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박물관 소장품인 상주 안수사명 동종(尙州 安水寺銘 銅鐘)은 부산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12세기 고려시대 범종이다. 높이 51㎝ 실내 봉안용으로 추정되는 범종은 용뉴(龍紐)와 음통(音筒), 몸통인 종신(鐘身)의 운상보살좌상(雲上菩薩坐像)과 타종 지점을 표시한 연꽃 당좌(撞座)까지 전형적인 한국 범종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12세기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천판(天板)과 몸통을 연결하는 부분에 큼지막하게 두른 연잎 장식인 입상연판문대(立狀蓮板文帶)가 둘러져 있다. 또한 역동적인 용뉴와 각종 꽃문양으로 장식된 음통은 서로 연결되어 화려한 상부 장식을 구성하고 있다. 전형적인 한국 범종 및 고려 범종의 양식적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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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주 안수사명 동종(위쪽)과 엑스선 디지털 방사선 현상 장비(X-ray CR)로 촬영한 종신부 복원부 사진. 부산박물관 제공·국립문화유산연구원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 협조 |
결정적으로 동종의 가치를 높이고 있는 것은 바로 종의 내력을 알 수 있는 몸통 두 곳에 음각으로 새겨져 있는 명문(銘文)의 존재다. 정사년(丁巳年) 7월 상주 안수사에서 철로 만든 종이 깨어져 쓸 수 없게 되어 놋쇠로 만들었다며 종을 만들게 된 내력과 시기, 사찰명까지 적어 놨다. 또 다른 명문엔 주지 명혜(名惠)의 이름은 물론 동종을 만든 장인 유선(有先)의 이름도 빼놓지 않았다. 명문엔 사용 자체가 드물었던 이두 문자도 확인된다. 외부 충격에 의한 작은 상처와 구멍, 몸통 보수 흔적에도 불구하고 양식적 특성이나 희귀성에 비춰보면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해도 손색이 없다.
안타깝게도 2011년 부산시 유형문화유산 지정엔 실패했다. 현재의 상태가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지 못하고, 특히 몸통의 약 4분의 1과 천판 및 상부 장식인 입상화문대의 대부분이 후대에 보수된 것으로 판단, 지정 여부가 보류됐다.
10여 년 뒤 반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2022년 국립문화재연구소(현 국립문화유산원) 보존과학연구실에 X-ray CR(엑스선 디지털 방사선 현상 장비) 촬영, XRF(엑스선 형광분석기) 분석 조사, 자외선 조사를 의뢰했다. 첨단 장비로 분석한 결과 몸통 일부를 제외하고는 후대에 손본 곳이 그다지 많지 않고, 특히 화려한 상부 장식은 원형 그대로 임이 확인됐다. 정확한 복원 부위와 재질도 알게 됐다.
결국 상주 안수사명 동종은 고려시대 범종의 양식적 특징과 명문 등으로 역사·학술적 가치가 인정되고, 과학적 분석을 통해 비교적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2023년 부산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과학적 분석이 없었다면 자칫 그 가치가 두고두고 묻힐 뻔했다. 아쉬운 점은 부산박물관에선 아직 그런 첨단 장비를 완전히 갖추지 못해 외부에 분석을 의뢰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