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적 해석·상상력 담은 프리퀄

‘뺑덕’. 들어본 이름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심청전’에 나오는 뺑덕어미의 아들이다. 그런데 심청전에서 뺑덕은 제대로 언급조차 안 된 인물이다. 자기 이름조차 어미를 가리키는 명칭에 쓰였다. 도대체 뺑덕이는 누구란 말인가.

정해왕 작가의 ‘뺑덕의 사랑’은 ‘심청전’의 프리퀄이다. 이 소설은 전지적 뺑덕 시점으로 들려주는 ‘심청전’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심청전’이 만들어지게 된 내막을 들려주는 소설이다.

작가는 ‘심청전’에 현대적 해석과 대담한 상상력을 더하고, 뺑덕어미와 심 봉사가 만나기 전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원전에서 탐욕스러운 인물인 ‘뺑덕어미’에서 영감을 얻어 ‘뺑덕(병덕)’이라는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 냈다. 병덕은 역모 사건으로 가문이 몰락하자 신분을 감추고 ‘벙어리 뺑덕’ 행세를 하며 어미를 따라 외딴 마을 도화동에 몸을 맡긴다. 그리고 맑은 눈을 가진 열다섯 살 심청과 아름답고도 비극적인 사랑을 나눈다.

‘사랑하는 여인 심청과 별안간 남매가 되어야 했던 뺑덕’이라는 발상은 파격적이다. 판소리체와 고전문학의 문체가 어우러진 유려한 문장은 감칠맛이 난다. 이름만 알던 인물, 뺑덕을 드디어 만난 것도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