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선집 ‘수도원 부근’도 펴내
- 28일과 내달 5일 북토크 예정

새 소설집과 등단 30주년 맞이 소설 선집을 최근 함께 펴낸 강동수 작가. 도서출판 강 제공

풍파를 몸으로 받아내는 삶을 살아, 역설과 허무도 이해하면서, 사람 냄새 짙고 인간미 흐르는 소설을 쓰는 나이 든 작가의 입지는 더 탄탄해지지 않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강동수 소설가가 새 소설집 ‘공 마에의 한국 비망록’(도서출판 강)을 펴냈다. 등단 30주년을 맞이한 1961년생 작가의 단편소설집은 맛이 깊었다. 풍파·회한·역설·허무·낭만·이해·화해 같은, 이 세대 작가에게서 우러나오는 일종의 고유함·대체불능 느낌을 받았다.

강 작가는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으로 등단했다. 국제신문 논설실장·문화부장 등 언론인·칼럼니스트로 활동했고 부산작가회의 회장·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지냈으며 요산문학상 오영수문학상 교산허균문학상 봉생문화상(문학상) 등을 받았다.

작가는 “오 년 만에 새 책을 펴낸다. 지난 오 년은 번다했다가 홀가분했다가 또 고적했다가, 착종한 시간이 앙금처럼 쌓여 있다. 강물처럼 떠밀려간 세월이었다”고 ‘작가의 말’에서 밝혔다. 이런 마음은 골고루, 단편소설 일곱 편에 담겼다.

‘공 마에의 한국 비망록’과 ‘수도원 부근’.

‘집’이 먼저 눈길을 붙든다. 작가 자신의 어릴 적 생의 이야기를 담은 인상 깊은 자전 소설 느낌이 있다. 1971년 마산. 가난한 여덟 식구가 집 한 칸을 얻고자 벌여야 하는 사투를 통해 독자는 작가의 내면 깊은 곳까지 가 닿고, 우리 사회가 거쳐 온 시대의 자화상을 절실하게 마주한다.

이 소설집에서는 개인을 덮치는 오해 또는 상대에 대한 현대인의 몰이해, 소통 단절, 고립이 이야기 단초가 되곤 한다. 거기서 시작하는 단절은 증폭되며 개인이 고립되고 마는 상황이 이어진다. ‘심연과 괴물’은 끔찍한 방화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 중심인물이 된다. 프로파일러가 세심하게 파고들자, 거기에는 아버지가 자행한 소통 단절과 폭력이 있었다. 주인공인 형사의 대학 후배 한윤주는 사회운동을 열심히 하며, 상처받은 동물과 소통하는 능력까지 있어 작품에 생기를 더 불어넣을 듯하다가 췌장암에 굴복해 죽고 만다. 한윤주의 심연에는 학생운동 시절 실수로 시민 2명이 죽게 한 현실이 있고, 주인공 형사에게는 젊은 날 프락치로 오해받은 과거가 있다. 그렇다 해도 우리는 살아간다. “경찰서 사무실 여기저기에서 전등이 켜지고 있었다.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준비를 하고 밀린 다른 사건을 처리하자면 밤을 새워야 할 것이었다. 그는 정문에서 청사를 향해 걸어갔다.”(117쪽)

‘올레에서 만난 사람’에서 주인공 남성이 제주도 올레를 걷기로 한 배경에도, ‘공 마에의 한국 비망록’에서 명성 높은 지휘자의 심사가 어지러운 이유에도 이런 오해와 단절이 있다. 하지만 작가는 굴복하지 않는다. 현대 삶의 요지경·축소판으로 파악한 편의점을 무대로 펼치는 ‘편의점은 살아 있다’를 작가는 마냥 어둡게만 그리지 않는다. ‘도롱뇽의 꿈’에서 빌딩을 맨몸으로 오르는 빌더링에 빠진 젊은이와 무력한 노인은 서로 공통점은 없음에도 신뢰하고 존중한다. 희미한 희망이 서린 느낌이다.

강 작가는 소설 선집 ‘수도원 부근’(도서출판 강)도 함께 펴냈다. 28일 오후 5시30분 부산 중구 남포문고 문화관에서 ‘공 마에의 한국 비망록’ 북토크 행사가 있고, 다음 달 5일 오후 5시30분 부산 금정구 요산문학관 강당에서 ‘수도원 부근’ 북토크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