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지건축 발행 인문 무크지 9호
- 건축·예술·영화 등 다각도에서
- 한국사회 ‘품격’에 관한 글 담아

‘품격’을 주제로, 다채로운 관점을 지닌 필진이 다양한 글을 쓰고 이를 모았더니 품격에 관한 보기 드문 인문 서적이 되어 나왔다. 필진 18명은 인문학·건축·도시계획·사회학·예술·미학·영화·언론 등 여러 분야에 걸친다. 이들은 ‘품격’을 중요한 주제로 놓고 직접 글을 써 본 경험이 별로 없다고 고백하면서, 품격에 관해 진지하게 질문하고 생각한다. 한국은 이제 한국 사회 특유의 관점과 방식으로 품격에 관해 사유하고 논의할 때가 됐음을 이 책은 시사한다.

인문 무크지 아크 제9호에 품격의 사례로 소개된 동시동화나무의숲.

상지건축이 발행하는 인문 무크지 ‘아크’ 9호가 나왔다. 주제는 ‘품격’이다. 한국 유수의 건축 설계 분야 기업으로, 부산에 본사를 둔 상지건축은 인문 잡지 ‘아크’를 1년에 두 번가량 펴내는 등 시민과 함께하는 인문 활동에 ‘진심’인 기업으로 꼽힌다. 제9호는 필진의 다채로움과 글의 밀도 등에서 좋은 짜임새를 선보였다.

한국 출판문화계의 큰 일꾼인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품격, 이타성의 다른 이름’에서 품격의 개념 틀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문학평론가 이명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품위와 적막-루쉰을 생각하며’), 김언 시인(‘성난 얼굴인가? 부끄러운 얼굴로 돌아보라’), 천정환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품격의 문화정치: 그를 ‘돼지’라 불러도 될까’)에서 품격에 대한 질문, 품격 없는 자들과 현상에 대한 분노, 자기 성찰이 어우러진 인상 깊은 글로 품격 담론을 펼친다.

튀르키예 문학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오진혁 번역가의 ‘제국이 지켜온 가치와 품격-관용과 포용, 조화와 공존’은 이슬람 문명권·오스만 제국·튀르키예에 관한 흥미롭고 귀한 글이다. 요리사이며 작가인 박찬일은 ‘식당에서 일어나는 품위의 순간들’, 춤 비평가 이상헌은 ‘ 춤, 품격의 동시대 가치’, 문학평론가 정훈은 ‘이 학교를 보라-명문(名門)의 정신과 형식’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