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종종 맛집과 감성 카페를 찾아다니는 소소한 행복을 즐기곤 한다. 이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도구가 바로 지도 앱이다. 지도 앱은 목적지를 찾기 위함만이 아니라, 가게 평점을 확인하거나 주변 명소를 탐색하며 새로운 경험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실 지도는 단 한 번도 단순히 길을 보여주는 도구에 머문 적이 없다. 이는 오늘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0년 전 조선에서도 지도는 단순한 지형 기록을 넘어, 세상을 이해하고 대비하는 중요한 창으로 기능했다.
 |
| 조선시대 지도 ‘해좌전도’.
부산박물관 제공 |
부산박물관이 소장한 조선 전도 ‘해좌전도(海左全圖)’는 이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자료이다. 이 지도는 다량 제작이 가능한 낱장형 목판본으로, 부분적으로 채색되어 전해진다. 당시 큰 인기를 끌며 여러 판본이 제작되었으며, 부산박물관 소장 ‘해좌전도’는 가로 56.7㎝, 세로 70.6㎝ 크기로 현재 액자에 끼워 보관 중이다. 지도 주기(註記)에 ‘순조 22년(1822년) 함경도에 후주군을 설치했다’는 기록이 있어, 이 지도는 ‘순조’라는 묘호가 사용된 1857년(철종 8년) 이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도 이름 ‘해좌전도(海左全圖)’는 전서체로 쓰여 품격을 더하고 있다. ‘해좌’란 ‘바다 왼쪽에 있는 나라’라는 뜻으로, 중국 중심의 세계관에서 조선을 표현한 별칭이다. 이 지도는 18세기 정상기(鄭尙驥)가 제작한 ‘동국지도(東國地圖)’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국토 윤곽과 산맥이 현재와 유사할 정도로 정확하게 표현되어 있다. 전국 8도의 경계는 점선과 붉은색으로 강조되었고, 각 군·현은 원형으로 표시되었다. 군·현마다 경(京)으로 표현된 한성까지의 거리가 기록되어 있으며, 한성까지 이어지는 길을 실선으로 나타내어 중앙과 지방을 잇는 교통망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바다는 파란색으로 채색되어 육지와 구분되며, 섬의 위치와 이름도 성실히 기록되어 있다. 특히 울릉도 옆에 독도(우산도·于山島)가 그려져 있어 독도 문제와 관련된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지도 여백에는 각 지역의 연혁과 고조선, 한사군, 신라 9주, 고려 8도의 행정구역이 기록되어 있다. 주요 명산 강 사찰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어 조선 사람들이 자연과 역사에 관심을 가졌음을 엿볼 수 있다.
부산 지역을 살펴보면 기장현과 동래부를 중심으로 수영 포이포 개운포 두모포 부산 서평포 다대포 가덕도의 가덕진과 천성진 등 당시 주요 지명이 표기되어 있다. 두모포 앞바다에 그려진 절영도(현 영도)의 자연경관에 대한 기록에서는 자연을 사랑한 조선인의 마음이 느껴진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동래부와 대마도를 잇는 뱃길이 실선으로 표시되고 그 거리까지 상세히 기록된 부분이다. 이 뱃길은 단순한 해로가 아니라 조선과 일본을 연결하는 외교와 교역의 중요한 통로였다. 초량왜관은 이러한 외교와 상업 활동의 중심지였는데, 이를 강조하듯 지도에는 대마도와 나란히 위치해 초량왜관의 연혁과 역할이 설명되어 있다.
‘해좌전도’는 단순 지형 정보를 기록한 지도가 아니라 조선인의 국토 인식과 군사·교통·외교적 상황을 담아낸 귀중한 자료이다. 현재 수장고에 보관 중인 이 지도가 다시 전시실에 자리하게 되는 날, 19세기 조선의 국토와 그 너머를 향한 시선, 그리고 지도를 통해 세상을 읽어내던 조선인의 지혜를 마주해 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