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4시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관한 책은 꾸준히 출간됐다. 키워드 ‘시간관리’로 책을 검색하면 무려 1000여 권이 떠오른다. 최근에도 시간에 관한 두 권의 책이 나왔다.
먼저 ‘시간관리의 정석’(오스기 준 지음/ 최지현 옮김/ 동양북스). 경영컨설턴트 출신 저자가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사람들의 노하우가 담긴 책 100권에서 효율적인 시간 사용법을 뽑아서 정리했다. 마음 다잡고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쉽지만은 않겠다.
‘시간 불평등-시간의 자유는 어떻게 특권이 되었나’(가이 스탠딩 지음/ 안효상 옮김/ 창비). 영국 런던대학 교수로 기본소득 논의의 최고 권위자인 저자는 “왜 누군가는 충분한 시간의 자유를 누리고, 다른 누군가는 밥벌이에 인생을 저당 잡혀야 하는가? 모든 불평등 가운데 가장 최악은 시간 불평등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 시간을 실질적으로 통제하지 못하며, 많은 시간을 원치 않는 활동에 쓰도록 강요받거나 유도되고, 자신이 원하는 활동을 할 기회를 박탈당한다”라고 말한다. 먹고 사는 일에 우리의 시간을 길들이는 자본주의 메커니즘을 파헤치는 책이다.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사용한 사람들도 있다. ‘미루기의 천재들’(앤드루 산텔라 지음/김하현 옮김/어크로스). 이 시대의 효율성 숭배에 관해 반문하는 책이다. 저자는 미루기의 심연 속에서 역사에 남을 위대한 성취를 탄생시킨 천재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천재들의 미루기 중 최악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오늘날 우리는 그가 남긴 세기의 명화들, 시대를 앞서간 헬리콥터나 로봇의 스케치를 보며 감탄한다. 하지만 그 시절 레오나르도를 고용한 이들이 궁금해했던 건 단 하나였다. “과연 이자가 약속한 날에 약속한 일을 마칠 것인가?” 자신만만하게 약속했다가 낙심하고 미루기를 반복하는 게 레오나르도의 기본적인 작업 방식이었다.
세기의 명작 ‘암굴의 성모’는 의뢰받은 지 25년 뒤에야 납품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자꾸 미루는 것에 애가 탔던 교황 레오 10세는 “이 사람은 그 무엇도 끝내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임종 때 이렇게 탄식했다고 전해진다. “아무것도 끝내질 못했어!”
그 외에도 20년 동안 ‘진화론’ 발표를 뒤로 미루었던 찰스 다윈, 8개월 동안 소포 보내기를 미루다가 인간의 비합리적 행동을 다루는 행동경제학의 대가가 된 조지 애컬로프, 9개월간 의뢰받은 저택 설계를 미루다가 클라이언트의 방문 직전 두 시간 만에 완성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등 거장들의 미루기.
그들이 꾸물거리고 빈둥거리는 시간은 사실 창조적 영감의 원천이었던 것.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었다. 겉보기엔 빈둥거렸지만, 머릿속은 촘촘하게 꽉 찬 시간이었다. 주어진 시간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누렸던 그들이 부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