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는 모래시계 모양의 북통 양면에 가죽을 대어 만든 타악기로, 2개의 울림통을 가진 일종의 양면고(兩面鼓)다. 장고(杖鼓/長鼓)는 ‘채를 사용해 연주하는 북’ ‘긴 북’이라는 뜻의 한자명이고, 한글로는 보통 장구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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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녹산동 가마터에서 출토된 청자철화당초문장고. 부산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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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송나라를 통해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장고의 원형이 되는 요고(腰鼓, 세요고(細腰鼓)로도 불림)는 ‘삼국사기’ 기록과 고구려 고분벽화 도상 등을 통해 삼국시대부터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장고와 요고는 그 형태가 유사하지만 크기와 연주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장고에 비해 요고의 크기가 작고 오른쪽은 채, 왼쪽은 손으로 두드리는 장고와 달리 요고는 양쪽 모두 손으로 두드리는 방식으로 연주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래시계형 북(hourglass drum)은 인도에서 유래한 것으로 수·당 시기 전후 실크로드를 따라 중앙 및 동북아시아에 전파되어 널리 사용되었다고 한다.
오늘날 장고의 몸통은 대부분 나무로 만들지만, ‘악학궤범’ 같은 문헌기록이나 유적 출토 사례 등을 통해 과거에는 흙을 빚어 구워 만든 도자기 장고도 실제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도자기 장고의 주류는 고려시대 청자장고인데, 무늬가 없는 순청자도 있지만 음각 양각 철화 철백화 상감 등 다양한 기법으로 화려한 무늬를 시문한 경우가 많다. 특히 산화철 안료, 백토물 등으로 무늬를 그린 철화, 또는 철백화 기법은 청자장고에 가장 널리 쓰인 시문기법이라 할 수 있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문화유적 조사 과정에서 2010년 발굴조사된 부산 녹산동 청자 가마터에서는 총 20점의 철화청자장고가 출토되어 주목받았다. 거친 태토에 어두운 녹갈색 계통의 유약을 씌워 초벌구이 과정 없이 단벌번조로 완성한 조질청자이지만, 동일 유적에서 출토된 5만여 점의 유물 중에서는 가장 화려한 무늬로 장식해 상당한 정성을 기울여 만든 고급 기종에 해당한다.
모두 2개의 울림통을 각각 성형한 다음 접합해 구워낸 ‘일체형’ 장고로, 중간의 가느다란 조롱목이 연결된 형태이다. 또 양쪽 울림통을 3단 문양대로 구분한 다음 산화철 안료를 이용해 넝쿨, 꽃무늬 등을 시문했는데, 철화 문양대 위에 백토물로 촘촘히 점을 찍어 장식성을 더한 철백화기법의 예도 확인된다. 이것은 청자장고의 가장 보편적인 양식이라 할 수 있으며, 대략적인 제작 시기는 11세기 후반~12세기 전반 쯤으로 추정된다.
녹산동 청자가마터 외에도 만덕사지, 용당동유적 등 사찰터와 금곡동 동원지(東院址)와 같은 공적 성격의 건물터에서 철화청자장고편이 각각 1점씩 출토되어 고려시대 부산지역에서의 실제 사용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용당동유적 출토품은 녹산동 출토 장고와 태토와 유약, 시문수법, 문양구성 등이 유사하여 녹산동 생산품이 유통되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은 부서진 몸통 일부만 남아있지만, 양쪽 울림통에 가죽을 대고 조임줄을 죄어 완성한 화려한 모습의 청자장고를 상상해 보면 어느새 귓가에 흥겨운 장고가락이 울려 퍼지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