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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BIMF(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의 꿈…“마술이 일상의 대중문화로 자리잡길”

비상하는 부산문화 <5>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 강열우 집행위원장

  • 김태훈 기자 hiro@kookje.co.kr
  •  |   입력 : 2025-02-09 18:32:06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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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술의 불모지였던 부산서
- 대형마술축제 꿈꾸며 창립
- 성장했지만 혹독한 여건 여전

- 마술=부산 인식 자리잡도록
- 2028 세계챔피언십 유치 사활
- 20주년 행사도 다양하게 준비중

“마술이 영화나 연극처럼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대중문화로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 마술을 즐기는 시민이 많아지면 언젠가는 시립마술극단이나 시립마술공연장이 생기는 날도 오지 않을까요?”
올해로 20회를 맞는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BIMF) 강열우 집행위원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술의 불모지에서 20년간 고군분투한 그는 지속적으로 시민의 관심을 끌 행사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2006년 8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 세계 마술 3대 거장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프란츠 하라리와 카드 마술의 최강자로 불리는 헨리 에반스,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이은결까지. 세계 각국에서 모인 마술사들이 무대에서 마술을 펼치자 객석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6일간 펼쳐진 행사에는 1만8000여 명의 관객이 다녀갔다.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BIMF·빔프)’의 탄생이었다.

BIMF가 올해로 20회를 맞는다. 그 역사의 중심에는 강열우(65) BIMF 집행위원장이 있다. 부산예술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19년 전 연고도 없던 마술계에 뛰어들었다. 대중문화로서 마술이 품은 잠재력에 주목한 것이 계기였다.

“마술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동시에, 유럽 미주 아시아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예술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만큼 행사로 잘 가꿔간다면 부산을 대표하는 축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BIMF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마술 불모지’였던 부산에서 대형 마술 축제를 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술 공연을 위한 인프라가 없다 보니 무대부터 모조리 새로 제작해야 했다. 간신히 첫 회 행사를 치르는 데는 성공했지만, 대신 1억 5000만 원의 빚더미에 앉고 말았다.

“막상 첫 행사를 치르고 나니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예상보다 적자가 심각했거든요. 하루는 연구실에서 창밖을 보고 있었는데 ‘그냥 뛰어내려 버릴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행사 업체에 후불로 대금을 치르겠다고 사정하고, 일부는 수개월에 걸쳐 제 월급으로 메꾸기도 하면서 좌충우돌 달려왔던 것이 벌써 19년이 됐네요.”

수많은 역경을 딛고 BIMF는 매년 3만 명 이상 찾는 축제로 성장했다. 하지만 형편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BIMF의 한 해 예산은 3억 원 남짓. 국제 행사를 치르기엔 빠듯한 수준이다. 연계가 될 만한 다른 행사를 준비할 여력은 더더욱 없다. 페스티벌이 열리는 시기에 마술을 향한 관심이 반짝 타올랐다가 행사가 폐막하면 금세 사그라들었던 이유다.

이 때문에 BIMF는 2019년부터 축제를 분산해 개최하고 있다. 3월 ‘매직 판타지아’로 시작해 4월과 8월에는 ‘매직서커스’, 6월에는 ‘매직 컨벤션’과 ‘매직 버스킹’, 12월에는 ‘매직 갈라쇼’를 여는 식이다. 부족한 예산 내에서도 마술을 접할 기회를 최대한 늘리기 위해서다.
지난해 열린 제19회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 공연 모습.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 집행위원회 제공
“그동안은 연속성이 없다 보니 축제를 향한 관심이 일상에서 마술을 즐기는 분위기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불씨를 지피는 데는 성공했지만 활활 타오르게 하는 데는 실패했던 셈이죠. 일상에서 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조금씩 늘려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2028년 개최 예정인 ‘제30회 세계마술챔피언십’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 역시 이러한 이유에서다. 오는 7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리는 ‘제29회 세계마술챔피언십’에서 다음 행사 개최지를 뽑는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이 함께 열린다. 3년 주기로 열리는 세계마술챔피언십은 전 세계 마술사들이 모여 종목별로 실력을 겨루는 세계 최대 규모의 마술 축제다. BIMF는 2018년 ‘제27회 세계마술챔피언십’을 부산에 유치해 19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성공적으로 행사를 치러낸 바 있다.

“부산에서 세계마술챔피언십이 열렸던 당시 마술을 향한 시민의 관심이 한동안 뜨거웠어요. 마술 관련 공연이나 행사도 많았고 직접 마술을 배우려는 이들도 눈에 띄게 늘었죠. 하지만 팬데믹을 겪으며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다시 한번 세계마술챔피언십 유치에 도전해 침체된 마술계가 부활할 수 있는 변곡점을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강 위원장은 유치전 준비 외에도 스무 살을 맞는 행사의 색다른 변화를 예고했다. 오는 6월 영화의전당에서 열리는 ‘매직 컨벤션’에는 ‘전설의 마술사’ 섹션이 신설된다. 세상을 떠난 전설적인 마술사들을 기리고 그들의 업적을 회고하는 프로그램이다. 마술을 직접 시연해 보는 체험 부스와 세계 각국의 마술 도구를 관람하거나 구매할 수 있는 딜러 부스도 확대해 운영할 계획이다.

매년 6~7월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열었던 ‘매직 버스킹’은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BPAM)’과 연계해 오는 9월에 열린다. 진행 방식도 마술사끼리 실력을 겨뤄 1등을 가리던 경쟁 방식에서 올해부터는 비경쟁 공연으로 바뀐다. 신진 마술사의 참여를 독려하고 시민에게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서다.

“BIMF를 온 가족이 다 함께 손잡고 찾을 수 있는 행사로 만들고 싶습니다. 특히 올해는 스무 살을 맞는 특별한 해인 만큼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고 있어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끝으로 그는 마술이 일상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BIMF를 향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내주길 당부했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마술 축제를 기획하고 있다고 말하면 ‘부산에서 무슨 마술이냐’라는 반응이 대다수였습니다. 하지만 몇 년 새 한국 마술사들이 세계 대회에서 훌륭한 성과를 거두고, 마술을 주제로 한 예능 프로그램도 생기면서 BIMF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커지고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마술하면 부산’이라는 인식이 확실하게 생길 수 있도록 BIMF를 이끌어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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