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빚 때문에 자살하려고 불을 질렀다가 잡혀 온 사람에게 ‘자살’이라는 말을 10번 반복하라고 한 판사가 있었다. 피고인이 “자살자살자…”를 되풀이하자 판사는 “ 우리에게는 ‘살자’로 들립니다”고 말했다. 그리고 2025년 4월 4일, 전 국민이 그의 선고를 들었다. “지금 시각은 오전 11시 22분입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느티나무 재판관’은 책밖에 모르던 시골 아이 문형배가 헌법재판관이 되기까지 여정을, 가장 가까웠던 친구의 시선으로 그려낸 실화 기반 창작 동화이다. ‘오늘의 작가상’ 수상 작가인 고은주는 부산에서 태어났다. 진주 MBC 아나운서로 활동하며 경남 지역의 말과 삶과 정서를 익힌 작가이다. 이 책에는 작가가 오랫동안 품어온 경상도의 말맛과 정서가 자연스럽게 살아 숨 쉰다.

문형배의 어린 시절 친구인 ‘나’는 현재 시점에서 과거를 회상한다. 책을 빌려 통째로 외우던 형배의 모습, 마을 어귀 느티나무 아래에서 함께 책을 읽던 오후, 물려 입은 교복에 다른 사람의 이름표가 달려있어도 기뻐하던 날, 김장하 선생에게서 장학금을 받으며 삶의 전환점을 맞이하던 순간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유년 시절의 구체적인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