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청파소나타’로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앨범’을 비롯해 3관왕을 차지한 싱어송 라이터 정밀아의 부산 단독공연 ‘서울역에서 출발’을 보기 위해 지난 23일 저녁 서면 상상마당 공연장으로 향했다. 공연장 입구에선 씨디와 뱃지, 티셔츠 같은 굿즈를 판매하고 있었다. 원래는 티셔츠를 사려고 맘을 먹었으나 정밀아의 얼굴이 중앙에 크게 박혀있어 망설여졌다. 매번 가슴팍에 새겨진 여인의 정체를 설명해야 할 것 같았다. 대신 ‘무병장수 푸른지구 세계평화’라는 메시지가 박힌 배지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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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어송라이트 정밀아의 '서울역에서 출발' 공연 포스터. |
정밀아의 노래는 사실 자주 듣지는 못한다. 오히려 아껴 듣는 편이다.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솔한 얘기를 건네는 정밀아의 노래는 어쩔 수 없이 오롯이 집중할 수밖에 없는 그런 노래라서, 듣기 전에는 항상 심호흡으로 마음을 다스리고 정밀아라는 사람과 안부를 묻고 담소를 나누는 마음으로 듣게 된다.
객석을 빼곡 채운 청중들의 연령대가 다양하다. 평소 공연장에서 보기 어려웠던 어르신들도 꽤 보인다. 앳된 학생들, 엄마와 아들이 동시에 팬이 되어 공연장을 찾은 훈훈한 모습도 보인다. 정밀아와 함께 서울역에서 출발해 부산을 찾은 열혈 팬들과 여러 지역에서 찾은 팬들도 제법 있어, 세대와 지역의 구분 없이 정밀아라는 이름 아래 대통합을 이루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더라.
통기타 하나로 노래하는 소규모 공연 외에 밴드와 함께하는 정밀아 공연은 처음이다. 한결 풍성하고 편안한 소리에 역시 숨을 죽이고 이야기를 경청했다. 몇몇 곡에선 끝내 숨기지 못하고 저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한숨처럼 들릴 듯 말 듯 나지막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그 소리는 대형 공연장의 우렁찬 떼창과는 또 다른 커다란 울림이었다. 나날이 귀해지는 경청할 줄 아는 사람들로 가득 모인 공간에 나 또한 함께한다는 것이 새삼 감격스러워져 몇 번이고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공연을 마치고 티셔츠를 구매하려고 했으나 이미 다 팔려버리고 말았다. 가슴팍에 정밀아의 얼굴을 커다랗게 박고 돌아다니며 전도하는 마음으로 낮고 작은 목소리로도 벅찰 만큼 커다란 울림을 선사하는, 정밀아라는 뮤지션이 동시대에 살고 있다고 알렸어야 마땅했다는 생각에 못내 후회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