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아니면 제가 이분들과 만날 수 있었을까요? 건강만 허락한다면 계속해서 활동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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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2024 제야음악회’에서 부산문화회관 시민오케스트라가 공연하는 모습. 부산문화회관 제공 |
2024년의 마지막 밤인 지난달 31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야음악회 무대에 오른 플루트 연주자 김주희(94) 씨는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소감을 전했다. 제야음악회를 이끈 ‘부산문화회관 시민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무대에 선 그는 악단 최연장자임에도 열정적으로 연주에 임했다. 김 씨의 딸이자 역시 연주자로 나선 박은미(70) 씨는 “문화회관이란 대형 무대에 어머니와 함께 서게 돼 감격스러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부산문화회관이 처음 선보인 시민오케스트라가 화제가 되고 있다. 문화회관은 청년 음악인과 아마추어 연주자 73명으로 시민오케스트라를 구성하고, 제야음악회를 이끌도록 했다. 문화회관이 5년 만에 선보인 제야음악회의 주인공으로 부산시립교향악단이나 유명 연주자가 아닌 시민오케스트라를 주인공으로 택한 것은 상당히 과감한 선택이었다. 문화회관 기획 공연 중 시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어 성공적인 선택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번 무대를 준비한 남영희 문화회관 사업본부장은 “일상에서 예술을 즐기는 문화가 부산 시민 사이 충분히 자리 잡았다고 판단했다. 시민 예술가가 늘어나고 있는 현시점에서 이들의 예술 활동을 장려하고 무대를 제공하는 것이 회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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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오케스트라 최연장자 김주희 단원의 연주 모습. 부산문화회관 제공 |
시민오케스트라는 지난해 9월부터 무대를 준비했다. 클래식을 전공한 청년 음악인부터 취미로 악기를 배우고 있는 은행원 퇴직자까지 다양한 면면을 자랑한다. 최고령 단원과 막내 단원(2016년생)이 85세나 차이 날 만큼 연령층도 폭 넓었다. 하지만 음악과 무대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치며 열정적으로 연습에 임했다.
문화회관은 이번 공연을 계기로 시민오케스트라의 정식 창단을 추진하고 있다. 일회성 프로젝트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아카데미 방식의 체계적인 과정을 마련하고 시민 예술가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아마추어 연주자들의 참여를 장려하기 위해 현재 단원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청년 전공 연주자들의 비중도 점차 줄여 나갈 계획이다. 특히 시민오케스트라는 올해 부산콘서트홀 개관으로 공연장의 지형 변화가 예고된 상황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회관’이란 정체성을 뚜렷이 하는데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남 본부장은 “제야음악회나 신년음악회와 같은 큰 행사에 시민이 참여하는 기회를 만들어 ‘시민이 무대의 주인’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문화회관만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