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을숙도 거니는 듯 공감각적 경험
- 여러 장르 결합 실험적 작품 선봬
커다란 화면에 을숙도가 펼쳐졌다. 하얀 옷을 입은 3명의 여자가 때로는 조각을 들고, 때로는 몸짓을 하며 을숙도를 거닌다. 현실인지 가상의 세계인지 모를 풍경에서 빛과 소리를 찾아 거니는 그들의 모습과 그곳에서 채취한 사운드는 자연스레 자연의 언어에 귀 기울이게 되고, 그렇게 우리의 청각을 자극한다. 화면 옆으로 옮겨가자 오묘한 불빛 아래 커튼이 내려와 있고, 그 사이를 걷다 보면 영상 속에 등장했던 여러 모양의 조각이 전시되어 있다. 마치 우주의 운석을 가져다 놓은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 영상과 사운드, 조각까지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시각 촉각 청각 등이 자연스럽게 반응하며 우리를 공감각의 세계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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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현대미술관의 지원으로 제작된 이수진 작가의 ‘폴리포니 클럽 바람에 피와 살을 입히기’.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
부산현대미술관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다원예술 전시 ‘초록 전율’을 선보인다. 사운드 퍼포먼스 연주 등 다양한 장르의 매체를 다차원으로 느끼며 새로운 예술 경험을 선사하는 다원예술을 일반적인 전시의 형태로 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동시대 선보일 수 있는 실험적인 시도를 하겠다는 현대미술관의 역할에 부합하면서, 관람객에게 색다른 예술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취지에서 과감하게 도전했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과 공동 기획으로 마련했다. 이에 따라 전시에 참여한 5명의 작가 중 3명은 두 기관이 공동으로 초청했고, 2명의 작가는 부산현대미술관의 초청과 지원으로 작품을 선보인다. 5명의 작가는 을숙도에 자리 잡은 미술관의 정체성에 걸맞게 ‘자연’ ‘생태’ ‘숲’ ‘지층’을 키워드로 삼아 영상 설치 음악 퍼포먼스 사운드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결합한 다원예술 작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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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고은 작가의 ‘세 개의 고래-인간 동그라미’.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
국립현대미술관과 공동 초청한 작가 하이너 괴벨스, 곽소진, 임고은은 강과 숲, 대지 등을 주제로 한 다원예술을 선보인다. 독일을 대표하는 연출가이자 작곡가, 예술가인 하이너 괴벨스는 콜롬비아 보고타의 마그달레나강을 소재로 인간이 자연에 개입하는 주제를 다룬 영상과 빛, 음악을 활용한 신작을 전시했다. 지난해 ‘한국 시슬리 젊은 작가상’을 받은 곽소진 작가는 대지의 가변성과 유동성에 대한 질문을 담은 영상과 퍼포먼스를, 한국과 네델란드를 오가며 활동 중인 임고은 작가는 숲의 이미지를 문학·철학적 관점에서 사유하는 신작 영상과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부산현대미술관 초청 작가인 김익명은 물속의 초저주파 소리를 채취, 낙동강의 숨겨진 소리를 사운드 설치 작품과 점자 등으로 듣고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역시 부산현대미술관 초청으로 참여한 이수진 작가는 을숙도의 생태를 배경으로 3명의 무용수와 함께 장소 특유의 소리를 작품에 반영한 영상과 조각 등을 공개했다.
두 달간 펼쳐지는 다원예술 전시는 작가들이 참여하는 퍼포먼스와 워크숍을 통해 전시에 대한 이해와 완성도를 높인다. 곽소진 작가는 해외 작가와 협업으로 인도네시아 전통 음악과 을숙도의 소리를 혼합한 독특한 퍼포먼스를, 김익명 작가는 무용수와 함께 사운드 아트와 무용을 결합한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이수진 작가는 신청자와 함께 미술관 주변을 탐색하는 워크숍을 마련한다. 이를 통해 다원예술을 더욱 다층적이고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자세한 내용은 누리집(www.busan.go.kr/moca/index)에서 확인할 수 있다. 6월 15일까지.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