것"…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해
  1. 1오상욱 끝냈다…펜싱 男 단체 우승…승마 남동헌, 12년 만에 정상 탈환(종합)
  2. 2안세영, 천위페이도 가볍게 압승…결승 진출
  3. 3K-농구 황금시대…남녀 동반 우승, 3대3도 첫 金(종합)
  4. 4이강인·황인범 활용법 찾아라
  5. 5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6. 6[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7. 7한국 야구, 일본 꺾고 금메달…아시안게임 5연패 달성
  8. 8높이뛰기 우상혁, 2m22로 동메달
  9. 9[속보]'약속의 8회’ 한국 야구, 일본 3-1로 꺾고 AG 5연패
  10. 10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아카데미 직행표’ 두고 세계 13편 경쟁…12편 프리미어 상영
한국문학관 기행
부끄러움 없는 삶, 오늘 우리에게 성찰을 던지는 공간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정답 없는 가족의 기록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인간 빈자리 차지한 반려 로봇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소윤-sky above,river below,and birds between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빨래 /심여혜
잡는 법 /김만옥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9일 (음 8월 19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8일 (음 8월 18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추석 때 사람들 만나 술 마시며 시 읊은 조선 중기 권벌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