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배경으로, 제주어를 전면에 내세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가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 인기 배우 박보검과 아이유의 만남도 화제지만, 이 드라마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제주어’를 빼놓을 수 없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어로 ‘무척 수고하셨습니다’란 뜻이다. 제주어를 모르는 이들은 제목만 보면 ‘완전 속았다’는 의미를 떠올릴 수 있다. 제주어에서 ‘속다’는 ‘애쓰다’ ‘수고하다’ ‘고생하다’ 등의 의미로 쓰인다.
넷플릭스 드라마 소개를 보면 ‘당차고 요망진 소녀(아이유)와 무쇠처럼 우직하고 단단한 소년(박보검). 제주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넘어지고 좌절해도 다시 일어서며, 세월을 뛰어넘어 피어나는 사랑 이야기’라고 작품을 묘사한다. 여기서 ‘요망진’은 ‘야무지고 똑똑하다’는 뜻의 제주어다. 표준어인 ‘요망하다’ ‘언행이 방정맞고 경솔하다’ 등의 뜻과는 전혀 다르다.
드라마 한 편을 소개하는 데 이렇게 추가 설명을 붙이는 이유는 제주어가 그만큼 낯설기 때문이다. 제주어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소멸 위기 언어이기도 하다. 원어민조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제주어를 적극 활용하는 이유는 제주 사람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서다. 드라마의 배경이 된 1950년대 제주는 ‘4·3사건’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군경과 무장대의 충돌 속에 수많은 민간인이 학살당했고, 이후에도 제주는 오랜 기간 감시와 억압에 놓였다. ‘폭싹 속았수다’는 4·3사건을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주인공들은 그 상처가 남은 시대를 배경으로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 그들의 말과 행동, 관계 속에는 4·3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연출자인 김원석 감독과 임상춘 작가는 작품에서 1960년대부터 2025년 현재까지를 다룬다. 어쩌면 이렇게 긴 시간, 시대의 풍파 속에서 여성으로서 딸로서 엄마로서 가장으로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에 제목 그대로 ‘폭싹 속았수다’라며 감사함을 표현한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