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스마트폰 GPS는 실시간으로 우리의 위치를 알려주지만, 과거 항해자들은 이러한 기술이 없어 위치 파악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위도는 천문 관측을 통해 대략 파악할 수 있었으나, 지구상 동서 방향의 위치인 경도는 정확한 측정이 어려웠다. 경도와 시간을 연관 지어 지구가 하루에 360도 회전한다는 원리에서, 시간 차이에 따라 경도 차이를 계산할 수 있다는 원리가 연구되었다. 이에 따라 해상에서 출발지와 현재 위치 간 시차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 즉, 해상시계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정밀한 해상시계를 통해 출발지의 시각을 항해 중에도 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유지할 수 있다면 경도 계산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기 기계식 시계들은 온도 습도 배의 흔들림에 영향을 받아 정밀한 시간 측정이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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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해양박물관이 소장한 ‘시계의 원리’. |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인물이 영국의 목수이자 시계 제작자인 존 해리슨이다. 그는 1735년 온도와 습도 변화에 강하고 충격을 흡수해 정확히 시각을 표시할 수 있는 ‘H-1’ 해상시계를 설계했다. 이후 1759년까지 H-2에서 H-4까지 단계별로 시계를 발전시키며 하루 오차가 몇 초밖에 나지 않는 정밀하면서도 휴대하기 편한 크기의 시계를 완성했다. 이러한 해리슨의 해상시계 덕분에 경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게 되어 이후의 항해는 보다 안전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지게 되었고, 동서양 무역로와 새로운 영토 개척이 활발해졌다. 해리슨은 영국 정부가 경도 측정법 연구를 장려하기 위해 제정한 ‘경도법’에 따라, 거액의 상금과 상을 받으며 그 업적을 인정받았다.
해상시계의 도입은 항해의 방식을 크게 바꾸었다. 해상시계 덕분에 항해자들은 별과 천문에만 의존하지 않고 과학적이고 정밀한 항해가 가능해졌으며, 이후 해상시계는 점차 발전해 널리 상용화되었다. 해상시계는 현대 위성항법시스템(GNSS)이 개발되기 전까지 수 세기 동안 항해 필수품으로 사용되었다.
해상시계 발명은 사회적 필요가 기술 발전을 이끈 좋은 사례로 평가되며, 경도법은 기술 혁신을 장려하는 정책의 시초가 되었다. 또한 해상시계는 과학자와 발명가가 협력해 문제를 해결한 상징적인 모델로 남게 되었고, 창의성과 도전 정신을 나타내는 중요한 유산으로 여겨지고 있다. 국립해양박물관은 다음 달 3일부터 내년 3월 2일까지 해상시계 H-1의 복제품을 비롯한 영국 그리니치 국립해양박물관의 유물을 전시하는 기획전시 ‘항해와 시계’를 열어 해상시계가 등장하게 된 역사적 배경과 항해 기술의 발전 과정을 소개할 예정이다.
※ 국립해양박물관·국제신문 공동 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