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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203> 집회현장에 아이돌응원봉이라니

집에서 가장 밝은 것

  • 방호정 작가
  •  |   입력 : 2024-12-16 19:17:52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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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어두울 때 집에서 가장 밝은 것을 들고나오는 사람들.’ 어느 외신의 표현이 SNS상에서 많이 공유되고 있다. 집에서 가장 밝은 것 중 분명 아이돌 응원봉도 포함될 것이다. 형형색색 알록달록한 응원봉들이 차가운 겨울밤 집회 현장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모습이 특히 생소하고 인상적이었다. 애초에 정치적인 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만들어진 물건이지만, 촛불에 비해 화재 위험도 적고 꽤 쓸만할 것 같다.

아이돌 응원봉.
역시 이런 생소한 현상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분노 가득한 그들의 구구절절한 이야기들을 최대한 요약해 보니 대충 이런 뜻이다. ‘집회가 장난이야? 놀러 왔어?’ 당장 국가가 위기상황인데, 신나고 요란한 K-POP 음악과 응원봉의 향연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일 테다. 허나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잠시만 생각해 보자. 어차피 개인 시간 쪼개서 결국 나가야 할 집회 현장이라면 이왕이면 신나고 즐거운 축제의 장을 만드는 것 또한 방법이지 않을까? 어쩌면 길고 지루한 싸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모처럼 거리에 나선 김에 스트레스도 좀 풀고 말이다. 참으로 설득력 있고 합리적인 이유가 아닌가. ‘민중가요’의 경계 역시 점차 흐릿해지고 있다. 사실 언제부턴가 집회 현장에서 떼창으로 불리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같은 곡은 민중가요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집회 현장의 응원봉들은 의외로 강력한 선전 효과도 발휘한다. 해외의 무수한 K-POP 팬들 역시 집회 현장에서 반짝이는, 같은 팬덤 응원봉을 발견한다면, 정확한 상황은 알지 못하더라도 원기옥을 모으듯 전 세계에서 응원의 마음이 커다랗게 모일지도 모른다. 시국이 혼란하고 또 어떤 격동의 시대가 닥쳐올지 모르니 점점 차가워지는 겨울날 집에 환하게 밝고 영롱한 응원봉 하나쯤은 들여놓는 게 좋겠다. 평소 소신대로 뉴진스의 응원봉 빙키봉이 좋겠다. 사회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우선 옷장 깊은 곳에 봉인해둘 것이다. 부디 오래 봉인되어 있기를…. 세상의 버니즈들의 응원이 담긴 나의 빙키봉이 부디 차가운 밤거리를 불 밝히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다만 외국인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을 뿐이다. K-POP 종주국인 만큼 다들 집에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응원봉 하나 쯤은 가지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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