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흙이 빚은 정원, 그리고 백자

조현화랑, 권대섭·황지해 2인전

  •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
  •  |   입력 : 2025-02-04 19:20:21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흙·자연 매개로 현대적 조형 연출
- 세계적 명성 두 작가 진면목 감상

‘정원’과 ‘백자’를 다룬 서로 다른 전시. 그러나 밤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흙을 매개로 한 점은 묘하게 닮았다. 조현화랑(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이 선보이는 권대섭·황지해 2인전은 고유하면서 동질감이 느껴지는 전시다.
황지해 작가의 ‘When the water rises 물이 오를 때’ 전시장 모습. 조현화랑 제공
1층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어두운 조명 아래 노루망(그물과 같은 망)이 천장을 휘이 가로지른다. 노루망 위에는 보송보송한 박주가리 씨앗이 뭉게뭉게 피어난다. 노루망에 핀 박주가리 씨앗과 낙엽, 잎줄기 등은 조명을 받은 벽에서 가녀린 꽃으로 되살아난다. 조명을 받은 노루망의 형태는 육각형으로,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세포와 닮았다. 생명을 싹틔우는 박주가리 씨앗이 그물망에 담기고, 그것이 번식해 꽃을 피우고, 그렇게 생명의 순환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어 어디선가 흙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전시장 뒤쪽 작은 공간을 가득 메운 흙은 자연 그대로의 원시성을 드러낸다. 야외가 아닌 실내에서 이런 자연의 신비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1층 공간을 채운 것은 황지해 작가의 개인전 ‘When the water rises 물이 오를 때’이다. 정원 디자이너로 유명한 그가 갤러리, 즉 실내 공간에서 처음 선보이는 전시다. 이번 개인전에서 그는 어둑한 공간 속에 설치된 노루망과 박주가리를 통해 자연의 섬세한 형상과 생명의 순환을 담아내고, 부산 기장군에서 가져온 흙을 가득 채운 흙방에서 생명력의 본질을 상기시킨다. 황지해는 한국의 전통 미학과 현대적 디자인 요소를 융합해 독창적인 정원을 창조하는 작가다. 영국 첼시 플라워쇼에서 2011년 최고상·금상과 2012년 금상, 2023년 금상을 받으며 한국 최초 3회 금상 수상자로 주목받았다.
권대섭 작가의 ‘Reduction 돌아오는’ 전시장. 조현화랑 제공
1층이 밤의 숲이었다면 2층에서는 밤바다가 펼쳐진다. 짙은 전시장 바닥에 벽오동나무로 만든 차탁(차를 마시는 식탁) 10점이 군데군데 자리 잡고, 차탁 위로는 저마다 생김새가 다른 백자 30점이 놓여 있다. 어두운 바다 위에 여러 개의 섬이 있고, 그 섬 위로 허연 달이 떠 있는 것 같다. 달항아리로 불리는 백자는 자신만의 은은한 빛으로 다도해(多島海)의 풍경을 생생하게 만들어낸다.

2층 다도해 풍경을 펼쳐낸 것은 권대섭 작가의 ‘Reduction 돌아오는’이다. 40년 가까이 백자를 빚으며 현대적 조형미로 재해석된 달항아리를 구현한 그가 이번 전시에서 차탁 위에 백자를 얹어 밤바다에 뜬 달을 만들어냈다. 2021년 조현화랑에서 달항아리 11점을 철판 위에 올려 런웨이를 거니는 톱 모델처럼 연출하며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였던 그는 이번에는 밤의 다도해를 통해 백자 특유의 빛을 발현하며 순수하고 깨끗한 기운을 유감없이 내보인다. 권대섭 작가는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했지만 백자를 본 뒤 1979년 일본에서 도자기를 배워 달항아리 작업에 집중해 왔으며, 리움 삼성미술관 등 전 세계 유수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조현화랑 관계자는 “이번 2인전은 흙과 자연이란 주제를 각기 다른 현대적 조형 언어로 탐구하는 전시로, 한국적 미학의 구체성과 확장성을 보여주며 공간 전체가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오는 16일까지. (051)747-8853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3. 3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4. 4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5. 5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6. 6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8. 8[도청도설] if, 손아섭
  9. 9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10. 10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1. 1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4. 4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5. 5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6. 6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7. 7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8. 8[뭐라노]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9. 9김여정 "국경선 새 대응수단 임무대기…확성기도 수일 내 가동"
  10. 10이 대통령 "중수청 지휘감독 포기하는건 탄핵사유" 野 "국무회의 참석하면 밀실지휘 없어지나"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3. 3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4. 4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5. 5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6. 6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7. 7[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8. 8흑백요리사 셰프, 국내산 수산물 해외 홍보 나섰다
  9. 9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10. 10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6. 6취임하자마자…도시철 파업 막기 숙제
  7. 7특검팀, 마산합포구선관위 등 투표자수 허위 입력 6곳 추가 확인
  8. 8구조하다 놓친 익수자 숨진 채 발견
  9. 9부산 다문화 고교생 5년새 2배…정작 한국어학급 ‘0’
  10. 10부산청년 취업 등 여전히 팍팍하네 “맞춤형 정보 절실”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5. 5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6. 6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7. 7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8. 8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9. 9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10. 10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우리은행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남인목-웃는 나무
강동윤-Pixelated Oasi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2일 (음 9월 12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1일 (음 9월 11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