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129> 이경직의 부상록(扶桑錄)

임진왜란 조선인 포로 송환 ‘104일의 기록 ’

  • 이준혁 부산박물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4-12-17 18:16:19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조선시대 사행록과 오늘의 여행 유튜버. 서로 어울리지 않는 주제일까? 조선시대는 왕이 승인한 정식적인 외교사절단이 아닌, 개인적으로 다른 나라로 간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조선의 사절이 남긴 기록으로 이들의 여정과 방문했던 나라의 문화를 간접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들이 남긴 기록들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최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여행 유튜버들 또한 경험하지 못한 세계의 다양한 문화들을 소개하며 보는 이들에게 대리만족을 준다는 점에서 사뭇 조선시대의 사행 기록들과 비슷함이 느껴진다.
이경직이 종사관으로 일본에 다녀오면서 쓴 부상록. 부산박물관 제공
‘부상록(扶桑錄)’은 현존하는 조선시대 사행록 중 하나로, 여기서 부상(扶桑)은 해가 뜨는 동쪽 바다인데 일본을 가리키는 말이다. 책의 첫머리에는 “萬曆丁巳 回答使一行日本生還日記”라고 하여, 이경직(李景稷, 1577~1640)이 1617년(광해군 9년)에 회답사 겸 쇄환사(回答使兼刷還使)의 종사관으로 일본에 다녀오면서 쓴 사행록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는 부산에서 일본으로 출발하기 3일 전인 7월 4일부터 같은 해 10월 18일 대마도에서 돌아오기까지 104일 동안의 여정이 담겨져 있다. 이경직의 후손이 필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산박물관 소장본은 이경직의 손자인 이덕성(李德成, 1655~1704) 가문의 전적 중 하나로 부산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한편,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조선통신사 기록물’인 ‘해행총재(海行摠載)’ 제10책에도 이경직의 호를 쓴 ‘석문부상록(石門扶桑錄)’이라는 표제로 실려있어, 사행기록으로서 그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부상록’의 내용을 살펴보면 앞부분에는 정사 오윤겸(吳允謙), 부사 박재(朴榟) 등 400여 명의 사행원 명단이 실려있고 이후에는 날짜별로 7월 5일 영가대에서 해신제를 지내고, 부산을 출발하여 대마도를 거쳐 8월 26일 교토 근처의 후시미 성에서 국서를 전달한 후, 9월 10일 다시 귀국길에 오르는 등의 여정을 기록했다. 마지막 날 일기에는 일본의 지리와 토산물 풍속 언어 제도 복식 등을 소개하며 마무리했다.

그의 일행이 일본으로 간 주목적은 임진왜란 이후의 조선인 포로의 쇄환이었다. 그래서인지 일기의 내용은 포로자들의 생활과 그들을 데려오는 과정에 얽힌 사연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특히 ‘부상록’은 일본 에도막부 초기의 외교 관련 기록이라는 점과 영가대에서 해신제를 지내는 기록, 조선인 포로를 데려오기 위해 거친 여러 경로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처럼 ‘부상록’은 거친 바다를 건너야 하는 일본 사행길과 당시 접하기 힘든 외국의 풍경과 문물들을 읽을 수 있는 기록이라는 점에서 조선인의 소중한 경험의 유산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스스로 일정을 계획하고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을 남기는 오늘날 여행 유튜버 콘텐츠와 통하는 면이 많다.

부산박물관 조선실에는 통신사의 여정과 함께 ‘부상록’의 한 면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전시 관람객들은 조선시대 만리길을 떠나는 그들의 기록을 감상하고 하루 여행 유튜버가 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4. 4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5. 56일 개막 BIFF도 ‘암살자(들)’ 후폭풍…레드카펫·무대 행사 줄취소
  6. 6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7. 7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8. 8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9. 9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10. 10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1. 1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2. 2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3. 3국힘, 장외집회로 정부·여당 압박…민주 “張, 북치고 고함만”(종합)
  4. 4[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5. 5'좌아하게'? 다시 논란 부른 이 대통령 SNS 정치
  6. 6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7. 7[속보]민주당, 국힘 집회에 “극우 유튜버들 박수 세례에 중독된 장동혁”
  8. 8與 “조희대, 국감 출석 불응 의사…불출석은 국회법 위반”
  9. 9'광대극' 조소 이어 미사일로 응답한 北. 좁아진 청와대 입지
  10. 10영화 '암살자(들)' 논란 속 장동혁, 고(故) 육영수 생가 방문
  1. 1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2. 251억 예상 임대수입 다시 계산하니 29억? 사업성 검증 논란
  3. 3부산의 혁신 기업들, 지역발전 동맹 결성
  4. 4‘직원용 시스템’ 등 빈틈 공격…現 보안체계론 AI해킹 무방비
  5. 5CU ‘리센느 빵’ 보름만에 60만 개 판매
  6. 6나들이객 마음에 쏘~옥…유통가 의류·와인 행사 가을대전
  7. 7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8. 8해운대 노을 보면서 명상…파라다이스호텔 오션힐링
  9. 9부산銀, 산업 전문성 더해 지역기업 금융 강화
  10. 10“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4. 4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5일
  6. 6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7. 7기장 병산저수지 때 아닌 녹조…악취 진동
  8. 8[한 손 뉴스] 1400년 역사 동래온천지구…전국 네 번째 온천도시 지정
  9. 9책임 더 커진 경찰, 해킹 내사…‘사이버 1호 사건’ 가능성
  10. 10“누이센터·대봉산 휴양밸리 등 준비해 온 사업, 완성할 차례”
  1. 1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2. 2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3. 3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4. 4“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5. 5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6. 6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7. 7‘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8. 8[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9. 9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10. 10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세연-Find Your Brave
박자현-꾸지 않는 꿈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5일 (음 8월 25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