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125> 청자나한좌상이 전하는 위로와 교감의 미학

예술로 승화시킨 고려청자… 온화한 미소로 중생 보듬어

  • 김정훈 부산박물관 조사연구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4-11-18 18:00:46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오늘도 뉴스에서는 세계 곳곳의 갈등과 전쟁 소식이 들려온다. 각지의 소식은 내 삶과 무관한 척 외면하고 살 수 있지만, 가까운 사람들과의 갈등과 내 삶의 불안은 우리의 마음을 지치게 한다. 이 피로감은 날이 갈수록 누적되고 진심 어린 소통은 갈수록 줄어드는 듯하다. 이런 시대에, 고려시대에 제작된 청자나한좌상은 고요하고 온화한 표정으로 우리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부산박물관에 전시한 청자나한좌상. 부산박물관 제공
고려시대는 청자 예술이 절정을 이루었던 시기였다. 이 시기의 청자는 동아시아 전역에서 그 아름다움을 인정받았으며, 비취색의 은은한 녹색 빛깔은 고려청자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고려인들은 청자를 단순한 생활용품을 넘어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며, 그 안에 자신들의 미적 감각과 신앙적 염원을 담아냈다. 청자나한좌상은 이러한 고려인의 예술성과 종교적 이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유물이다.

고려시대 불교에서 나한은 깨달음을 얻은 자로서, 불법을 수호하고 중생을 돕는 존재로 인식되었다. 나한좌상은 이러한 나한의 의미를 인간적인 모습으로 형상화한 유물로도 이해된다. 고려인들은 청자나한좌상에 온화한 미소와 자비로운 눈빛을 부여함으로써, 마음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존재로 승화시켜 그들이 바랐던 인간적 이상을 구체화했다.

부산박물관에 소장된 여러 청자나한좌상은 바라보는 이에게 안정과 위로를 전하며, 세속적 갈등을 뛰어넘는 마음의 평온을 선사한다. 청자의 은은한 녹색과 금빛 장식은 깨달음의 고귀함을 상징하며, 수호자로서 나한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한다. 고려인들은 나한의 얼굴에 담긴 미소와 자비로운 눈빛을 통해 일상 속에서 불법의 가르침이 스며들기를 바랐을 것이다.

부산박물관의 청자나한좌상 중에는 왼쪽 다리를 세우고 앉아 무릎을 두 손으로 감싸고 있는 형상이 있다. 살짝 들어 올린 얼굴은 오른쪽 위를 향하고, 이마에서 턱까지 굴곡이 없는 편평한 얼굴에 목이 짧아 다소 경직된 자세이다. 검은 눈썹에 비대칭의 눈, 함몰된 입이 비현실적이면서 어느 정도 고독한 느낌을 자아낸다. 가만히 바라 보고 있으면 내면의 갈등이나 고민을 되돌아보게 되고, 나한의 침묵 속에서 깊은 성찰을 이끌어내는 신성하고도 고요한 감정들이 스며든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갈등과 불안 속에서, 고려시대의 청자나한좌상은 다시금 중요한 가치를 일깨운다. 이 유물은 단순한 역사적 유물이 아닌, 인간적인 이해와 위로의 상징으로 현재에도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다독여준다. 나한의 온화한 표정과 깊은 성찰은 욕망과 갈등을 넘어서 진정한 평온을 추구하는 마음을 되살리게 한다. 청자나한좌상은 1000년을 지나 오늘날에도 여전히 깊은 의미를 지니며, 우리의 일상에서 중요한 가치와 교훈을 되새기게 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추석 연휴 70대 노모 살해한 50대 딸 검거
  2. 2음주로 목숨 잃은 여성 10년새 증가…50대 유독 늘어
  3. 3비 와도 ‘부캉이’ 보러 북항 북적…추석 연휴 23만명 몰려
  4. 4[속보] 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에 “원칙 따라 대응”
  5. 5트럼프, 이란 ‘7일 계획’ 제안 거부…선거 후 폭격 가능성
  6. 6부울경 오후까지 흐리고 비…낮 최고 22∼24도
  7. 7추석 연휴 셋째날 부산→서울 7시간…귀성길 정체 풀려
  8. 8빠르게 느는 '10대 마약밀수범'…올해 적발인원, 작년 넘어서
  9. 9부하 직원 상습 성추행한 60대 임원 징역형 집유
  10. 10[날씨칼럼] 가을 태풍, ‘설마’하는 안일함보다 ‘미리’ 대비해야
  1. 1[속보] 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에 “원칙 따라 대응”
  2. 2李대통령 “한·멕시코 무역협정 논의 조속 재개해야”
  3. 3국힘, DMZ 지뢰사고 공세 지속…“증거유실 기다리나”
  4. 4조희대 대법원장 '재제청 거부' 여진…여야 공방 계속
  5. 5“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 의심 신고 3년 새 46배 증가”
  6. 6[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7. 7[속보] 靑, DMZ 지뢰 사고 조사 “철저히 규명할 것”
  8. 8조국 "조희대, 이 대통령 인정 안해" 장동혁 "조희대 탄핵하면 李 탄핵"
  9. 9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10. 10[속보] 이 대통령, 임기 관련 "2030년 6월 2일 넘기는 일 절대 없어"
  1. 1음주로 목숨 잃은 여성 10년새 증가…50대 유독 늘어
  2. 2빠르게 느는 '10대 마약밀수범'…올해 적발인원, 작년 넘어서
  3. 3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4. 4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5. 5[차호중의 재테크 칼럼] 통화량과 물가
  6. 6다대소각장 개발 다시 원점…부산시, 부지매각 해지 결정
  7. 7HJ重 올해 8척 ‘릴레이 수주’…대형선 경쟁력 입증
  8. 8가덕신공항 부지공사 기본설계 정부심의 통과
  9. 9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10. 10[한 손 뉴스] 국산 전투기로 영공 수호…KF-21 공군 1호기 배치
  1. 1추석 연휴 70대 노모 살해한 50대 딸 검거
  2. 2비 와도 ‘부캉이’ 보러 북항 북적…추석 연휴 23만명 몰려
  3. 3부울경 오후까지 흐리고 비…낮 최고 22∼24도
  4. 4추석 연휴 셋째날 부산→서울 7시간…귀성길 정체 풀려
  5. 5부하 직원 상습 성추행한 60대 임원 징역형 집유
  6. 6[날씨칼럼] 가을 태풍, ‘설마’하는 안일함보다 ‘미리’ 대비해야
  7. 7남양주서 70대 여성 흉기 피습…50대 운전기사 체포
  8. 8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9. 9귀성·귀경 행렬로 고속도로 정체…서울→부산 8시간 40분
  10. 10귀성·귀경길 정체 지속…부산→서울 8시간10분
  1. 1[속보] 한국,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첫 금메달
  2. 2한국 남자핸드볼, 중국 꺾고 8년 만에 아시안게임 4강
  3. 3[속보] ‘평균대 유망주’ 황서현,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금메달
  4. 4한국 여자 축구, 우즈벡에 6-3 승리로 준결승행
  5. 5류지현호, 일본에 0-5 영봉패
  6. 6이민성호, 베트남 4-0 완파하고 준결승 진출
  7. 7[속보] 한국 3대3 남자 농구, 아시안게임 사상 첫 금메달
  8. 83경기 1실점 철벽 마운드 韓, 조1위 슈퍼라운드행
  9. 9父 여홍철과 어깨 나란히…여서정, 8년 만에 도마 금메달
  10. 10여서정·안세영·우상혁…‘금빛낭보’ 기대
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지볼트의 ‘일본’과 조선인들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붉은 요새, 그 절제 뒤 숨겨둔 보석같은 이슬람 건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정답 없는 가족의 기록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인간 빈자리 차지한 반려 로봇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이소윤-sky above,river below,and birds between
김민정-도시의 숲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빨래 /심여혜
잡는 법 /김만옥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디세이’ 6주 연속 1위 질주, 역대 외화 관객 수 7위 올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3일 (음 8월 13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2일 (음 8월 12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추석 때 사람들 만나 술 마시며 시 읊은 조선 중기 권벌
1740년 영조가 성균관 문묘서 석전 거행 때 남태회가 지은 시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