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악 단원·전공자 등 7명 모여
- 피리·생황·태평소 앙상블 무대
- 쉽지 않은 합주 시도 관심 모아
- “극 이끌어가는 난도 높은 악기
- 내년에는 더 활발히 활동할 것”

“‘피리 앙상블’을 처음 들어보신 분들도 많을 텐데요. 부산 관객분들도 피리의 매력을 느껴 보셨으면 좋겠어요”

부산 최초의 피리 앙상블 ‘PPP(Pusan Piri Project)’ 단원들이 지난 21일 동래구 온천동의 한 연습실에서 공연을 위한 연습을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2일 부산문화회관에서 첫 공연 ‘Pusan Piri Project: 도약’을 소화했다. PPP 제공

‘피리’는 한국을 대표하는 국악기 중 하나다. 큰 음량을 자랑하기 때문에 국악을 합주할 때면 주선율을 연주하며 곡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도맡는다. 동시에 튀는 음색과 한정적인 음역 때문에 앙상블이 어려운 악기로 손꼽히기도 한다.

이 때문에 피리 앙상블을 경험할 기회의 문은 늘 좁았다. 그동안 부산에선 단 한 번도 시도된 적 없었을 정도다. ‘불모지’ 부산에 피리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지역 청년 국악인들이 모였다. 부산 최초의 피리 앙상블 ‘PPP(Pusan Piri Project)’가 주인공이다.

지난 21일 오후 동래구 온천동의 한 연습실. 문 너머에서부터 강렬한 피리의 선율이 벽을 뚫고 흘러나왔다. 고풍스러운 소리를 따라 안으로 들어서자, 연주에 집중한 PPP 단원들의 앳된 얼굴이 보였다. 이튿날 부산문화회관에서 펼쳐질 공연 ‘Pusan Piri Project: 도약’을 최종적으로 점검하는 자리로, 이들은 지난 22일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PPP 창단은 지난 3월 이뤄졌다. 피리 연주자 안하윤(30) 씨와 ‘문화예술 올타’의 김혜지(33) 대표 두 선후배의 합심이 시발점이었다. 부산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음악을 전공 중인 안 씨는 “다른 악기 전공자들은 각자 악회나 앙상블 등 활동을 활발히 펼치는데, 그동안 피리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며 “우리도 피리의 매력을 알려보자는 생각에 단원을 모집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학교 선배이자 공연 기획사를 운영하던 김 대표가 힘을 보탰다. 그는 “부산의 젊은 피리 연주자들이 무대에 설 기회가 너무도 부족하다”며 “대학 졸업 후 열에 여덟은 생계 문제로 음악을 포기할 정도다. 후배들의 공연 기회를 확대하고자 하는 생각에 창단을 결심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예술감독은 부산국립국악원 정단원 박지영(36) 씨가 맡았다. 그는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피리 연주자다. 단원(연주자)은 안 씨를 포함해 7명으로 늘었다. 모두 피리를 전공하는 2·30대 지역 청년들이다.

이들이 생각하는 피리의 매력은 무엇일까. 의외로 안 씨는 “원래는 서양음악을 공부했다”고 답했다. 그는 20세가 되던 해, 문득 전공인 첼로를 내려놓았다. 피리에 끌림을 느꼈기 때문이다. 안 씨는 “베이스 역할을 하는 첼로와 달리, 합주를 이끌어 간다는 점에 흥미를 느껴 피리를 선택하게 됐다”라고 회상했다. 피리와 태평소 두 악기를 연주하는 여강(28) 씨는 “중학생 때 우연히 접한 국악 공연에서 태평소의 크고 강렬한 음색에 반했다”고 설명했다.

‘솔직함’을 매력으로 꼽는 이도 있었다. 막내 단원인 박수빈(24) 씨는 “피리는 연습한 만큼 관객에게 보여지는 악기다. 기울인 노력에 솔직하다는 점이 피리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다른 단원들 역시 “진입장벽과 난도가 높은 만큼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 악기가 피리”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첫 공연을 시작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청년 국악인에게 무대 기회가 더 많이 주어졌으면 한다. 내년에는 단원을 추가로 모집하고 공연 활동도 보다 활발하게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 씨 역시 “PPP가 결성되며 피리 연주자 간에 서로의 고민과 목표를 공유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기쁘다.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앙상블 활동이 꾸준히 이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