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또 ‘오징어게임 2’가 전 세계 93개국에서 1위를 기록하며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워버렸다. 해외 드라마 마니아들에게 열렬한 사랑을 받아온 ‘왕좌의 게임’ ‘기묘한 이야기’ ‘종이의 집’ 같은 작품들을 발밑에 깔고 세계 드라마 역사상 가장 히트 친 드라마가 되었다. 사실 공개되기 전에는 기대보단 걱정이 되었다. 첫 번째 시즌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다양한 캐릭터들이 주인공 성기훈(이정재)을 제외하곤 모조리 죽어버렸고, 한국 어린이들이 즐기던 놀이로 생사를 결정하는 데쓰게임이란 형식도 이젠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열광만큼 혹평도 뒤를 따랐지만, 해외 클럽을 가득 메운 군중들이 한국의 동요 ‘둥글게 둥글게’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는 모습도 흔히 목격될 정도로 중독성 높은 새로운 유행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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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신해철. |
여러 가지 충격적이고 인상적인 장면들이 이어졌지만 어쩔 수 없는 팬심으로 가장 큰 울림을 준 장면은 5화. 5인 6각 단체전 게임에서 마지막 팀으로 출발하는 성기훈 팀을 응원하는 반갑고 그리운 신해철의 목소리였다. 어린 시절 운동회처럼 한마음으로 응원하고 환호하던 목소리도 모두 사라지고, 적막 속에서 비장하게, 탈락자들의 피로 흥건히 젖은 운동장 트랙을 출발할 때, 한국인에겐 너무나 익숙한 넥스트 버전의 ‘그대에게’가 터져 나온다. 1988년 대학가요제에서 무한궤도의 원곡으로 대상을 수상한 이후 이토록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남녀노소 불문하고 널리 불려온 노래가 또 있을까? 웅장하고 힘찬 전주가 터지는 순간, 도파민이 솟구치고 심장박동이 요동치며 자연스럽게 떼창으로 이어지는 노래다. 사랑을 고백하는 노래지만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 나는 언제나 그대 곁에 있겠어요’라는 가사만큼 힘이 되고 응원이 되는 말이 있을까. ‘오징어게임2’ 덕분에 신해철이 만들고 부른 ‘그대에게’가 전 세계에 울려 퍼질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가슴이 뜨겁고 뭉클해졌다. 어쩌면 황동혁 감독 역시 신해철의 노래를 듣고 자란 오래된 팬심으로 이 노래를 세상에 퍼뜨리기로 결심하고 실행한 성덕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만, 어쨌든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이 노래만으로 ‘오징어게임2’는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충분히 끼쳤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