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를 믿지 않지만 소비한다.”
MZ세대가 불교를 대하는 방식이다. 이들에게 불교는 신앙의 대상이 아니다. 가르침을 일상에 적용해 라이프스타일로 만들고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문화’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달 ‘2025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잘 드러났다. 나흘간 방문객 수 20만 명. 2013년 첫 박람회 이후 역대 최다 인원을 기록했다. 서울 코엑스 행사장은 수용 한도를 넘은 관람객이 몰려 입장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는 사례도 속출했다. 전체 방문객 중 76%가 20, 30대였고 절반 이상(52.3%)은 종교가 없었다. 현장에서는 불교 굿즈를 사기 위해 오픈런이 벌어졌다. 박람회장 곳곳에서 불교 카드를 모으는 ‘히든 담마 챌린지’와 젊은 감성으로 차려진 ‘AI 전시 부스’가 호응을 얻었다. 자기 정체성과 가치를 표현하는 MZ세대 취향을 겨냥해 불교 콘텐츠를 재해석한 시도가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관심은 출판계로 이어진다. 불교 서적 ‘초역 부처의 말’은 예스24에서 올해 14주(1월 1일~4월 22일) 연속 인문 분야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헤르만 헤세의 불교 소설 ‘싯다르타’도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148% 늘었다. 두 책은 젊은 세대의 주목을 받는다. 2030 독자 비율이 각각 30%, 43.1%에 달한다. 특히 ‘초역 부처의 말’은 지난 1월 가수 아이브(IVE) 장원영이 추천하면서 역주행 인기를 끌었다. 두 책은 ▷명상 구절 ▷불교 철학 ▷실천 방법 등을 담아 MZ세대에게 자기 돌봄과 마음 챙김, 감정 조절을 위한 텍스트로 소비된다.
지난해 12월 한국리서치의 ‘2024년 종교 호감도 조사’에서도 불교가 1위에 올랐다. 경쟁사회에서 불교는 안전지대에 가깝다. “자신을 비워라” “비우면 채워진다” 등 불교 철학 메시지는 젊은 세대의 불안을 다스리는 역할을 한다. 절에서 참선하는 것만 떠올리던 예전과 달리, MZ세대는 SNS로 굿즈를 인증하고 밈을 공유하며 불교문화를 재해석한다. 말 그대로 ‘믿지는 않지만 소비한다’. 종교를 문화처럼 소비하는 MZ세대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