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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223> K-컬처의 효능 ‘케이팝 데몬 헌터스’

멀리서도 혼문으로 엮여 있는 우리

  • 방호정 작가
  •  |   입력 : 2025-08-20 18:36:29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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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을 맞아 이탈리아 밀라노에 사는 조카가 부산을 찾아왔다. 오랜만에 만난 조카 주원이는 그새 훌쩍 커버려 키가 나만해졌고, 그 무섭다는 중2병에 시달릴 나이가 되었다. 녀석이 아주 작았을 땐 주로 내 배위에 올라타거나 등에 매달려 놀았다. 결국 다 지난 시절의 추억은 개뿔. 성견이 되었다는 걸 자각하지 못하는 대형견처럼 주원이는 더 크고 무거워진 몸으로 여전히 노쇠한 내 몸 위로 올라타 짓누르고 매달리며 삼촌을 괴롭히길 즐겼다. 좋아서 하는 일이겠지. 버겁지만 또 반가웠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이민을 가기 전, 이탈리아에서 피자랑 파스타를 실컷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얘기했더니 주원이는 이렇게 말했다. “삼촌, 나는 한식파에요.” 한식파인 조카가 낯선 땅에서 잘 버텨낼 수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근황을 들어보니 다행히도 꽤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BTS 블랙핑크 뉴진스 같은 아이돌과 주원이가 열광하는 손흥민, ‘오징어게임’, 그리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같은 한국문화의 힘이 낯선 이국땅에서 수호신처럼 지켜주고 있는 것 같았다. 현지 동네 꼬마들이 조카를 졸졸 따라다니며 과자나 장난감 같은 선물을 주기도 한단다.

한번은 시내에서 익숙한 한국 욕이 들려 돌아봤더니 현지 애들이 까르르 웃으며 신기해했다고 한다. 그저 한국인인지 확인하고 싶었나 보다. 그 동네 애들은 주로 뭐하고 노느냐고 물어봤더니 우리나라 애들처럼 코인노래방이나 PC방에 가거나 인생 네 컷을 찍는 것도 아니고, 그저 하릴없이 돌아다니거나 광장에 앉아있다고 했다. 간혹 광장에선 K-팝 군무를 추는 아이들도 목격할 수 있다고 했다. 하릴없고 심심한 세계의 청춘들에게 건전하게 함께 모여 놀 거리를 제공한 것도 한국문화의 다양한 효능 중 하나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제곡이 빌보드 핫100 차트를 석권했다니 이제 그 효능은 더욱 강해져서 이국땅에서도 혼문을 완성시킬 것이다. 가끔 어디에나 있는 못난 것들이 인종차별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럴 때는 네이티브 스피커의 발음으로 찰진 한국 욕을 해주라고 조언했다.

이제 막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조카가 QWER의 쵸단 같은 훌륭한 드러머가 되길 기원한다. 비록 멀리 있어도 우리는 혼문으로 함께 엮여 있을 것이다. 혼문의 가호가 언제나 함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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