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사업비 561억6300만 원
- 중예산영화 등 217억 원 배정
- 독립영화제 개최 예산 등 깎여
- 영화생태계 악영향 우려 커져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중예산 영화 제작에 100억 원을 신규 투자하기로 했지만, 독립영화 관련 예산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어서 영화 생태계 발전에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영진위에 따르면 영진위가 최근 확정한 올해 사업비(영화발전기금)는 561억6300만 원으로, 지난해(466억7700만 원)보다 100억 가까이 증액된 것으로 파악됐다. 예산이 크게 늘어난 사업은 ‘영화 창·제작 지원’ 사업으로, 217억1000만 원이 배정됐다. 이는 지난해(107억2500만 원)의 배에 이른다. 증액된 100억 원은 영진위의 신규 사업 ‘중예산 영화제작 지원’에 투입된다. 이 사업은 순제작비 20억~80억 원 규모의 장편극영화 제작을 지원하는 것이다. 영진위는 영화산업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급 규모 영화에 투자해 침체된 산업을 부활시키겠다며 신설 취지를 밝혔다(국제신문 지난달 22일 자 14면 보도).
반면 독립영화 관련 예산은 지난해보다 사정이 어려워졌다. 우선 ‘독립예술영화 제작지원 사업’은 지난해와 동일한 70억 원이 배정됐다. 지난해의 경우 전년보다 예산이 40% 줄었는데, 올해 단 한 푼도 회복하지 못했다. 인건비 등 제작비 상승을 고려하면 동일한 예산에도 제작 환경이 더욱 척박해진 셈이다.
독립영화 발굴과 유통의 목적을 띤 ‘독립영화제 개최 지원 사업’은 예산이 삭감됐다. 영진위는 올해 영화제 지원 사업을 개편하기로 하고 기존 ▷국내 및 국외 영화제 육성 지원 ▷독립영화제 개최 지원 2개 부문을 합치기로 했다. 예산은 지난해(28억1500만 원)보다 늘어난 33억1500만 원을 투입한다. 지원하는 영화제도 지난해 11곳에서 올해는 15~20곳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독립영화제 개최 지원 예산이 삭감되면서, 그동안 해당 예산을 받던 서울독립영화제는 다른 영화제와 경쟁해 사업비를 확보해야 할 처지가 됐다. 공모에서 탈락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없고, 받더라도 기존의 예산(2억9600만 원)만큼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특히 영화제 지원 사업은 지난해보다 사업비가 늘었지만 2023년 예산(56억2900만 원)에는 여전히 못 미치고 있어 영화제 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독립영화협회 오민욱 대표는 “주요 국제 영화제들을 제외하고 나면 예산을 받을 수 있는 영화제는 실질적으로 1, 2곳뿐이다. 별도로 지원하던 독립영화제 예산을 없애버린 것은 이미 100억 원에 육박하는 국·시비를 받는 주요 영화제에 예산을 몰아주겠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지난해 전액 삭감된 ‘지역 영상 생태계 기반 마련’ 예산도 올해 회복하지 못했다. 이 사업은 ▷지역 영화 문화 활성화 ▷지역 영화·영상인력 육성 ▷영화·영상산업 저변 확대 등을 목적으로 한다. 2016년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영비법)’에서 지역영화 관련 조항이 신설되며 2018년부터 추진됐으나, 예산 삭감 기조에 따라 지난해 폐지되며 지역 영화계를 허탈하게 했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독립영화는 한국 영화 발전의 자양분 역할을 하는 만큼 관련 예산 삭감은 영화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영화를 산업적 잣대로만 평가하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진위 관계자는 “올해 사업비가 증액됐지만 2023년 수준에는 못 미치다 보니 지난해 삭감된 예산을 모두 회복하지는 못했다”며 “향후 재원 다각화 등 예산을 확보할 자구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