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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69> 대전 칼국숫집 두부두루치기

대전서 두부두루치기만 시키면 ‘반칙’…양념에 칼국수 싹싹 비벼야

  • 최원준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  |   입력 : 2025-08-19 19:07:49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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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과 콩요리 특히 발달한 대전
- 그중에서도 소울푸드는 칼국수
- 그 짝궁이 바로 두부두루치기
- 돼지고기 대신 두툼한 두부 듬뿍
- 칼칼한 양념에 자작하게 볶아

- 주머니 가벼운 샐러리맨 즐기다
- 향토음식으로 자리잡은 두 요리

대전에서는 ‘술 마시러 칼국숫집에 간다’는 말이 있다. 부산에서 ‘돼지국밥에 소주 한잔할까?’와 같은 말이다. 둘 다 끼니를 때우는 밥집인데, 술 마시러 간다는 것이다. 부산의 돼지국밥집과 대전의 칼국숫집은 음식문화 차원에서 볼 때 ‘다양성의 공간’이자 ‘실용의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는 돼지국밥과 칼국수란 주메뉴를 중심으로 다양한 곁들이 음식들이 망라된다. 칼국숫집에 돼지수육 두부두루치기 주꾸미볶음 등이, 돼지국밥집에 순대 수육 머리고기 등 음식이 안주 삼아 상에 오른다.

이뿐만 아니라 술자리 이후 식사까지 한자리에서 해결한다는 점도 다르지 않다. 두부두루치기로 술 한잔을 하다가 칼국수를 시켜 남은 두루치기 양념에 비벼 식사하고, 돼지국밥 안의 돼지고기를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인 후, 국물에 밥을 말아 끼니를 때우는 것이다.

대구의 무침회나 포항의 물회도 그러하다. 무침회나 물회로 술자리를 하다가 남은 음식에 밥 또는 국수를 비비거나 말아먹는다. 그만큼 실용적이면서도 가성비가 큰 음식점들이라는 것이다.
대전의 향토 음식 두부두루치기. 두부에 채소를 넣고 양념과 볶다가 육수를 넣어 졸이거나 끓여낸 음식이다. 대전식 두부두루치기와 칼국수(오른쪽 사진)는 세트 음식과 같아 두루치기를 먹고 남은 양념에 칼국수를 비벼 먹으면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된다.
■대전에선 칼국수와 세트 음식

여하튼, 대전은 부산과 인천, 대구·경북 지역과 더불어 ‘면식(麵食)의 도시’이다. 특히 대전은 칼국수가 소울푸드로, 시민 대부분이 주식(主食)처럼 즐겨 먹는 도시이다. 그래서 전국 유일의 칼국수 축제가 열리고, 인구 대비 칼국숫집이 전국에서 제일 많이 분포하고 있는 곳 또한 대전이다.

이처럼 칼국수를 정찬(正餐)으로 대하다 보니 대전 칼국숫집들은, 대부분 분식집이 아닌 술을 겸해 다양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는 식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우선 곁들이 음식으로 술 한잔하고 속풀이용으로 칼국수를 말아 먹거나 비벼 먹는 방식이다.

그러면 대전 사람들은 칼국숫집에서 칼국수와 더불어 어떤 곁들이 음식으로 술자리를 할까? 대전의 또 다른 향토 음식인 ‘두부두루치기’를 비롯해 돼지 수육과 족발, 주꾸미볶음, 오징어무침 등이 그것인데, 그중에서도 돼지 수육과 두부두루치기는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칼국수와는 세트 개념의 음식이다.

그중 두부두루치기는 칼칼하게 매운 양념에 두부의 부드러움, 함께 들어가 있는 오징어의 쫄깃함 등의 여러 맛깔로 대전 사람의 입맛을 자극한다. 또한 두부두루치기로 술 한잔 하고 나서 남은 양념에 칼국수면을 넣고 비벼 먹으면, 이 또한 새로운 안주가 되고 끼니도 되는 것이다.

두부두루치기의 ‘두루치기’란 여러 식재료를 두루두루 섞어서 볶다가 지지듯이 끓여 먹는 음식이다. 어원을 살펴보자면 ‘두루’는 ‘여러 가지’란 뜻과 함께 ‘더불어서 빠짐없이 골고루’란 의미가 있다. ‘치기’는 ‘치다’가 어원으로 여러 가지의 뜻이 있지만, 그중 음식에 맞는 해석은 ‘강한 불에 여러 식재료를 빠르게 치대듯이 볶는 행위’로 해석할 수가 있겠다. 그래서 여러 식재료를 두루두루 활용해 자작한 육수에 볶듯이 졸여 낸 음식이 두루치기다. 대표적인 것이 ‘돼지고기’를 넣고 조리한 ‘돼지두루치기’이다. 주로 경상도 지역에서 널리 먹는다. 그 외 소고기 낙지 조갯살 등으로도 만들 수 있겠고, 재료가 여의찮으면 김치를 넣은 ‘김치 두루치기’로도 조리해 먹을 수 있다.

‘두부두루치기’는 두부를 주재료로 하여 채소 등속을 넣고 양념과 볶다가 육수를 넣어 졸이거나 끓여 낸 대전의 향토 음식이다. 모두부를 넓적넓적하게 썰어서 고춧가루 마늘 간장 참기름 등 매운 양념에 볶아 양파 대파 등을 넣고 자작하게 끓여서 낸다. 주로 대전시를 포함한 충청도 지역에서 주로 먹는 ‘두루치기’ 음식이다. 요즘은 메뉴가 다양화되어 오징어를 넣은 두부두루치기를 제공하는 곳 또한 많아졌다.

■물류 중심지서 발달한 콩 음식

대전에서 유명한 두부두루치기 정식.
두부두루치기가 유독 대전 충청 지역에서 발달한 이유는, 이곳이 대전을 중심으로 한 물류 중심지이기도 하거니와 다양한 농산물이 널리 생산 유통되고, 소비되었던 지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전은 콩을 재료로 한 음식들이 잘 발달했는데, 콩튀김이나 콩국수 콩짬뽕 등과 더불어 두부두루치기 등이 있다.

대전의 두부두루치기는 칼칼한 양념으로 조리해 먹기에 술안주로도 좋지만, 담담한 칼국수에 비벼 먹어도 잘 어울린다. 그래서 대전 사람들은 칼국수와 두부두루치기를 함께 먹는 음식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어느 식당이든 두부두루치기 한 가지만 파는 곳은 찾아볼 수 없다. 칼국숫집에서 두부두루치기를 주메뉴처럼 파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칼국숫집에만 두부두루치기를 파는 것은 아니다. 원래 두부두루치기를 파는 곳은 엄연히 따로 있었다. 두부두루치기를 전문적으로 파는 식당들이 그것이다. 대전 두부두루치기의 원조 격인 ‘진로집’, 그리고 그 어깨를 나란히 하는 ‘광천식당’ ‘별난집’ 등이 대전 두부두루치기 3대 맛집들이다.

이들은 처음에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으로, 주머니 가벼운 노동자들이나 샐러리맨 등을 중심으로 두부두루치기를 제공했었다. 그러던 것이 대전의 남녀노소가 널리 먹는 음식이 되고, 특유의 칼칼한 양념에 칼국수 면을 비벼서 먹는 식문화 또한 정착하면서 대전의 향토 음식으로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두부두루치기와 칼국수와의 찰떡 조합은, 이후 칼국숫집에서도 두부두루치기를 함께 파는 형태로 자리 잡는다. 그래서 대전에는 두부두루치기를 파는 곳이 칼국숫집과 두부두루치기 집으로 나뉘어져 있다. 칼국숫집에서 두부두루치기를 팔고 두부두루치기 집에서 칼국수를 파는 것이다.

그렇다고 어느 곳의 두부두루치기가 ‘맛있고 맛없냐?’는 대전에서는 논외의 문제이다. 두부두루치기 전문 식당뿐만 아니라 맛있는 칼국숫집에서도 두부두루치기는 당연히 맛있기 때문이다.

칼국수를 먹다가 두부두루치기가 생각나 함께 먹을 수도 있고, 두부두루치기를 먹다가 칼국수를 주문해 비벼 먹을 수도 있다. 그건 개인 차의 문제이지, 대전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만큼 ‘두부두루치기’와 ‘칼국수’는 대전 사람들에게 있어 ‘영혼의 단짝’ 같은 음식이란 뜻이겠다.

대전의 칼국숫집에서 칼국수와 곁들여 먹는 대전 향토 음식 두부두루치기. 대전 사람들에게는 소울푸드인 칼국수와 가장 궁합이 잘 맞는 음식 중 하나가 두부두루치기이다. 한때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의 술안주로, 칼국수와 함께 칼칼하게 비벼 배를 채워주던 끼니 같은 음식이기도 했다. 잘 보존되고 오래 남았으면 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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