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더 글로리’ 문동은 역
- 연기의 재미에 새롭게 빠져들어
- 색다른 장르에 자연스럽게 관심
- 드라마 요소 강한 오컬트 영화
- ‘검은 수녀들’서 또 다른 만족감
- 특히 중요했던 구마의식 장면
- 너무 긴장해 손발이 굳는 경험
- 영화 홍보차 예능·유튜브 출연
- 본의 아닌 ‘신비주의’ 벗게 돼
- 차기작은 노희경 작가의 신작
- 공유와 함께 출연하는 시대극
데뷔 이후 드라마 ‘가을동화’ ‘올인’ ‘태양의 후예’ 등 공전의 히트작에 출연하며 멜로 드라마와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주던 송혜교가 변화하고 있다. 비련의 주인공이나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사랑받던 그녀가 독한 눈빛으로 쌍욕을 하며, 담배를 피우는 등 이전에 볼 수 없던 얼굴을 보여주며 연기의 톤이 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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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검은 수녀들’에서 또 다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배우 송혜교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녀는 이번 영화에서 위험에 처한 소년을 살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수녀 유니아 역을 맡았다. UAA 제공 |
그 첫 번째는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2022)로, 유년 시절에 당한 폭력의 기억을 갖고 살다가 성인이 되어 복수하는 문동은의 강렬함은 40대에 들어선 송혜교의 새로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지난달 24일 개봉한 영화 ‘검은 수녀들’로, 거침없이 자신의 신념을 따르는 유니아 수녀의 카리스마는 송혜교가 앞으로 보여줄 연기 세계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준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송혜교는 “제가 멜로 드라마나 로맨틱 코미디를 주로 해왔다. 다 다른 사랑 이야기이긴 하지만 너무 오래 비슷한 장르를 하니까 아무래도 표현하는 데 있어서 한계가 있었다”며 “사랑에 대한 이별, 아픔 등은 다 똑같은 것이어서 그런 연기를 오래 하는 제 모습이 그냥 지겹더라. 스스로도 지겨운데 시청자분들은 오죽하실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20여 년간 비슷한 장르에 출연하면서 느낀 연기적 갈증을 설명했다.
많은 배우가 말하듯, 배우는 선택을 받는 존재이기 때문에 연기적 갈증이 있다고 해서 자기 마음대로 작품을 선택할 수 없다. 다행스럽게 적기에 송혜교를 찾아준 작품이 바로 ‘더 글로리’와 ‘검은 수녀들’이었고, 두 작품에서 보여준 그녀의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연기를 하는 내 모습이 재미있었다”는 송혜교에게 새로운 연기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었다.
■송혜교의 새 얼굴 보여준 두 작품
학폭 가해자에게 쿨한 표정으로 박수를 치며 “멋지다, 연진아!”를 외치는 송혜교의 모습은 많은 시청자에게 각인돼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단순히 한 장면이 아니라 ‘더 글로리’에서 송혜교는 장면마다 이전 드라마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얼굴을 장착해 ‘송혜교의 변신’이라는 말이 잘 어울렸다. 그녀는 “이렇게 계속 연기를 하다가는 시청자분들이 제 연기에 대해서 재미를 못 느끼시고, 기대감이 아예 없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 마침 정말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만난 작품이 ‘더 글로리’였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했듯 송혜교는 2020년대 들어 비슷한 장르 연기에 식상함을 느끼고 있었고, 새롭게 선택한 ‘더 글로리’는 변신의 계기가 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송혜교는 ‘더 글로리’를 촬영하면서 연기의 재미에 빠져들었다. 그녀는 “제가 연기한 문동은 캐릭터도 너무 좋았고, 대본도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또 함께 연기한 가해자 캐릭터들도 하나하나 모두 살아 있었다”고 ‘태양의 후예’ 이후 다시 만난 김은숙 작가의 대본을 칭찬했다. 이어 “문동은이 가해자 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상대에 따라 제 연기가 조금씩 변하는 것을 느꼈다. 또 겁을 주거나 협박하고, 다시 당하고 하는 신들은 제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신들이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연기를 하는 저의 모습이 되게 재밌더라. 모든 신들이 새로웠고, 연기하면서 속이 시원한 기분을 오랜만에 가졌다”고 당시 행복했던 촬영을 떠올렸다.
‘더 글로리’의 즐거운 기억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장르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그래서 찾은 것이 바로 오컬트 장르인 ‘검은 수녀들’이다. 2015년에 개봉해 544만 명의 관객을 모은 ‘검은 사제들’의 두 번째 이야기인 ‘검은 수녀들’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유니아와 미카엘라, 두 수녀를 그린 영화다. 개봉 이후 폭발적인 흥행은 하지 못했지만 N차 관람을 유발하며 꾸준히 관객을 모아 160만 명을 돌파했다.
■긴장했던 구마 의식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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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검은 수녀들’의 한 장면. NEW 제공 |
‘검은 수녀들’에서 송혜교는 위험에 처한 소년을 살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수녀 유니아 역을 맡았다. 그녀는 “‘검은 수녀들’이 오컬트 영화라고 하지만 저는 드라마가 강한 것이 좋았다. 신념이 다른 두 여성이 한 아이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함께 움직이는 연대가 너무 좋았다”고 새로운 장르뿐만 아니라 주제 의식 또한 마음에 들었음을 밝혔다. 극 중 유니아와 미카엘라 수녀는 남성 사제만이 서품을 받을 수 있고, 서품을 받은 자만이 구마를 할 수 있다는 가톨릭 교리와 전통을 어기며 소년을 구하려는 구마 의식(귀신이나 악마를 쫓아내는 종교적 의식)을 행한다.
무엇보다 ‘더 글로리’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연기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저의 새로운 표정이나 모습을 찾을 수 있겠다는 부분도 있었다. 특히 구마 의식을 하는 신은 처음이라 그때의 제 모습이 궁금했다”고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검은 수녀들’에서 구마 의식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송혜교가 촬영 중 감정이 격해져 몸에 힘이 들어가 손발이 굳는 경험을 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았다. 그녀는 “너무 중요한 장면이어서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도 긴장을 많이 했다. 왜냐하면 기도문도 읊으면서 감정도 표현해야 했는데, 제가 같은 연기를 한두 번 해버리면 감정이 잘 안 올라오는 스타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긴장한 것”이라고 촬영 전 가졌던 부담에 대해 설명했다.
구마 의식을 행하며 유니아 수녀는 한국어로 된 기도문을, 미카엘라 수녀는 라틴어로 된 기도문을 읊는다. 송혜교는 “미카엘라 수녀 역을 맡은 전여빈 씨 말로는 라틴어로 하는 게 더 쉬웠다고 하더라.(웃음) 한국어로 할 때는 딱딱 짚어주는 것이 있고, 일상에서 잘 쓰지 않는 말들인데 감정을 실어 전달해야 해서 힘들었다. 그냥 계속 시간이 날 때마다 달달 외우는 수밖에 없었다. 촬영 없는 날도, 개인적인 일을 하면서도 갑자기 외우기도 하며 툭 치면 나올 수 있게끔 계속 입에 달고 살았다”고 기도문 대사에 얽힌 일화를 전했다. 그런 노력 덕분에 유니아 수녀가 기도문을 읊는 장면은 첫 번째 촬영에 OK가 났고, 이후 구마 의식 장면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녀는 “구마 의식 장면은 ‘더 글로리’ 때처럼 재미있었다. 기도문을 읽고, 악령과 싸우는 모습은 더 재미있게 모니터했다”고 자신의 연기에 만족감을 보였다.
■팬들과 가까워진 유튜브 출연
송혜교는 이전과 다르게 TV 예능 프로그램과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며 적극적인 ‘검은 수녀들’ 홍보 활동에 나섰다. 특히 한 유튜브 채널에서는 자신의 생활을 담은 브이로그를 직접 촬영해 큰 관심을 받았다. 그녀는 “제가 신비주의를 지향했던 것은 아니었다. 예전의 문화는 (배우의 생활을) 감추는 것이 많았는데, 요즘은 보여주는 쪽이 많고 그래야 친근감을 느끼시는 것 같다”며 “TV 예능에 나가니까 어르신들이 좋아해 주셨고, 유튜브나 브이로그로 저의 보이지 않던 모습을 드러내니 젊은 층이 좋아해 주시더라. 유튜브의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 기회에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팬들과 더 자주 소통할 계획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해보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웬만큼 부지런하지 않으면 못 하겠더라. 그런데 제가 귀차니즘이 있어서 유튜브는 못 한다. 이번에 한 것으로 만족한다”며 웃었다.
‘더 글로리’에 이어 ‘검은 수녀들’까지 새로운 연기에 맛을 들인 송혜교의 차기작은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함께 했던 노희경 작가의 신작 ‘천천히 강렬하게’(가제)다. 야만과 폭력이 판친 1960~1980년대 한국 연예계를 배경으로, 가진 건 없지만 빛나는 성공을 꿈꾸며 온몸을 던진 이들의 성장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로, 공유와 첫 호흡을 맞춘다. “촬영에 들어간 지 2주 정도 됐다”는 송혜교는 “시대극이라서 새롭다. 이제 시작이라 많이 낯설지만 함께하는 분들이 좋아 (촬영이) 즐거울 것 같다”며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준비가 됐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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