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이 터진 후,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공개된 영화와 드라마들은 줄줄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보도되고 있는 기가 막힌 한국의 현재 상황이 어떤 영화나 드라마보다 훨씬 더 기괴하고 극적으로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천만 관객을 모았던 ‘서울의 봄’의 뒤를 이을 대박 예감 영화 소재가 던져졌으니 지금도 누군가는 열심히 자료 조사에 착수해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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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 |
허나 상황을 지켜보면 볼수록 이야기는 미궁에 빠져 머리털을 쥐어뜯고 있을 확률이 높다. 어떤 장르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할지부터가 우선 문제다. 지금껏 밝혀진 이야기들만 해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음모와 반전의 정치스릴러와 신파적 로맨스, 오컬트, 포복절도 코미디, 첩보 액션 등 모든 장르가 정신없이 뒤섞여 있다. 뜬금없이 외계인이 등장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듯하니, 전 세계가 대한민국 현 상황을 주목하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가수 아이유는 왜 CIA에 신고를 당했으며(역시 주장일 뿐이지만) 성조기는 왜 집회 현장에서 펄럭이고 있으며, 중국에 있는 시진핑 탄핵 얘기는 왜 한남동 관저 앞에서 터져 나오며, 할렐루야 아멘은 왜 외치고 있는가. 한편 아이돌 응원봉은 왜 반짝이며 차가운 겨울밤을 수놓고 있을까? 한시도 눈을 떼기 어려운 아무 말 대잔치와 대환장의 유니버스가 실시간으로 펼쳐지고 있으니 영화나 드라마가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이 다이나믹하기 짝이 없는 K-콘텐츠의 저력일까? 이런 혼돈을 그나마 효과적으로 그리기 위해선 호불호는 강할지 모르나 ‘조커2- 폴리 아 되’처럼 실험적인 뮤지컬 형식으로 풀어내는 것이 적절할 것 같기도 하다. 경호원들의 아름다운 합창과 장기자랑, 전함 위 선상파티와 불꽃놀이가 아름답게 펼쳐지려면 뮤지컬이 딱인 것 같기도 하다. 아무래도 맨정신으로는 보기 힘든 영화가 될지도 모르겠다. 독한 칵테일 한 잔이 필요할 것 같다. 왕년에 바텐더로 활약한 경력을 살려 칵테일 한 잔을 제조해 지금 혼란을 겪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건네고 싶다. 보드카와 럼, 진, 데킬라와 라임주스, 블루큐라소, 토닉워터가 들어가는 독하지만 과일향이 달콤한 푸른색 칵테일이 좋겠다. 칵테일의 정식 명칭은 A.M.F. Adios mother fuxxer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