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142> 유성기

유성기, 시대의 소리를 전하다

  • 유현 정관박물관장
  •  |   입력 : 2025-04-16 18:52:08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인류의 역사는 기록의 역사다. 인간은 수천 년 전부터 돌 점토판 종이 위에 그들의 이야기를 그리거나 써서 기록을 남겨놓았다. 그러나 인류가 소리를 기록하고 다시 재생시킬 수 있었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채 150년이 되지 않는다.
1930년대 만들어진 유성기. 부산박물관 제공
전신소에서 송신기를 연구하던 에디슨은 1877년에 소리를 기계진동으로 바꾸어 저장하는 ‘원통형 저장장치(phonograph)’를 최초로 발명했다. 이후 베를린너가 1887년에 이를 발전시켜 ‘원반형 저장장치(gramophone)’를 만들었다. 작동 원리에 따라 전자를 유성기, 후자를 축음기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통상 혼용해 사용하고 있다. 유성기(축음기)라는 소리통과 SP음반(standard playing record)이 창출한 소리의 신문화는 1920년대에 전 세계로 확산했다.

우리나라는 1890년대에 유성기가 전래된 이후 1926년 윤심덕(尹心悳)의 ‘사(死)의 찬미(讚美)’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유성기의 대중화 시대를 열었고, 1935년 말에는 유성기가 30만 대 이상 보급되어 이미 중상류 사회계층의 기호품이 됐다. 이후 1950년대 말부터 전자식 음향 전달 장치인 전축(전기축음기) 제조 기술이 도입되고 여러 곡을 저장할 수 있는 LP음반(long playing record)이 발매되면서 20세기 전반기를 풍미했던 유성기의 역사는 막을 내리게 됐다.

이 유성기는 1930년대 일본축음기상회(일축)에서 미국 콜롬비아 회사의 브랜드로 만든 휴대용 제품이다. 태엽을 감으면 수동으로 회전판이 돌고 그 위의 음반에 바늘 축을 올리면 그 진동이 상자 아래 내장된 소리통을 통해 뒷면으로 소리가 퍼져 나오는 구조다. 회전판의 왼쪽 아래에는 정지 장치가, 오른쪽 아래에는 속도(RPM) 조절기가 있다. 상자의 외부 귀퉁이에는 교체용 바늘 보관함이 있고 유성기 상자의 뚜껑 안쪽에는 SP음반을 보관하는 ‘∧자’ 모양 장치가 있다.

유물 구입 당시 유성기의 원판 위에는 평안도 기생 백운선이 1928년에 발매한 ‘관산융마(關山戎馬)’라는 희귀 음반이 올려져 있었다. 조선 영조 때의 문인 신광수(申光洙)가 지은 시를 서도소리 시창(詩唱) 형식으로 노래한 것이며, 그 내용은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가 악양루에 올라 북방 오랑캐에 의한 전란이 계속되는 일을 탄식하며 읊은 시에서 따온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들어온 신식 문물인 유성기가 외세에 의해 고통을 받는 노래 음반의 내용과 묘한 대조를 이루면서 화려하지만 암울했던 ‘시대의 소리’를 잘 전하고 있다. 지금은 유성기와 SP음반이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소수의 음향 전문가와 복고 감성의 실내장식에 사용되며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5. 5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6. 6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7. 7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9. 9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10. 10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1. 1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4. 4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5. 5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6. 6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7. 7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8. 8[뭐라노]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9. 9김여정 "국경선 새 대응수단 임무대기…확성기도 수일 내 가동"
  10. 10이 대통령 "중수청 지휘감독 포기하는건 탄핵사유" 野 "국무회의 참석하면 밀실지휘 없어지나"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3. 3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4. 4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5. 5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6. 6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7. 7[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8. 8흑백요리사 셰프, 국내산 수산물 해외 홍보 나섰다
  9. 9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10. 10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3. 3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6. 6취임하자마자…도시철 파업 막기 숙제
  7. 7특검팀, 마산합포구선관위 등 투표자수 허위 입력 6곳 추가 확인
  8. 8구조하다 놓친 익수자 숨진 채 발견
  9. 9부산 다문화 고교생 5년새 2배…정작 한국어학급 ‘0’
  10. 10부산청년 취업 등 여전히 팍팍하네 “맞춤형 정보 절실”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5. 5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6. 6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7. 7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8. 8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9. 9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10. 10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우리은행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남인목-웃는 나무
강동윤-Pixelated Oasi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2일 (음 9월 12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1일 (음 9월 11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