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나림 정신 되새긴 가을 문학잔치…그의 號를 딴 ‘어떤 숲’도 열렸다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 ‘이병주 역사소설 명암’ 치열했던 문학제 현장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4-09-29 19:12:36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나림이 쓴 역사 인물 소설 통해
- 사상가로서의 작가 영향력 조명
- 깊은 존경·애정 담긴 토론 활발
- 국제문학상 대상에 김종성 작가

- 나림 나고 자란 고향 하동 북천
- 고향 사람들이 숲 가꿔 개방도

경남 하동군 북천면 들판에 아직 코스모스는 만개하지 않았다. 지난 28일이었다. 여름은 너무 더웠고, 10월 첫 주말에 주로 열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를 조금 앞당겨 9월 끝자락에 열게 된 사정과 상관있을 것으로 짐작했다. 그런데 올해는 코스모스 대신 ‘어떤 숲’이 문학제를 찾아온 사람들을 먼저 반겼다.
경남 하동군 북천면 옛 북천중학교 자리에 하동군이 생태 공원이자 체험 공간으로 올해 조성한 ‘하동 나림-지리산의 어떤 숲’ 풍경. ‘나림(那林)’은 이병주 작가의 호로 ‘어떤 숲’이라는 뜻으로 새긴다. 나림연구회 제공
■‘지리산의 어떤 숲-하동 나림’

이병주문학관에 가려면 거치게 되는 북천면의 옛 북천중학교 자리에 올해 생태공원이자 체험공간인 ‘지리산의 어떤 숲-하동 나림(那林)’이 조성됐다. 나림은 하동군 북천면 태생 대문호 이병주의 호이다. 대개 ‘어떤 숲’이라는 뜻으로 새긴다. 나림 선생이 생전 “들을 누비는 길, 산을 기어 오른 오솔길, 병풍처럼 둘러친 산의 능선, 아니 풀 한 포기, 돌 하나까지 안타까우리만큼 그리운 것이다”고 쓴 고향 복천 좋은 자리에 고향 사람들이 숲을 가꿔 그를 기리니, 좋은 일이다. 안내판을 조금 더 읽어본다.

“하동군 북천면은 소설가 이병주(李柄注 1921~1992)가 나고 자란 고향이다. 이병주는 대하소설 ‘지리산’, ‘관부연락선’ 등 당시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시련을 작품화한 소설가이다. … 이병주의 고향인 이곳에 지리산의 아름다움을 담아 ‘지리산의 어떤 숲’을 조성했다. … 이곳에는 마가목, 참빗살나무, 히어리, 만병초, 투구꽃 등 지리산에서 볼 수 있는 식물 130여 종을 식재하였다.”

■이병주 역사소설 펼친 후배들

지난 28일 경남 하동군 북천면 이병주문학관에서 2024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가 열리고 있다. 나림연구회 제공
‘경남스틸과 BNK금융그룹이 함께하는 2024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가 지난 28일 경남 하동군 북천면 이명골길 이병주문학관에서 이병주기념사업회·국제신문 주최로 열렸다. KBS진주방송 또한 공동 주최기관이다. 학술심포지엄은 해마다 이 문학제의 핵심 프로그램으로 마련돼 이병주문학을 가꾸고 알리는 구실을 한다. 이병주기념사업회(공동대표 이기수 김종회)는 올해 학술심포지엄 주제를 ‘이병주 역사소설의 범주와 명암’으로 잡았다. 방대·장쾌한 이병주 문학에서 ‘역사’는 필수불가결 요소이므로 이 선택은 돋보인다.

김종회 공동대표의 기조발제 ‘1970년대 이병주 소설의 여러 면모’에 이어 나림이 쓴 ‘역사 인물 소설’인 ‘허균’ ‘정도전’ ‘정몽주’에 관한 주제발표 3건이 이어졌다. 연구가 김민수의 ‘역사·소설·말년의 양식-나림 이병주의 ‘허균’과 ‘소설 장자’를 중심, 소설가 김병덕의 ‘사료와 허구로 묘파한 삼봉의 삶-이병주의 정도전론’, 평론가 김유석의 ‘이병주의 정몽주와 휴머니즘 인간론’이었다. 권혁률 중국 길림대 교수, 김용희 소설가·평택대 교수, 김한상 스페인어학자·전 경희대 부총장, 손정순 문화전문지 ‘쿨투라’ 발행인, 전수용 한국문학번역원 원장 등 10명은 토론에 나섰다.

김민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발표에서 ‘허균’ 속에 나림이 쓴 ‘프롤로그를 대신하여’라는 글이 갖는 의미를 짚는 등 왜 1980년대 이후 이병주가 역사인물을 직접 형상화하는 일에 나서고 그속에서 어떤 일을 감행하는지 흥미로운 토론이 붙었다.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하태영 교수는 나림이 “나는 다산을 통해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와 한(恨)을 알았다 …. 정 다산(정약용)은 나의 가장 가까운 혈연적인 스승이라고 할 수가 있다”고 쓴 점에 관해 토론에 붙이자, 50년 다산을 연구한 김언종 한국고전번역원 원장이 받아 이야기했다.

“다산은 10년 안 되는 벼슬살이 뒤에 귀양 가면서 가려진다. 다산의 책은 1926년에야 발간되며 그전엔 이런 책이 있는 줄 몰랐다. 다산의 관심사는 병들고 못 살았던 시대, 어떻게 하면 백성의 삶과 사회를 개선할지에만 집중했다. 거기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한국이 선진국이 되면서 다산은 역할을 다했다고도 말할 수 있다. 단지 작가에 머문 게 아니라 사상가였던 나림은 (방대하고 치열하며 여러 방면에 걸친 작품과 사상으로 볼 때) 다산보다도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는 “김병덕 선생이 주제발표에서 나림 이병주가 ‘우리 민족이 역사에서 교훈을 배우지 못하는, 슬기의 부족’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이 중요한 가르침이 이병주의 모든 역사소설에 깔려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진지하게 덧붙였다. 토론 진행을 맡은 김종회 공동대표는 “김언종 원장께서 다산에 대한 깊은 존경과 애정을 바탕으로 이와 같은 말씀을 해주셨다”고 열기를 정돈했다.

■이병주국제문학상 시상식

올해 이병주국제문학상 시상식이 오후 5시 시작했다. 대상(상금 2000만 원)은 김종성 작가가 가 받았다. 경희대 고려대 교수 등을 지낸 김종성 작가는 연작소설집 ‘가야를 찾아서’로 특히 주목받았다. 단편소설 ‘가야를 찾아서’ ‘가야를 위하여’, 중편소설 ‘가락국’ ‘님의 나라’ ‘검과 현’으로 이뤄진 이 소설책 등을 통해 “가야사의 중심에 있었던 가야 소국은 가락국(금관가야)”이라는 결론에 닿는 등 한국 고대사에서 중요한 주제인 가야를 깊이 다뤘다. 그런 점에서 가야사를 친근하게 여기는 부산·울산·경남 독자에게도 뜻깊은 수상이다.

김종성 작가는 수상 소감에서 “역사 기록자로서 소설가, 증언자로서 소설가라는 이병주 작가의 문학 지향”에 깊은 공감을 표명했다.

경남문인상(상금 500만 원)을 받은 박우담 시인은 시집 ’초원의 별’ 등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나림 선생의 대하소설 ‘지리산’을 한때 머리맡에 두고 읽었고 덕산과 마천에서 지리산 천왕봉을 바라보며 오래 살았다”고 떠올렸다. 박우담 시인은 형평지역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이형기시인기념사업회 회장으로 활동한다.

연구상(상금 500만 원)을 받은 안준배 평론가는 부산 태생으로 최근 이병주 문학을 더 깊이 연구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글 읽기를 속독보다는 천천히 지속적으로 읽었다. 계간 ‘크리스천문학나무’에 김은국 이범선 김승옥 이청준 백도기 박완서 이문열 황석영 최인호 박경리 소설을 평론했다”며 “나에게 ‘지리산’의 서사는 사상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한 이병주 작가께 깊은 감사를 올린다”고 했다. 세 수상자는 하승철 하동군수, 강대선 하동군의장, 이종수 이병주문학관장 등 하동군민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주최 측은 상금 후원 등의 방식으로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을 실천한 경남스틸·BNK금융그룹에도 감사를 표했다.

■부산의 나림연구회

2024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에는 부산의 이병주 문학 읽기·토론 모임인 ‘나림연구회’(회장 조광수 전 한국아나키즘학회 회장·전 영산대 교수) 회원들이 동참했다. 이에 따라 시민·독자의 참여 폭이 넓어졌고 행사에도 활력이 돋았다. 나림연구회는 지난 2월 부산 울산 경남의 나림 독자 10여 명이 모여 결성했다. 한 달에 한 번 이병주 문학 작품을 놓고 토론하며, 조광수 회장은 국제신문에 현재 ‘이병주 문학과 인문 클래식’이라는 깊은 글을 격주로 연재한다.

나림연구회는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5주에 걸쳐 매주 월요일 오후 7시 부산 연제구 부산교대 앞 커피숍 긱스 2층에서 ‘나림 문학 특강’을 펼치는 등 활동을 늘리고 있다. 이날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에는 조광수 회장을 비롯한 여러 회원이 참여해 문학 잔치의 활기를 보탰다.

▶후원·협찬: BNK금융그룹·경남스틸·하동군·경상남도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양산도시철 시운전에 소음 민원 빗발…방음터널 설치 요구
  2. 2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3. 3가덕 공사비 2000억 증액 목표…市 ‘국비확보’ 국회 상주반 가동
  4. 4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5. 5자갈치축제에 늘어선 바비큐·통닭…취지 두고 갑론을박
  6. 6[국제칼럼]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7. 7관객 춤췄다고 영업정지 ‘오방가르드’ 두 달만에 재개장(종합)
  8. 8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9. 9“인구 급증 강서, 교통혁신 필수…생곡소각장 대체부지 검토 건의”
  10. 10지광, 신문을 사업 수단화…380억 땅 있으면서 102억 체불
  1. 1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2. 2시설공단 이사장 후보 자진사퇴…田 인사 첫 낙마
  3. 3"농지조사 송 장관이 제안" 이 대통령에 野 "불리해지니 장관 탓"
  4. 4중수청장 “한동훈 딸 의혹 규명 필요”(종합)
  5. 5김정호 "국제신문 100억 체불 지광, 동행명령장 거부시 고발조치"
  6. 6김지용 중수청장, 또다시 국무회의 참석
  7. 7[속보]與 "'무책임한 의혹제기' 주진우, 사이버 레커로 전향하라" 직격
  8. 8이 대통령 "중수청장 국무회의 참석, 비정상의 정상화"
  9. 9정동영 "김정은 방중, 긍정적으로 볼 여지 있어"
  10. 10北 ‘지뢰 폭발은 韓 자작극’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서한…이사국들 회람
  1. 1부산경실련 “산은 이전 없다는 금융위원장 발언 유감”
  2. 2애플, 아이폰듀오 화면 결함 인정…무상교체 방침
  3. 3전기료 밀린 홈플러스…한전 ‘단전 예고’(종합)
  4. 4음악 들으며 북항친수공원 걸어요
  5. 5부산 온 세계 해사인 “안전·친환경 실천”
  6. 6복권판매점 늘어난다…정부, 우선계약 대상에 14만명 추가
  7. 7“관광수익 주민에 환원해야 지역활력”…글로벌 20개 도시 리더들 한목소리
  8. 8[속보]고리 3·4호기 '계속운전' 최종 승인…2035년까지 전력 더 생산
  9. 9고리 3·4호기 '계속운전' 오늘 재심의…승인 땐 내년 재가동
  10. 10BNK금융 3분기 누적순익, 작년보다 19% 감소
  1. 1양산도시철 시운전에 소음 민원 빗발…방음터널 설치 요구
  2. 2가덕 공사비 2000억 증액 목표…市 ‘국비확보’ 국회 상주반 가동
  3. 3자갈치축제에 늘어선 바비큐·통닭…취지 두고 갑론을박
  4. 4관객 춤췄다고 영업정지 ‘오방가르드’ 두 달만에 재개장(종합)
  5. 5“인구 급증 강서, 교통혁신 필수…생곡소각장 대체부지 검토 건의”
  6. 6지광, 신문을 사업 수단화…380억 땅 있으면서 102억 체불
  7. 7갈맷길 36코스로 전면 개편
  8. 8[속보] 내일 기온 ‘뚝’ 떨어진다…대부분 지역 한파주의보
  9. 9日 주 20시간法 만들자 알바앱 급성장…편법 단기고용 판쳐
  10. 10강남 구룡마을 화재로 다량의 연기 발생
  1. 1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2. 2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3. 3차준환 계보 잇는 피겨 왕자 서민규
  4. 4똑똑한 ‘데이터 야구’와 수비 강화…개혁의 칼 뽑은 롯데
  5. 5[뭐라노] 데이터 기반 똑똑한 야구·수비강화…롯데의 ‘새판 짜기’
  6. 6[뭐라노] 아직도 '그들만의 체전'?
  7. 7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8. 8롯데자이언츠 새 사령탑 ‘NC 우승 감독’ 이동욱…단장에는 이택근 선임
  9. 9‘올림픽 3연패 주역·AG 金6’ 펜싱 구본길 칼 내려놓다
  10. 10불가능을 가능케…亞패러게임 5위
우리은행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한국문학관 기행
바람처럼 자유로운 김홍신 문학을 ‘건축언어’로 표현한 공간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송현화-Magic Airs
지나-마음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8일 (음 9월 18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7일 (음 9월 17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이여가 가을 보름달을 바라보며 읊은 시
지리산 연곡사를 찾아 시 읊은 매천 황현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