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달 2일까지 해운대 카린갤러리
- 3개 공간에 쌀 형상화 작품 다채
잘 지은 밥 한 그릇이 놓여 있다. 소복하게 쌓인 하얀 밥을 보니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그림 너머로 전해지는 듯하다. 그런데 하얀 밥이 쌀알 한톨 한톨로 흩어지더니 커다란 캔버스에 뿌려졌다. 겹치고 겹쳐진 쌀알은 마치 하얀 꽃을 뿌려놓은 듯 몽환적이면서 포근한 느낌을 준다. 이윽고 몽글몽글한 쌀 한 톨의 형태가 무뎌지고 흐려지더니 다양한 색깔의 에너지를 응축한 동그라미가 되었다. 그렇게 한 톨의 쌀은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은 새로운 존재가 되어 떠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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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호 작가의 ‘살’. 어머니의 사랑이 느껴지는 밥을 그려 포근하고 따뜻한 감성을 전한다. |
‘밥 작가’로 유명한 박주호의 개인전 ‘Awareness’가 카린갤러리(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에서 열리고 있다. 박주호는 신라대와 부산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마쳤으며 지역을 기반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2009년 첫 개인전을 시작해 서울 대구 울산 등 다양한 지역에서 개인·단체전 24회를 소화했고, 국내외 아트페어에 두루 참여하며 주목받고 있다.
2006년부터 20여 년간 다양한 표현 방식으로 밥을 그린 그는 이번 개인전에서 그동안의 작업에서 한 걸음 나아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밥 작가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가늠할 수 있는 작품 60점을 소개한 전시로 주목할 만하다.
전시는 3개 공간으로 나눠 작가의 다양한 밥 그림을 보여준다. 스페이스1에서 작가의 대표 작품인 사발에 담긴 밥을 볼 수 있다면, 스페이스2는 쌀의 형태를 빌어 직관적인 감정을 표현한 신작, 색면추상 작품들을 소개한다. 스페이스3에서는 화면을 쌀로 가득 채운 100호 7점의 대작과 작가의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 작품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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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호 작가의 작품(무제). 쌀을 소재로 한 색면추상 작품이다. 카린갤러리 제공 |
작가는 어머니의 밥에서 정성과 사랑을 보고 쌀이란 소재를 통해 사랑을 은유하는 마음을 그렸다. 그렇기에 그림이 한없이 따뜻하고 포근했다.
특히 그는 소복하게 쌓여 있는 쌀을 수행하듯 반복적으로 그리는 행위에 집중했다. 노동과 같은 반복되는 행위를 하다 보니 내면의 고요함을 들여다보게 됐고, 그 과정에서 쌀의 형태를 배제했더니 둥근 조형이 흐려지고 에너지를 응축한 색감과 추상적인 형태가 남았다. 그렇게 색면추상 작품이 나오게 됐다. 그동안 작가가 밥이 은유했던 감정과 관계성에 치중했다면,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자신의 깊은 내면을 마주하며 오직 색채로만 심연을 드러내는 새로운 국면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는 그의 다음 행보를 궁금하게 만든다.
박주호 작가는 “어머니가 주시는 밥에서 마음을 보았고, 그림을 통해 그 마음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그렇게 화면과 마주하는 순간 일어나는 내 몸과 마음의 상태를 다시 화면으로 옮기니 물질을 넘어 또 다른 존재가 되었다”고 이번 추상 작업에 대해 말했다. 전시는 다음 달 2일까지 열린다. (051)747-9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