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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128> 조선견문도해

1892년 부산 초량서 ‘조선판 복권’ 추첨하는 화첩

  • 이지현·부산박물관 유물관리팀
  •  |   입력 : 2024-12-10 18:52:21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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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꿈을 꾸거나 인생 역전의 한방을 바라며, 한 번쯤 복권의 당첨 번호가 맞는 행운이 다가오기를 간절히 기다려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복권의 역사는 생각보다 굉장히 오래되었다. 기원전 100년경 중국 진나라에서 만리장성 축조 비용을 마련하고자 ‘키노’라는 복권을 발행했으며, 로마 시대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로마의 복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각종 연회에서 복권을 팔았다는 기록이 있다.
개항기 조선의 생활상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화첩 ‘조선견문도해’. 부산박물관 제공
대한민국에서 발행한 최초의 공식적인 복권은 1947년 12월에 발행한 1948 런던 올림픽 참가 비용을 모으기 위해 만들어진 ‘올림픽 후원권’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조선시대에서도 일찍이 복권과 비슷한 형태의 게임이 존재했다. 조선 후기 ‘산통계(算筒契)’와 ‘작백계(作百契)’라는 제비뽑기 형태의 복권이 있었다. 우리나라 복권의 기원은 친목 도모와 서로 간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함이 목적으로, 계의 형태에서 발전되었다고 한다.

조선 후기 복권 풍경이 상상되는가? 뜻밖에도 개항기 일본인이 조선의 생활상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화첩이 있는데, 이 화첩 속에 복권의 풍경이 담겨 있다. 바로 ‘조선견문도해’라는 화첩이다. 가로 38.3㎝, 세로 26㎝의 크기이며, 총 41개의 주제별 장면이 담겨 있다. 이 화첩은 배경을 생략하고 주요 인물과 사물을 간략하게 묘사한 후, 각 그림 옆에 설명문을 덧붙였는데, 일부는 그림만 있고 글이 없는 경우도 있다. 조선 개항기의 다양한 사회 계층과 직업군 등 풍속과 생활상이 담겨 있어 사진 자료가 없던 개항기 부산 지역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본문 중에는 명치 25년(1892년) 부산 초량에서 복권을 추첨하는 내용이 있어 화첩의 제작 시기와 장소를 추정할 수 있다.

복권 추첨 장면을 우측에 기록된 글을 통해 살펴보면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그림은 경찰서에서 복권 추첨을 하는 광경이다. 높은 곳의 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둥근 모양의 것을 돌려 안에서 찰(札)이 나오면 곧 줄로 관리가 있는 쪽으로 보내고 관리는 당첨 번호를 장부에 적고 큰 소리로 읽어 군중들에게 알리고 그 후에 현금을 인도한다고 한다. 이런 일은 명치 25년 12월 하순 초량촌의 경찰서 내에서 실행하고 당첨금 중 일본 거류지 가까이에 건축할 관리소 및 경찰서의 신영비(新營費)로 충당한다고 들었고 또 찰 한 장은 오십전으로 내외인에게 널리 팔았다.” 조선 후기 복권 추첨의 풍경이 놀랍게도 현재의 복권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자료이다.

그러나 이 화첩은 마냥 환영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그림 옆의 설명문 일부에는 당시 이 화첩을 만든 일본인이 문화의 상대성과 다양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조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개인의 편협한 사고방식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매우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사진 자료가 없던 그때가 너무나 궁금한 한 사람으로서 일본인이 그린 부산의 풍속을 살짝 엿보는 것으로나마 불편한 이 마음을 조금 달래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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