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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53> 제주 접짝뼈국

신산한 시집살이 미리 위로했던…제주 새색시 첫 밥상

  • 최원준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  |   입력 : 2025-01-07 18:54:53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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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으면 짝 붙는 뼈’라는 의미
- 돼지갈비 1~3번 부위로 끓인국
- 제주 토속음식으로 최근 주목

- 팍팍한 제주살림 견딜 신부에게
- 시부모가 처음 차려주던 밥상
- 제주의 귀한 산듸쌀로 밥 짓고
- 메밀가루 넣은 걸쭉한 국물에
- 입안서 녹듯 부드러운 뼈고기

- 전통혼례와 함께 잊힌 조리법
- 제주여성들이 조금씩 되살려

한 지역의 풍속이나 문화를 가장 가까이서 들여다보려면, 그 지역의 토속음식과 상차림을 보면 잘 알 수가 있다. 토속음식과 상차림 속에는 그 지역공동체의 노정과 삶의 방식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래서 지역 밥상 연구와 기록이 충실하면 충실할수록, 그 지역의 생화 문화사 연구 또한 더욱 두텁고 충실하게 축적되는 것이다.
제주도에서 시집 온 신부에게 내어준 접짝뼈국. 걸쭉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면서 고기를 작게 토막 내어 끓여 수줍은 신부가 먹기 좋도록 만들었다.
요즘 제주 토속음식이 전국적으로 관심이 높다.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한때 유형의 땅이라 다른 지역과의 교류가 일천했기에, 육지 사람들에게는 제주 토속음식들이 생경할뿐더러 잘 알려지지 않았던 터이다. 이 때문에, 제주 사람들의 생활 문화사가 고스란히 반영된 제주 음식에 관심이 갈 만도 하다.

■시집온 새신부에게 주는 국

새각시 상에 올린 귀한 쌀 ‘산듸쌀’.
요즘 제주 관광 음식으로 부쩍 유명해진 ‘몸국’이나 ‘고사리 육개장’, ‘돔베고기’나 ‘고기국수’, ‘옥돔구이’ ‘자리물회’ ‘성게국’ 등이 그것이다. 그중 최근 부쩍 관심을 많이 받는 음식이 ‘접짝뼈국’이다. ‘접착빼국’ 또는 ‘좁짝뼈국’이라고도 부른다.

‘접짝뼈’는 ‘접으면 짝 붙는 뼈’라는 의미로, 돼지의 앞다리 사이 가슴 윗부분, 갈비 1~3번 부위를 이르는 말이다. 돼지 한 마리에서 손바닥 두 쪽 정도 얻을 수 있는 부위이다. 그렇기에 여럿이 나눠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양이 나오지 않는다. 그만큼 귀한 자리에 귀한 사람을 위해 소용되는 식재료이다. 접짝뼈국은 돼지의 1~3번 짧은 갈비뼈인 접짝뼈를 작게 잘라서 고기와 육수를 삶아 받아내고, 도톰하게 나박 썬 둠비(마른 두부)와 무를 넣고 끓여서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에 메밀가루를 풀어 넣는데 지역에 따라 넣기도 하고 빼기도 한다.

이때 접짝뼈를 수저로 떠먹을 수 있을 만큼 작게 토막 내서 끓이는 것이 중요 포인트이다. 왜냐하면 이 접찍뼈국은 혼례식 날 신부가 시댁에 와서 처음 먹는 음식이기에 그렇다. 혼례식 날 신부가 고기 뼈를 손에 들고 느긋하게 뜯어 먹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신붓집에서 혼례식을 마치고 신랑을 따라 시댁에 오면 시부모가 처음 맞는 며느리를 대접하는 첫 밥상이 ‘새 각시 상’입니다. 이 새 각시 상에는 온갖 좋은 음식을 다 담아내서 며느릴 환영하는 마음을 표현하죠. 동시에 어려운 살림살이로 고생할 새 며느리를 위로하는 마음도 담겨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음식이 바로 접짝뼈국이었던 것이죠.” 양용진 제주전통음식보전연구원장의 말이다. 양 원장에 의하면 “혼례식이 끝난 후 가정을 보듬어 나가야 할 신부에게만 주는 국이 바로 접짝뼈국으로, 평생에 단 한 번 자신을 위해 가장 화려하게 차려지는 신부 밥상에 하얀 쌀밥과 함께 나란히 놓인, 큰 대접에 담긴 국이 바로 접짝뼈국”이었다고.

제주는 오랜 세월 유배의 땅으로, 삶이 척박하고 살림살이가 팍팍했던 고장이다. 이 때문에 하루하루의 일상이 신산할 수밖에 없었다. 하여 한 집안이나 가문의 특별한 날, 즉 관혼상제가 있는 날은 온 마을 사람이 함께 대사를 치르며 십시일반 힘을 모았다. 이때는 마을에 큰 잔치를 열어 오랜만에 마을 사람 모두가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었다. 특히 경사스러운 혼례가 있는 날은 일주일간 잔치를 벌이는데, 일주일 내내 잔치를 준비하고 치르기에 ‘일레(이레, 7일)잔치’라고도 한다.

이레 중 셋째 날은 ‘가문잔치’ 날이다. 혼례식 바로 전날로, 이날은 멀리 떨어진 가문의 사람들과 마을 사람들이 모여 ‘가문잔치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그리고 넷째 날이 ‘혼례식’ 잔칫날. 신랑은 신부의 집에서 신부를 데리고 온다. 일가친척과 마을 사람들은 부조를 하고 혼주는 그 답례로 음식을 싸줘 감사를 표한다. 이때 신부에게 ‘새 각시 상’을 차려주는데 시댁에서의 첫 음식이다. 그 새 각시 상에 산듸쌀(제주도 산간의 밭에서 생산되는 귀한 쌀)로 곤밥(쌀밥)을 짓고 따끈하고 부드러운 국으로 내놓는 것이 접짝뼈국이었다.

■걸쭉한 국물에 고소한 풍미 가득

접짝뼈는 ‘접으면 짝 붙는 뼈’란 의미로, 돼지의 앞다리 사이 갈비 1~3번 부위를 이른다. 양이 적게 나오기 때문에 귀한 식재료다.
접짝뼈국을 전통 방식 그대로 맛을 내는 제주 전통 음식점 ‘낭푼밥상’을 찾았다. 접짝뼈국을 주문하자 정갈한 밥상 한 상이 차려진다. 접짝뼈국과 함께 제주의 산과 들, 바다에서 직접 채취한 식재료로 담그고 절이고 무쳐낸 반찬이 오롯하다.

상에 놓인 접짝뼈국을 살펴본다. 국물이 걸쭉한 것이, 언뜻 보면 따뜻한 크림수프 같은 느낌이다. 접짝뼈국 국물 한술 뜬다. 돼짓국 베이스가 진하고 고소한 풍미가 넉넉하다. 뜨끈한 국물이 따뜻하게 속을 데우는데, 메밀가루가 들어가기에 마치 수프를 먹듯 편안하다. 그러면서도 계속 떠먹어 보면 의외로 담백하고도 개운하다.

접짝뼈 고기를 한 입 넣는다. 뭉근하게 끓여내어 접짝뼈와 고기가 쉽게 분리가 된다. 오랜 불에 은근하게 끓여냈으리라. 고기가 입에서 사르르 녹듯 부드럽다. 그리고 담백한 맛이 입에 도는데 씹으면 고소함이 살살 올라온다.

밥을 한 덩이 넣어 말아서 먹어본다. 밥알이 입안에 고슬고슬 돌며 국물과 뒤섞이고 건더기와 어우러지며 또 다른 흥미진진한 맛을 자아낸다. 뒷맛이 구수한 것은 메밀가루가 맛을 더욱 짙게 했기에 그럴 터이다. 그릇에 바닥이 보이자 든든하다. 건강한 보양식을 한 그릇 뚝딱 먹은 느낌이다.

시댁에 와서 얼마나 긴장되고 심신이 힘들었을까? 음식도 입에 제대로 맞을 리 없다. 그래서 한입에 쉬 먹으라고 접짝뼈를 한입 크기로 장만하고, 고기 또한 오래도록 끓여내 부드럽게 먹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리고 속을 편히 다스리라고, 메밀의 걸쭉하고 부드러운 국물이 신부의 속을 내내 다스려 주도록 한 음식이 바로 새 각시 첫 음식, 접짝뼈국이다.

제주지역 혼인 잔치 때 새색시에게만 차려주던 음식, 접짝뼈국. 신부가 새로운 가문에 시집을 와 첫 끼니로 먹었던 음식이다. 낯선 집에서 전전긍긍할 신부를 다독이려 시댁의 자애로운 배려와 위무의 마음이 오롯한 음식이 접짝뼈국이었던 것이다.

한때 가정에서 치르던 전통 혼례가 점점 사라지면서, 제주의 접짝뼈국 또한 지역에서 서서히 잊혔다. 그러나 추억의 음식으로 집에서 간간이 조리해 먹던 이 접짝뼈국이, 제주 여인들에 의해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어 반가움 또한 몹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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