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진·중진 소설가들 강사로 나서
- “창작산실 마련해 지역작가 배출”

포스터 문구에서 부산소설가협회의 의욕이 느껴졌다. “남몰래 소설가를 꿈꾼다면, 탄탄한 구성, 최고의 강사진 ㈔부산소설가협회 소설창작반!” 이 단체의 점잖은 평소 모습답지 않다는 느낌이 들 만큼 강렬한 이 홍보 문구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내용부터 살펴보자.

지난해 부산소설가협회가 부산 동구 창비부산에서 진행한 시민 글쓰기 강좌 모습이다. 부산소설가협회 제공

강사진은 정영선 황은덕 이병순 안지숙 오선영 정재운 임성용 정미형 서정아 김지현 임회숙 정인 소설가이다. 신진부터 중진까지 다양하며, 신춘문예 출신 작가도 있고 문예지를 통해 등단한 소설가도 있다. 단편소설에 능한 소설가부터 장편소설을 펴낸 작가까지 고루 있다. 큰 문학상을 이미 받은 작가도 있고 갓 도전장을 던진 신인도 있다. ‘부소협’(이 단체 약칭)이 생긴 이래 이 정도로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다채로운 강사진을 포진한 프로그램은 없었다.

강의 장소는 지난 5일 부산 중구 중앙동 부산우체국 뒤에 문을 연 부산소설가협회 사무실이다. 강의 기간은 오는 4월 8일부터 7월 15일까지. 12주에 걸쳐 심화반·기초반 각각 12차 시(주1회 수업)이며 각 반 12명 정원에 수강료는 15만 원(교재·음료 제공). 수업시간 오후 6시30분~8시.

소설가 친목 단체 정도 위상으로 출발한 부산소설가협회는 해마다 여름소설학교나 시민 대상 문학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부소협 어벤저스’를 연상케 하는 12주 짜리 장기 강좌를 여는 것은 처음이다. 게다가 공공 기관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협회 자력으로 추진하고 감당한다. 강사로 나서는 회원 작가들은 재능을 기부한다.

여기에는 지역 예술단체로서 부산소설가협회의 진지한 위기 의식이 작용했다. 단순한 문학강좌로만 볼 게 아니다. 단체 정영선 회장은 말했다. “최근 심사위원으로서 신춘문예 응모작 등을 읽으며 우리 지역(부산 울산 경남)을 기반으로 쓴 작품이 현격하게 줄었음을 느꼈다. 우리 지역에서 신인 작가가 잘 배출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역 문단 위기의 한 측면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서울·수도권의 경우, 개별 작가나 출판사·언론사 등이 여는 창작 교실이 더욱 활성화됐고 신인이 끝없이 탄생하는 구조가 탄탄해진 반면 부산은 정확히 그 반대다. 지금은 창작 산실이라고 할 만한 곳 자체가 별로 없다”고 정 회장은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부소협이 ‘수강생의 등단’을 목표로 하는 창작 산실을 여는 것은 공공적 의미를 지니는 뜻깊은 시도다. 지역 예술 발전에 작은 힘을 보태겠다는 공적 차원의 ‘응전’이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협회는 그간 사무실을 가져보지 못했다. 이번에 문화예술창작공간 또따또가 사업을 통해 사무공간을 처음 구했고, 첫 사업이 오래도록 고민한 소설창작반이다”고 했다. 문의·신청 010-9637-98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