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북쪽 음식인 훈뚠서 기원
- 日 화교에 전래된 것이 ‘완탕’
- 그 기술 전수받아 부산서 창업
- 지역에 맞게 바꾸고 발전시켜
- 훈뚠·완탕과 다른 요리로 진화
- 입안서 녹을 듯 얇디얇은 피에
- 간한 돼지고기소 콩만큼 넣어
- 육수재료는 다시마 멸치 사골
- 완당면·땡초완당 등 후속개발
은은하게 피어올라 구름처럼 떠다니다 바람처럼 사라진다. 완당을 처음 접했을 때 맛의 기억이다. 국물 맛은 은근하게 짭조름한데 달큼한 감칠맛이 내내 돌고, 완당 한 점 입에 넣으면 그 부드럽기가 구름을 머금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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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운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는 완당 한 그릇. 촬영 협조=두보완당 |
그러면서 씹기도 전에 입안에서 스르르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는 맛. 그러하기에 기꺼운 맛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다시 한 점 더 뜨게 되는데, 먹으면 먹을수록 지독스레 아쉬움이 남고 다 먹을 때까지 내내 맛의 갈증으로 들끓는 음식이 완당이었다.
■‘추억의 맛’ 中·日 거쳐 부산 정착 |
| 완당 요리 베테랑인 정주상 두보완당(부산 수영구) 대표가 조리 시범을 보이고 있다. |
완당은 부산의 만둣국 중 하나다. 기존 반달 모양의 만두나 크기가 큰 개성만두식의 만둣국은 아니다. 만두피가 속이 다 비칠 정도로 극도로 얇고 부드러우며, 만두의 소도 넣은 듯 마는 듯 그 크기가 아주 작다. 그래서 은근한 감칠맛이 먹는 이들을 내내 감질나게 한다.
국물은 담백하고 시원해서 한때 부산 술꾼들의 해장국으로도 즐겨 했거니와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에 남녀노소 모두 널리 먹어온 음식이 완당이기도 하다. 특히 중년의 이들에게는 ‘추억 속의 한 끼 음식’이 완당이었다. 1970~80년대 남포동 영화관에서 영화를 한 프로 보고 나면, 으레 영화의 마지막 장면의 여운을 완당 한 그릇으로 대신했던 것. ‘남포동에서 영화를 본 날은 완당 한 그릇 먹는 날’이라는 말이 정설로 퍼질 정도로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맛이기도 했다.
완당은 원래 중국의 북쪽 지방에서 아침 식사로 흔히 먹는 만둣국의 일종인 ‘훈둔()’에서 기원했다. 이 훈뚠이 중국 남부 지방에서는 ‘윈툰(云呑, 雲呑)’으로 불렸는데 그 광동어 발음이 ‘완탐’이다. 글자 그대로 ‘구름을 삼키는 맛’이라는 뜻이겠다.
이 완탐이 일본으로 이주한 화교들에 의해 일본에 전래되며 ‘완탕(ワンタン)’이 된다. 이후 이 완탕 조리 기술을 일본에서 배운 부산의 고 이은줄(18번 완당 창업자) 씨가 해방 후 그 조리법을 들고 와 부산식으로 변화, 정착시킨 음식이 오늘의 ‘부산 완당’인 것이다.
그렇기에 완당이 부산에서 처음 탄생하고 시작된 음식은 아니다. 동아시아를 돌고 돌아 부산에 정착한 동아시아 음식이다. 그렇다고 부산 완당이 중국의 훈뚠이나 일본의 완탕과 같은 음식은 아니다. 완당이 소를 아주 적게 채우는 반면 훈뚠은 소를 꽉 채우고, 완탕은 완당에 비해 피가 두껍다. 국물도 고기나 닭으로 육수를 내는 것들에 비해 완당은 멸치 등 주로 해산물 베이스의 육수를 사용한다.
■부산 사람 입맛 맞춘 메뉴  |
| 얇게 빚은 완당 피. |
부산 완당의 특징은 아주 얇은 피에 있다. 피의 최대 두께는 0.3㎜ 내외. 부드러우면서도 식감을 느낄 수 있는 최소의 얇기이다. 너비는 일반적으로 7×7㎝. 요즘 식감에 맞춰 6×7㎝로 준비하는 곳도 있다.
완당의 소는 주로 돼지고기를 사용한다. 닭고기를 함께 섞어서 사용하는 곳도 있다. 돼지고기를 사용해야 깔끔한 맛과 식감이 부드럽다고 한다. 돼지고기에 참기름으로 고소한 맛을 내고 후추 마늘 등을 넣고 직접 제조된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소의 양은 메주콩 정도. 이를 손가락 길이의 대나무 막대기로 소를 떠서 완당 피에 붙이듯 올리고 피를 도르르 말아서 완당을 완성한다. 이렇게 만든 완당 한 알의 무게는 5.5g 정도. 1인분이 120여 g인데 한 그릇에 완당이 22~23개 정도가 들어간다.
소의 양은 피와 소가 익는 시점에 맞추는데, 완당 피가 불지 않고 부드러움을 해치지 않을 정도에서 고기 식감을 최대한 구현한다. 그래야 떠먹기 좋고 입안에서 부드럽게 감기는 맛이 좋아진다.
육수는 다시마 멸치 사골 등으로 내고, 잡내를 없애기 위해 생강을 약간 넣는다. 간은 즉석에서 주문받을 때마다 직접 제조한 특제소스로 제공한다. 이렇게 해서 완당과 육수, 숙주와 어묵, 김이나 다시마, 채 썬 대파나 쑥갓 등으로 고명을 올려 완당 한 그릇이 완성된다. 곁들이로 김밥과 초밥 등을 팔기도 하고 여름 메밀국수, 겨울 가락국수 등과도 곁들여 판다.
지금은 완당도 소비자들의 수요에 발맞춰 다양한 변화 과정을 걷고 있다. 완당으로 허전한 배를 달래기 힘든 이들을 위해 자가 제면을 더한 ‘완당면’, 부산 사람들 식성에 맞게 땡초를 넣고 맵고 칼칼한 맛의 ‘땡초완당’ 등이 개발되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제공한 것.
‘완당면’은 완당과 함께 면을 즐기는 음식으로, 완당과 면을 함께 넉넉하게 먹고 싶은 사람들, 특히 부산 사람들의 면사랑에서 기인한 음식이다. 부산 사람들의 실용적이고 가성비에 기인한 음식이 완당면이다. ‘땡초완당’은 완당 국물을 한술 뜰 때마다 기침이 터질 정도로 칼칼하고 얼큰한 음식이다. 이 또한 이주 지역의 신산한 삶 속에서 시작된, 간이 센 부산 음식문화의 특징을 잘 반영한 메뉴라 하겠다.
중국에서 탄생해 일본으로 떠돌다 부산 실정에 맞게 정착한 음식, 완당. 그렇다고 완당이 완탐, 완탕과 같은 음식일 수는 없다. 우리 부산 사람 입맛에 맞게 우리 부산식 식재료와 조리법으로 최적화된 음식이 ‘부산 완당’이다. 그래서 부산 음식문화의 특징 중 하나인 개방성과 수용성, 실용성과 창의성이 잘 발현된 음식 중 하나이다. 다른 지역 음식이 부산으로 이주한 사람들에 의해 부산의 실정, 부산 사람들의 필요와 입맛에 맞게 정착한 음식이라는 것.
그러나 완당은 부산의 음식이지만 기존 부산 음식들과는 걸어온 길이 좀 다르다. 돼지국밥이나 밀면처럼 부산 곳곳에 소재하면서, 널리 먹는 대중화된 음식은 아니기에 그렇다. 이는 완당의 제조법이 고도의 기술과 혹독한 숙련 과정을 거쳐야 습득할 수 있기에 대중화가 쉽지 않다는 데에 있다.
“부산에서 시작됐지만 부산에서도 완당 전문 조리사가 턱없이 적습니다. 조리법 또한 가족끼리만 공유되다 보니 계승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부산에서 완당이란 상호로 영업을 하는 가게는 7곳. 음식 발상지인데도 채 10곳이 안 됩니다.”‘부산 완당’ 편 취재에 많은 도움말을 준 두보완당 정주상 대표의 말이다.
구름을 걷듯 그 부드럽고 그윽한 맛에 기껍고도 흔쾌함을 금할 수 없는 음식. 동아시아가 탄생시키고 부산이 완성한 음식이 바로 ‘부산 완당’이다. 조리법은 단순하지만, 그 준비의 과정은 지난하다. 전문적 기술이 없으면 엄두도 못 내는 음식이기도 하다. 그래서 소중하고 오래도록 남겨야 할 부산의 향토음식, 완당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