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티칸 전문기자 설명 덧붙여
- “삶이란 우리에게 최고의 책”
‘어른’이 없는 사회는 쓸쓸하고 볼품없으며 위태롭다. 혼란스러울 때 찾아가서 물을 수 있고, 어려울 때 가서 기댈 수 있고, 지역사회의 이기적인 족속이 설치려 할 때 모두가 인정하는 좋은 권위로 그런 놈들을 눈빛만으로도 제압하며, 동시대에 그런 분이 계신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좀 놓이는 존재. 어른이라는 낱말에 이런 의미를 담는다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인의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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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 최근 공식 자서전 ‘나의 인생’을 펴냈다. 국제신문 DB |
‘나의 인생’은 ‘프란치스코 교황 최초 공식 자서전’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한국어판 서두에 추천의 글을 쓴 이가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이다. 이 책에는 프란치스코 추기경이 직접 인생을 회고하며 쓴 글, 이탈리아 민영 방송사 메디아셋의 바티칸 전문 기자 파비오 마르케세 라고나가 배경을 설명하는 글을 번갈아 배치했다. 번역은 염철호 부산가톨릭대 부총장이 했다. 염 부총장은 로마 교황청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를 받고,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불의에 저항, 독재에 항거, 가난하고 낮은 이를 사랑하는 삶을 살았다. ‘공식 자서전’ 책 날개에 나오는 설명이 그를 간결하게 설명한다. 일부를 인용해 본다. “최초의 남반구 출신이자 아메리카 대륙 출신 교황, 최초의 예수회 출신 교황, 최초로 빈자인 성인 ‘프란치스코’의 이름을 선택한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은 소박하고 소탈한 모습, 꾸밈없이 솔직한 언사, 버림받은 이들과 소수자의 손을 잡는 용기와 연민으로 … 시대의 어른, 삶의 본보기로 꼽힌다.”
용기와 연민이라는 표현이 특히 인상 깊었다. ‘나의 인생’은 그가 직접 구술하는 형태의 책이기에 더욱 미더우며 무게감 또한 뚜렷하다. 목차를 살피는 편이 책 구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 1. 제2차 세계대전의 시작 2. 유태인 학살 3. 원자폭탄 4. 냉전 그리고 매카시즘 5. 달 착륙 6. 비델라 쿠데타 7. 베를린장벽의 붕괴 8. 유럽연합의 탄생 10. 9·11 테러…. 세계사가 크게 요동치던 시기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과 체험을 담담하게 풀어내면서 책은 흘러간다.
일부 호사가와 성마른 지식인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고국 아르헨티나에서 중요한 성직자였던 1970년대 말 이후 독재 시기, 그의 행적을 의심하는 주장을 한동안 펼쳤다. 교황은 그 이야기도 담담하게 한다. “저 역시 독재 시절 중상모략의 희생자였습니다. 사람들은 제가 바호 플로레스 빈민가에서 일하던 오를란도 요리오 신부와 프란시스코 할릭스 신부를 정권에 넘겼다고 비난했습니다.”(116족) 그는 이어지는 내용에서 차분하게 관련 내용을 밝힌다.
‘나의 인생’에서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정하고 담대하다. 사랑에는 연민과 함께 용기도 필요함을 그의 삶이 보여준다. 이 어른은 이렇게 말했다. “삶은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책입니다. …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가장 아름답고 친밀한 소통 방식 가운데 하나입니다. 인생 이야기는 지금까지 찾지 못했던 작고 단순한 것을 발견하게 해줍니다. 복음이 말하는 것처럼 바로 그 작은 것에서 위대한 것들이 탄생합니다.”(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