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34> 어피(魚皮) 공예

상어·가오리 등 거칠고 질긴 가죽…왕의 도장함, 안경집으로 재탄생

  • 김현주 국립해양박물관 학술연구팀 연구원
  •  |   입력 : 2024-10-09 18:26:59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인류 문명의 시작부터 사람들은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자연 재료를 이용해 의식주에 필요한 물건들을 직접 만들어왔다. 생존을 위해 수렵과 사육을 시작한 이래로 자연스럽게 발생한 부산물인 동물의 털과 가죽도 의복, 생활용품, 공예품의 중요한 재료가 되었다.
국립해양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어피 안경집. 국립해양박물관 제공
오늘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가죽은 소가죽이나 양가죽 등이다. 그러나 인류와 함께 살아온 동물이 다종다양한 만큼 인류가 사용한 가죽의 종류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것이 바로 물고기의 가죽, 즉 ‘어피(魚皮)’다. 어피는 현재 거의 쓰이지 않지만, 과거에는 여러 문화권에서 다양하게 쓰였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시대까지 널리 활용된 공예 재료였다.

어피는 모든 물고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류 중에서도 상어와 가오리 등 연골어류의 가죽만 어피로 사용된다. 그 비밀은 바로 연골어류의 독특한 피부 구조에 있다. 우리가 상어나 가오리를 떠올릴 때, 비늘이 없는 매끈한 피부를 가졌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사실 연골어류의 피부는 방패 비늘(楯鱗, Placoid scales)이라는 무수한 돌기 모양의 비늘로 빼곡하게 덮여있다.

이 비늘은 연골어류의 피부를 질기고 강하게 만들며 물속에서 보다 빠르게 헤엄칠 수 있도록 돕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또한 이러한 비늘은 연골어류가 생을 다한 후, 공예적인 관점에서도 매우 매력적인 기능을 발휘한다. 단단한 비늘로 덮인 연골어류의 피부는 마치 사포처럼 거칠고 질겨 내구성이 높다. 또한 비늘의 날카로운 부분을 부드럽게 다듬으면 표면에 빼곡하게 진주가 박힌 듯한 아름다운 무늬가 나타난다. 비늘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패턴은 장식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마찰력을 증대시켜 주는 등 감촉 또한 훌륭하게 해준다.

이처럼 높은 내구성과 장식성을 가진 어피는 귀한 재료였기 때문에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현존하는 기록과 자료에 따르면, 어피는 왕의 도장인 어보(御寶)를 담는 상자, 임금이나 높은 신분의 무관들이 사용한 고급 도검(刀劍), 중요한 물건을 보관하는 함(函), 귀한 안경을 담는 장신구인 안경집 등 고급 물품의 외장재로 사용되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어피는 품질 면에서도 매우 뛰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국립해양박물관은 어피로 만들어진 다양한 공예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사용자의 위엄과 강인함을 상징하는 어피 환도, 중요한 인장(印匠)이 보관되는 어피 인장함, 조선 후기 선비들의 장신구인 어피 안경집 등이 대표적이다. 비록 오늘날에는 그 기술이 전해지지 않지만, 아름다움과 강인함이 공존하는 품격 있는 가죽인 어피. 과거 선조들의 바다를 벗한 삶과 그 삶에서 비롯된 공예 문화를 잘 보여주는 예시라 할 수 있다. 국립해양박물관에 방문해 멋과 실용을 갖춘 어피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선조들의 예술적 감각을 직접 느껴보는 건 어떨까.

※ 국립해양박물관·국제신문 공동 기획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5. 5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6. 6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7. 7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8. 8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9. 9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10. 10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1. 1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4. 4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5. 5“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6. 6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7. 7“‘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8. 8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9. 9[속보] 강화도 해안서 '北 유실 추정' 대인지뢰 또 발견…이달에만 4번째
  10. 10이 대통령 지지율 3주만에 반등한 37.3%…민주 36.2%·국힘 40.9%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3. 3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4. 4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5. 5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8. 8해양진흥공사, 상임이사 공개 모집
  9. 9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9일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2. 2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3. 3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4. 4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5. 5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6. 6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7. 7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8. 8“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9. 9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10. 10“경남 강점 활용한 SMR 특구 만들자”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강동윤-Pixelated Oasis
윤상건-Creatur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0일 (음 9월 10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9일 (음 9월 9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